Press release

2021. 11. 17 (수)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뇌가 타인을 통제하는 방식 단서 찾았다!

UNIST 정동일 교수팀,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뇌의 의사결정 방식 규명
2수 앞 내다보는 전향적 사고 인간관계에도 적용되· 뇌의 가치판단 영역이 관여.. eLife 게재

주변 조건을 마음먹은 대로 통제할 수 있느냐는 인간 뇌와 행동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습된 무기력이 대표적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경험이 반복되면 의욕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 조건이 타인의 행동이라면, 그리고 그 조건이 통제 가능하다면 뇌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까? 국제 공동연구진이 우리 뇌가 타인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한 단서를 내놨다.

UNIST(총장 이용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 교수는 ‘사회적 환경’에 속한 인간이 어떤 신경 기작을 이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뇌 과학적으로 밝히고, 이를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 대학(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의 나수정 박사, 샤오시 구(Xiaosi Gu) 교수 연구팀과 함께 했다.

정 교수팀은 인간이 끊임없이 타인과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사회적 환경에 놓여 있는 점에 주목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사회적 환경에서 인간이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인지하고 이용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본 것이다.

[연구그림] 우리 뇌는 2수 앞을 보는 전향적 사고를 통해 타인을 통제한다. 이를 확인한 실험 모형

실험에 따르면, 실험참가자들은 상대방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치고 통제할 수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이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한다. 이 과정에서 2수 앞을 내다보는 전향적 사고방식을 활용한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다. 전향적 사고는 체스나 바둑 등 게임에서 흔히 일어난다. 다음번 거래의 가치를 평가해 이를 현재 결정 반영하는 것인데, 이러한 사고방식이 사회적 상호작용, 즉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또 이 때 뇌에서는 가치판단 영역이 활성화 된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로 규명됐다.

연구팀은 새로운 실험 과제와 이를 해석하는 계산신경 모델을 디자인해 이와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48명의 실험참가자들은 자기공명영상 장치 속에서 두 개유형의 팀원들과 최후통첩 게임 각각 40회씩 수행했다. 참가자들이 수행한 ‘최후통첩 게임’은 대표적 사회적 상호작용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팀원들은 실험참가자에게 돈을 나눠 갖는 제안을 하고 실험참가자가 이 제안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해 거절하면 팀원과 실험참가자 모두 0원을 받고 게임이 끝난다. A팀은 실험참가자가 제안을 거절하면 그 다음 게임에서 제시 금액을 늘리고, 이전 제안을 수락하면 제시금액을 줄이는 반면 B팀 제시 금액은 실험참가자의 제안 수락 여부에 영향 받지 않고 무작위로 주어진다. 즉 실험참가자는 A팀에만 사회적 통제력을 행사할 수 상황이다. 참가자들은 사전에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실험결과, 실험참가자들이 획득한 금액은 사회적으로 통제 가능한 A팀과 게임을 했을 때 더 높았다. 이는 실험 참가자들이 스스로 통제 가능성을 인지하고 이를 극대화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추가적으로 진행한 1342명에 대한 온라인 실험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계산신경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실험참가자들이 미래에 일어날 상호작용의 가치까지 생각하는 전향적 사고(forward thinking)를 통해 이러한 의사 결정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험참가자들이 2수, 3수, 혹은 4수 앞을 내다보는 가치평가를 할 것이라 가정한 모델들이 현재의 가치만 이용하거나 한 수 앞만 내다보는 가치평가 과정을 가정하는 모델들보다 실제 실험참가자들의 행동을 더 잘 설명했다.

이는 뇌 활성부위를 보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촬영 결과로도 뒷받침 됐다. 계산신경 모델의 정보처리과정 과정과 뇌 영상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의사 결정 과정에서 복내측전전두엽 영역이 현재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 상호작용에 대한 가치까지 계산해 추척함을 확인한 것이다. 복내측전전두엽은 가치판단 영역으로 알려진 영역이다.

정동일 교수는 “이번 연구로 인간 관계에서도 전략적 사고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뇌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복내측전전두엽의 전략적 사고 기능 상실이 조현병 등과 같은 정신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명: Humans use forward thinking to exploit social controllability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김학찬 팀장, 양윤정 담당(052) 217 1228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 교수 (052) 217 2744

  • [연구그림] 우리 뇌는 2수 앞을 보는 전향적 사고를 통해 타인을 통제한다. 이를 확인한 실험 모형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사람들은 때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속하게 된다. 이와 같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속하게 되면 사람들은 높은 스트레스와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반대로 명백한 통제력은 높은 주관적 행복감이나 낮은 부정적 사고와 연계되어 있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 사회적 구성원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현재의 사회적 상황에 적절한 의사결정과 상호작용을 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이 현재 속해있는 사회적 환경이 통제 가능한지를 인지하고 이런 통제력을 이용하는 과정을 밝히고자 했다.

2. 연구내용

본 연구팀은 통제가 가능하거나 불가한 사회적 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떤 신경기작을 이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연구했다.

48명의 건강한 실험참가자들이 자기공명영상장치(functional MRI) 안에 들어가 주어진 과제를 수행했다. 각 실험참가자는 흔히 ‘최후통첩게임’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 게임을 수행했다. 매 선택에서 실험참가자는 임의의 파트너와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 파트너는 2만원(20달러)의 돈을 참가자와 어떻게 나눠가질지 먼저 제안하도록 했다. 실험참가자는 파트너의 제안을 본 후 이 제안을 수용해서 제안된 금액대로 나누어 받을지, 혹은 제안을 거절해서 두 참가자(실험참가자와 파트너) 모두 아무것도 받지 않을지 결정한다. 물론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것 보다 천원(1달러)이라도 받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지만 기존 최후통첩게임 연구들에 따르면 이런 ‘불공평한’ 제안이 나타나면 실험참가자들은 높은 확률로 제안을 거절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따라서 불공평한 제안을 거절하는 결정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제안을 불공평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비언어적 신호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각 팀별로 40 번의 선택이 포함되어 반복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상황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의 게임과 중요하게 다른 설정이 있었다. 실험참가자들은 통제가 가능한 하나의 팀과 통제가 불가능한 하나의 팀, 총 두 종류의 팀 구성원들과 게임을 했다. 통제가 가능한 팀원들은 실험참가자가 이전 제안을 거절했을 경우에 다음 제안 금액을 키워주고, 반대로 이전 제안을 수락했을 경우에는 다음 제안 금액을 줄인다. 반면에 통제가 불가능한 팀원들과 게임을 할 때는 일반적인 최후통첩게임과 같이 실험참가자의 결정이 다음 제안 금액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았다.

실험참가자들은 두 팀 중 어느 쪽이 통제 가능한지 알지 못하고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제 가능한 팀원들로부터는 훨씬 높은 제안 금액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계산신경 모델링 기법을 이용한 결과 놀랍게도 실험참가자들의 의사결정은 실제 통제 가능성과 상관없이 미래에 일어날 상호작용의 가치까지 생각하는 전향적 사고(forward thinking)를 통해 이루어짐이 밝혀졌다. 해당 결과는 추가적으로 진행한 1342명에 대한 온라인 실험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계산신경 모델이 설명하는 정보처리과정을 기반으로 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향적 사고를 통해 계산된 미래의 가치와 현재의 가치 합은 복내측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에서 표상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 실제 통제 가능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실험참가자들이 모두 이러한 전향적 사고를 한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됐다. 각 팀과 게임이 종료된 뒤에는 본인의 의사결정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를 스스로 평가하게 했는데, 통제 가능성이 없는 팀과 게임할 때는 본인이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 반대 경우보다 적다고 응답해 실제 영향력의 차이를 잘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통제가능성이 없는 팀과 게임을 할 때도 실제 통제 가능성보다 본인의 영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발견되었다. 더 나아가, 계산신경 모델로 실험참가자들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 응답과는 달리 머릿속으로는 전향적 사고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실제 의사결정 행동과 개인의 믿음이 항상 일치하는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준다.

3. 기대효과

본 연구는 사회적 환경이 통제 가능할 때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신경기작을 밝혔다. 기존의 연구를 통해 뇌의 복내측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 인지적 지도에 대한 표상이나 주관적 가치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졌었다. 본 연구결과는 해당 뇌 영역이 협상이나 평판 관리와 같은 전략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도 중요한 계획적 의사결정에 관여함을 새롭게 밝혔다. 사회적 통제력에 대한 인간의 인지와 그 활용에 대한 계산신경과학적 이해를 통해 사회적 협력 행동이나 신뢰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인지과정의 이상이 기여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붙임] 그림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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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사회적 상호작용 환경 놓인 인간은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한다. (좌단) 연구팀이 고안한 실험 결과, 본인의 결정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팀원들과의 최후 통첩 게임에서 그 반대 경우 보다 실험참가자들에게 제시된 최종 제안 금액이 더 컸다.(중간) 통제 가능한 팀(A팀)의 구성원(실제로는 컴퓨터 알고리즘)은 실험 참여자의 제안 수락과 거절 여부에 따라 제안 금액을 변동한다. (우단) 계산신경 모델의 정보처리과정을 기반으로 뇌 영상 데이터 분석한 결과 의사 결정 과정에서 복내측전전두엽 영역이 현재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 상호작용에 대한 가치까지 계산해 추척함을 확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