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2. 9. 15 (목)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빛’으로 독성 조절해 ‘암세포’만 잡는다!

권태혁 UNIST 교수팀, 생체 무해한 나노젤 이용 광감각제 독성 조절 전략 제시
정상세포서 독성 낮추고 암세포에선 강한 독성… Angewandte Chemie 게재

빛으로 쪼여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광역동 치료를 안전하게 쓸 방법이 나왔다. 생체에 무해하고 안정한 ‘나노젤(Nanogel)’을 써서 체내 부작용을 줄인 시스템이다.

UNIST(총장 이용훈) 화학과 권태혁 교수팀은 정상세포 환경에선 안정하게 항암제를 보관하고, 빛이 쬐어진 암세포 환경에서만 항암제를 방출하는 나노젤 광감각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광역동 치료는 빛에 반응해 활성산소(독성)를 만드는 ‘광감각제’로 암세포를 사멸하는 방법이다. 광감각제가 활성산소를 더 많이 만들게 하려고 중금속을 연결하는 방법이 많이 쓰이는데, 이 경우 체내 부작용이 야기된다. 중금속과 연결된 광감각제의 자체 독성이 혈액 순환 중에 정상세포의 기능을 저해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그림] 나노젤(P-IrNG) 광감각제 시스템의 모식도

권태혁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에 잘 녹으면서 생체에도 적합한 고분자 기반 나노젤로 광감각제를 감싸는 방법을 선택했다. 나노젤은 정상적인 환경에서 광감각제를 보호해 체내 독성을 줄이고, 치료가 필요한 암세포에 빛을 쪼이면 활성화돼 독성을 높였다.

제1저자인 이채규 UNIST 화학과 석‧박통합과정 연구원은 “빛을 이용해 종양 등 원하는 부위에서만 광감각제의 독성이 보이는 것은 ‘산화-환원 반응의 가역성’과 ‘나노젤의 소수성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정밀하게 조절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나노젤 물질은 소수성 방향족 고리와 친수성 고분자 구조로 이뤄지는데, 소수성 고리 개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광감각제를 안정적으로 담는다. 또 이 물질은 빛을 주지 않으면 정상세포와 암세포 환경에서 24시간 동안 모양과 크기를 유지했다.

공동으로 연구를 주관한 김병수 연세대 교수는 “생체에 적합한 고분자를 이용해 나노젤을 만드는 과정에서 티올기(-SH)와 이황화결합(S-S)의 산화-환원 가역반응을 이용했다”며 “두 물질이 서로 가까울 때 나타나는 산화-환원 가역반응은 어두운 환경에서 나노젤이 모양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모양을 잘 유지하던 나노젤은 암세포에서 빛을 받으면 작동을 시작한다. 빛을 받은 광감각제가 활성산소를 과량 생성하고, 이 영향으로 나노젤 속 티올기가 슬폰산기로 바뀌는 것. 슬폰산기는 음전하를 띠어 서로 밀어내다가 나노젤을 분해해버린다. 이때 독성을 가진 광감각제가 방출돼 암세포를 공격하는 원리다.

권태혁 교수는 “광감각제를 담은 나노젤의 분해를 빛과 암세포 내 환경을 이용해 시공간적(spatiotemporal)으로 제어했다”며 “광감각제가 암만 골라 공격하도록 선택성을 높임으로써 암 환자의 치료 부작용을 줄이는 중요한 분자공학적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권위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9월 12일자 온라인 출판이 완료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TIPS, 국립암센터, 울산과학기술원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명: Dual-Modulated Release of a Cytotoxic Photosensitizer Using Photogenerated Reactive Oxygen Species and Glutathione)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김학찬 실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1

화학과: 권태혁 교수 (052)217-2947

  • [연구진] 오른쪽부터 권태혁 교수, 이채규 연구원, 이채헌 연구원
  • [연구진] 김병수 연세대 교수
  • [연구그림] 나노젤(P-IrNG) 광감각제 시스템의 모식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광역동 치료(photodynamic therapy, PDT)는 암 치료에 빛에 반응하는 물질인 광감각제(photosensitizer)를 사용하는 차세대 치료법이다. 광감각제는 빛을 받으면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을 만들어내는데, 이 물질의 강한 산화력을 기반으로 암세포 내 산화-환원 균형을 망가뜨리는 원리다. 치료 효율은 광감각제의 활성산소종 생성 효율에 의해 결정된다.

광감각제(유기물)에 중금속을 도입하면 활성산소종 생성이 극대화된다. 이를 중금속 효과(heavy atom effect)라 하는데, 일중항산소(1O2)에서는 그 효과가 더 커진다. 이외에 전자전이로 생성되는 라디칼형 활성산소는 ‘슈퍼옥사이드 라디칼(superoxide radical, O2•−), 하이드록시 라디칼(hydroxyl radical, OH•), 과산화수소(H2O2)’ 등이 있다. 하지만 중금속이 도입된 광감각제는 필연적으로 강한 소수성(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띤다. 또 중금속 자체 독성으로 낮은 수계 용해도와 세포 독성을 보인다. 따라서 중금속 기반 광감각제는 정상세포에서도 독성을 보여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과분지형 폴리에테르 기반 고분자(hyperbranched polyglycerol, PGs)는 끝에 있는 다량의 하이드록시기(hydroxyl group)로 인해 높은 생체 적합성을 가진다. 기본구조(단위체)인 글리시돌(glycidol)에 산화-환원 반응에 민감한 이황화결합 (S-S)을 도입하면 가역반응(reversible reaction)인 티올(-SH)과 이황화결합(S-S) 사이 교환반응(thiol-disulfide exchange)이 계속된다.(두 작용기가 가까울 경우) 이 과정에서 자기가교결합(self-cross-linking)을 통해 ‘나노젤(nanogel, IrNG)’이 합성된다.

일반적으로 ‘이황화결합을 가지는 환원 민감성(reduction-responsive) 나노입자’는 환원성 높은 환경의 세포에서 분해된다고 알려졌다. 이에 기존에는 이황화결합을 통해 나노입자의 암세포 내 수동적 분해(passive degradation)를 유도했다. 하지만 환원 환경의 세기가 정상세포와 암세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어 이러한 수동적 분해는 오히려 정상세포에서의 약물 방출을 유도할 수 있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산화-환원 안정적 자기가교결합으로 형성된 나노젤의 소수성 상호작용을 증가시켜, 나노젤 내부의 티올과 이황화결합을 계속 가까이 위치하게 했다. 이를 통해 혈액이나 체액 대비 높은 환원성을 가지는 세포환경(정상세포와 암세포 모두)에서도 가역 반응의 활성화를 유도했다. 그 결과 빛을 주지 않는 어두운 조건에서는 나노젤이 높은 환원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광감각제를 담고 있음을 확인했다.

정상세포(NIH3T3)와 암세포(HeLa, A549)는 빛이 없는 조건에서 광감각제(TIr3)만 투여한 결과와는 달리, 나노젤(IrNG)이 있는 조건에서 높은 생체 적합성(>70% cell viability)을 보였다. 또 동물 종양 모델에서도 빛이 없을 땐 대조군(PBS+hv-)과 종양 성장 속도가 비슷해, 광감각제가 담긴 나노젤은 생체 독성이 없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빛을 주면 나노젤 안에 담긴 광감각제에서 과량의 활성산소가 생성됐다. 활성산소는 티올을 비가역적(irreversible)으로 산화시켜 술폰산기(-SO3⊝)를 형성하므로 정전기적 척력에 의해 나노젤이 곧바로 분해된다. 결국 독성을 가지는 광감각제는 빛이 쪼여진 암세포에서만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빛을 받은 암세포에 광감각제만 투여한 결과와 유사한 세포 독성을 나타냈고, 동물 종양 모델에서도 종양성장속도를 현저하게 감소시켰다.

3. 기대효과

본 연구에서는 산화-환원의 가역 반응과 소수성 상호작용을 이용해 어두운 환경에선 독성 광감각제를 담고, 빛을 받은 환경에선 과산화로 인해 분해돼 광감각제를 방출하는 ‘산화-환원 민감성 나노젤’을 보고했다. 빛을 쪼여준 순간 그 위치에서만 독성 광감각제가 활성화되는 것을 정상세포와 암세포, 동물 종양 모델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시공간적으로 광감각제의 독성을 제어할 수 있는 나노입자 분자 디자인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효율이 매우 좋지만, 자체 독성으로 생체 내 적용이 어려웠던 광감각제의 응용범위를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 아니라 수동적으로 분해돼 원하는 정확한 위치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정상세포에서도 분해됐던 이황화결합 기반 나노입자의 암 선택적 분해 능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붙임] 용어설명

1. 광감각제 (photosensitizer)

광활성에 의해 활성산소를 생성할 수 있는 물질.

2. 티올-이황화결합 교환 반응(thiol-disulfide exchange)

교환 반응 중에 산화(deprotonation)된 티올기(R1-S⊝) 중 하나가 이황화결합 (disulfide bond, R2-S-S-R3)에 친핵성 공격(nucleophilic attack)을 하면 중간체 (intermediate, 아래 그림 가운데)가 형성된다. 이때 공격한 티올기(R1-S⊝)가 아닌 다른 한 개(R3-S⊝)는 떨어져 나가고 새로운 이황화결합(R1-S-S-R2)를 남긴다.

3.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산소 원자를 포함하는 화학적 반응성이 높은 분자. H2O2, O2·-, ·OH 및 1O2를 포함하며, 세포 내 호흡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다. 생성된 활성산소종은 주변의 단백질, 지방 및 당을 산화하며 세포에 유해한 물질로 작동한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산화-환원 반응에 따른 나노젤(P-IrNG)의 구조 변화 모식도.

혈액, 체액과 같은 세포 바깥 환경(왼쪽 푸른 바탕)과 암세포(오른쪽 붉은 바탕과 푸른 바탕)에서 나노젤 광감각제 시스템. 광감각제(주황색 입자)가 나노젤에 감싸져 있다가 암세포 환경에서 빛을 쪼일 때 나노젤이 풀어지면서 밖으로 방출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운데 그림은 정상세포에서 나노젤 모양이 유지되는 산화-환원 가역반응, 오른쪽 그림은 빛을 쪼였을 경우 나노젤이 분해되는 모습.(티올기가 음전하를 띠는 슬폰기로 변하면서 서로 밀어낸다.)

그림2. 어두운 환경에서 높은 안정성을 보이는 산화-환원 반응성 나노젤

(a) 본 연구에 사용된 초분기 고분자 구조와 친수성 세기에 관한 모식도. (b) 사용된 중금속 광감각제(TIr3)의 분자 구조. (c) 어두운 환경에서의 나노젤 구조에 관한 모식도. (d―f) 어두운 환경에서의 세포 생존률 (d, HeLa 암세포; e, A549 암세포; f, NIH3T3 정상세포). (g) 어두운 환경에서의 P-IrNG 나노젤의 수계 사이즈 변화.

그림3. 빛을 받은 환경에서 분해되는 나노젤.

(a) 빛을 받은 암세포 환경에서의 나노젤 구조 변화에 관한 모식도. (b) 세포 내 활성산소 생성 정도를 확인하는 green signal(DCFH-DA 분석). (c) 빛을 받은 HeLa 암세포의 세포 생존률. (d) 2시간째에 빛을 주었을 때 나노젤의 사이즈 변화. (e) 암세포 환경 (환원환경)과 빛의 유무에 따른 광감각제 방출량 비교. (f) 광역동 치료 후 18일 째의 동물 종양 사이즈 비교. (hv-: 어두운 환경, hv+: 빛을 준 환경, 대조군: P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