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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를 보는 현미경으로 나노 다이아몬드가 내는 빛을 검출하는 분석법이 개발됐다. 나노 다이아몬드뿐만 아니라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반도체 소재들도 분석 가능한 기술이다. UNIST(총장 이용훈) 화학과의 권오훈 교수팀은 나노 다이아몬드와 같은 ‘와이드 밴드갭 물질’의 발광 특성과 물질 내 전하 입자 이동 등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와이드 밴드 갭 물질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 양자광원 소재 등으로 주목받는 소재지만, 에너지 밴드 갭이 넓은 특수한 물리적 특성이 있어 일반 분광 분석법으로 발광 특성 분석이 쉽지 않았다. |
권 교수팀은 고해상도 투과전자 현미경에 음극선 발광 검출기를 결합하는 새로운 분석법을 썼다. 투과전자 현미경은 원래 전자빔을 물질에 쏴 물질의 구조를 원자수준에서 보는 현미경이다. 이 투과전자 현미경의 고에너지 전자빔으로 와이드 밴드 갭 물질의 전자를 들뜬 에너지 상태로 만들 수 있어 발광 특성 분석이 가능해진다. 전자가 들뜬 에너지 상태에서 바닥 에너지 상태로 떨어지면서 빛이 나오고(발광) 이 정보가 음극선 발광 검출기로 전달되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차세대 양자광원 소재로 꼽히는 나노 다이아몬드를 분석했다. 나노 다이아몬드 내부에는 양자컴퓨터나 정보통신의 광원으로 쓸 수 있는 미세 구조 (다이아몬드 NV 센터)가 여러 개 있는데, 이 미세 구조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이동과 그 소요 시간을 밝혀냈다. |
*다이아몬드 질소-공공(Diamond Nitrogen-Vacancy Center): 다이아몬드 격자 내 불순물인 질소 원자와 인접 탄소 원자의 이탈에 의해 생성되어 가시광선 영역에서 빛을 내는 원자 집단. 상온작동 양자 광원 소재로 각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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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보유한 국내 유일의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 현미경 기술 덕분에 이러한 분석이 가능했다. 아주 작은 물질 속에서 순식간에 일어나는 현상을 포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자빔을 피코(10-12)초 단위로 끊어 조사하여 물질 내 전자의 이동처럼 매우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현상을 읽어낼 수 있으며, 빔을 쏘는 영역을 아주 좁게 만들 수 있어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은 나노 다이아몬드 입자 하나의 구석구석까지 발광 현상을 분리해 측정할 수 있다. 기존에는 나노 다이아몬드 여러 개가 모인 앙상블 상태의 발광 현상만 검출이 가능해 입자 각각의 광특성을 구분해 내는 감도가 떨어졌다. |
제 1저자인 김예진 연구원 (화학과)은 “이번에 개발된 투과전자 현미경 기반 분석법은 똑같이 전자빔을 쓰는 주사전자 현미경 기술과 비교해 물질 내부의 깊숙한 지점까지 관측할 수 있다는 우위가 있다”고 개발된 기술을 설명했다. 권오훈 교수는 “해외 여러 연구팀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법을 완성하기 위해 활발히 연구 중”이라며 “이번 연구로 올 해 7월 프랑스 연구팀이 발표한 주사투과전자 현미경 기반 기술과 견줄 수 있는 첨단 이미징 분석 기법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권 교수는 이어 “개발한 분석법은 와이드-밴드갭 물질 뿐만 아니라 초미세 발광 소재인 양자점, 반데르발스 이종접합 소재의 특성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나노 광소자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수행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12월 13일(현지시각) 세계적인 학술지인 ‘ACS 나노 (ACS Nano)’에 발표됐다. 논문명: Cathodoluminescence in Ultrafast Electron Microscop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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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연구배경 차세대 반도체로 유망한 양자점, 페로브스카이트, 와이드-밴드갭 물질과 2차원 반데르발스 구조체의 응용은 전하의 이동(charge transfer)이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관련 동역학 및 발광 현상에 관한 연구가 다양한 분광학적 방법을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소자의 높은 집적도와 효율 향상을 위해 위 물질들은 매우 작은 단위로 가공해야 하므로 나노미터에 이르는 수준에서 높은 감도로 발광을 검출해 전하 이동 메커니즘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투과전자 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은 원래 원자 수준의 높은 공간해상도로 물질의 구조나 형태를 분석하는 장비이다. 특히 연구팀이 보유한 국내 유일의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 현미경(4-dimensional ultrafast electron microscope)의 경우 높은 동시 시공간 해상도를 지녀 나노 물질의 구조나 형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직접 관측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현미경의 고에너지 전자 펄스를 이용한 음극선 발광(cathodoluminescence) 검출기법은 기존 분광학적 기법으로는 연구하지 못했던 와이드-밴드갭 물질들의 발광 특성을 밝힐 수 있다. 나노미터 크기의 전자빔은 개별 나노 입자들의 발광 특성과 수명, 그리고 더 나아가 나노 입자 내부의 구조특성에 따른 독특한 발광을 검출할 수 있게 한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음극선 발광 검출법을 활용해 광물리적 성질이 뛰어나고 높은 안정성 및 강도를 지닌 다이아몬드 나노입자의 광학적 특성을 규명했다. 순수한 다이아몬드는 활용이 제한적이지만 결정격자 내 질소-공공 센터(혹은 컬러 센터)라 불리는 특수한 결정 결함이 생길 경우, 나노 다이아몬드가 높은 에너지의 이온 충돌에 의해 빛(음극선 발광)을 내게 되는데, 이 현상은 양자 컴퓨팅과 전기장·자기장을 이용한 질병 진단 등 기술 및 바이오 분야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다. 하지만 기존 분광기법으로는 5.6 eV에 이르는 매우 넓은 밴드갭을 가진 나노 다이아몬드를 여기(excitation)하기가 어려워 질소 공공 센터의 발광 메커니즘 및 센터 간 전자·정공 이동에 대한 연구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 현미경을 이용한 음극선 발광 분석법을 제시했다. 분석원리는 다음과 같다.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 현미경의 고에너지 전자 펼스가 질소-공공 센터(nitrogen-vacancy center)가 포함된 나노 다이아몬드에 충돌하면 다양한 조성으로 존재하는 질소-공공 센터들 중 일부가 여기 되어 각기 다른 에너지(색)의 빛을 방출하게 된다. 이때의 발광은 특수하게 제작된 음극선 발광 검출 홀더의 집광판 거울을 이용해 높은 효율로 포집하여 광섬유를 통해 분광기와 시간상관 단광자 계수기(time-correlated single-photon counter)로 전달된다(그림 1). 특히 투과전자 현미경의 집속 전자 빔 크기를 나노미터 수준 작게 만들 수 있어 나노 입자 내부의 서로 다른 위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발광 특성 및 수명을 높은 감도로 검출할 수 있다. 기존 분광학적 방법으로는 공간 분해능의 한계로 인해 앙상블 상태로 존재하는 나노 입자들의 각기 다른 발광 특성을 구분할 수 없었던 반면, 투과전자 현미경을 이용한 음극선 발광 연구는 구조나 크기가 다른 개별 나노 입자는 물론, 나노 입자 내부의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발광 특성을 분리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시료를 투과한 전자의 에너지를 분석해 시료의 발광 특성과 시료 두께(또는 내부 구조)와의 상관관계 또한 얻어낼 수 있어(그림 2) 물질의 구조적, 화학적 및 분광학적 정보를 포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과전자 현미경에서의 음극선 발광 검출은 매우 유용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전자빔을 기반으로 하는 주사전자 현미경기반 음극선 발광 검출의 경우 시료 표면 특성만 주로 분석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분석법을 이용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나노 다이아몬드 내 두 센터 간 전자·정공 이동 동역학을 최초로 밝혔다. H3 센터(녹색 형광)에서 NV0 센터(붉은색 형광)간의 전하(전자, 정공) 이동 동역학이다. 단일 나노다이아몬드에 전자빔을 조사하면 나노 다이아몬드의 원자가띠(valence band)에는 정공이, 전자가띠(conduction band)에는 전자가 생성되는데, 정공과 전자는 각각 안정된 에너지 상태를 갖기 위해 나노 다이아몬드 결정 격자를 통해 이동하고, 이 중 몇몇은 질소-공공 센터의 바닥 상태(ground state)와 들뜬 상태(excited state)에 갇히게 된다. 이 때 H3 센터(녹색 형광)에서 NV0 센터(붉은색 형광)로 이동한 바닥 상태의 정공이 H3 센터의 들뜬 상태에 있는 전자와 재결합하여 형광을 방출하는 과정을 형광 수명 분석을 통해 최초로 밝혀냈다(그림 3). 3. 기대효과 초미세 반도체 발광 소자인 양자점 연구에 주로 활용될 수 있으며, 2차원 반데르발스 이종 구조와 와이드-밴드갭 물질 내 다양한 결함 구조 및 광전 소자의 전자 이동 동역학을 규명하거나 양자 플라즈모닉스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 |
[붙임] 용어설명 |
1. 전자·정공 (전하) 이동 (charge transfer) 두 개 이상의 분자 혹은 물질 내에서 전달되는 전하의 흐름. 2. 투과전자 현미경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자유 전자를 높은 에너지를 갖도록 가속하여 원자 수준에서 물질의 구조, 화학적 조성 및 결정 구조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 3. 음극선 발광 (cathodoluminescence) 전자에 부딪힐 때 물질이 가시광선을 방출하는 현상. 4. 질소-공공 센터 (nitrogen-vacancy center) 다이아몬드 격자 내 불순물인 질소 원자와 인접 탄소 원자의 이탈에 의해 생성되어 가시광선 영역에서 빛을 내는 원자 집단. 순수 탄소로 이뤄진 투명한 일반 다이아몬드와 달리 질소-공공 센터는 유색 발광이 가능해 컬러 센터라고도 불린다. |
[붙임] 그림설명 |
그림1. 투과전자 현미경 기반 음극선 발광 분석법을 이용해 나노 다이아몬드의 발광특성을 분석. 국내 유일의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 현미경에 음극선 발광 검출기를 결합한 분석법을 개발했다. 이 분석법으로 나노 다이아몬드 내 질소-공공 센터에서 방출되는 형광 특성을 높은 시공간 분해능으로 직접 검출했다. 구조나 크기가 다른 개별 나노 입자는 물론, 단일 나노 입자 내부의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발광 특성 분리가 가능하다. 다양한 질소-공공 센터의 발광을 높은 감도에서 검출하고,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질소-공공 센터(NV0, H3) 간 전자·정공 이동 동역학을 최초로 밝혔다. |
그림2.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 현미경을 이용한 음극선 발광 검출법 모식도. (왼쪽) 고에너지 전자빔 펄스에 부딪힌 시료에서 방출된 형광은 특수하게 제작된 음극선 발광 검출 홀더의 집광판 거울을 이용해 높은 효율로 포집하여 광섬유를 통해 분광기와 시간상관 단광자 계수기로 전달된다. (오른쪽) 나노 다이아몬드 결정 격자 내 다양한 조성으로 존재하는 질소-공공 센터들 중 일부가 여기 돼 각기 다른 에너지(색)의 빛을 방출하게 된다. |
그림3. 나노 다이아몬드의 질소-공공 센터(NV센터) 간 전하 이동 메커니즘. 단일 나노 다이아몬드 내에 전자빔이 조사됨과 동시에 나노 다이아몬드의 원자가띠에는 정공이, 전자가띠에는 전자가 생성된다. 이 정공과 전자는 각각 안정된 에너지 상태를 갖기 위해 나노 다이아몬드 결정 격자를 통해 이동하고, 이 중 일부는 질소-공공 센터의 바닥 상태와 들뜬 상태에 갇히게 된다. 이 때 H3 센터(녹색 형광)에서 NV0 센터(적색 형광)로 이동한 바닥 상태의 정공이 H3 센터의 들뜬 상태에 있는 전자와 재결합하여 형광을 방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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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나노 다이아몬드의 질소-공공 센터 음극선 발광 스펙트럼과 시료 두께 간 상관관계. (왼쪽) 다양한 조성의 질소-공공 센터에서 방출된 음극선 발광 스펙트럼. (오른쪽) 단일 나노 다이아몬드 내 각기 다른 위치에서 측정된 음극선 발광 세기와 나노 입자 두께 간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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