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2. 11. 21. (월)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면접순서가 평가에 영향 준다? … ‘합리적 뇌’ 때문

권오상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 뇌 인지 처리의 ‘순서 효과’ 작동 원리 밝혀
순차 제시되는 대상 인식서 상반된 인지편향 공존 확인… BMC Biology 발표

면접순서는 평가에 어떤 식으로도 영향을 준다. 앞선 지원자에 대한 평가가 다음 지원자의 평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칫 공정하지 않고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뇌가 합리적으로 인지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UNIST(총장 이용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권오상 교수와 문종민 연구원은 순서대로 제시되는 시각 대상을 평가할 때, 직전 평가가 현재 대상에 대한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그 결과 현재 평가는 바로 전 평가와 비슷한 방향’, 그리고 바로 전 대상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동시에 작동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상반된 인지편향을 만들어내는 계산과정을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을 제시했다.

쇼핑이나 만남 등 일상에서 각종 평가는 순서대로 이뤄진다. 사람들은 먼저 것을 기준 삼아 눈앞의 것을 평가하며, 상반된 방향이 동시에 나타난다. 우수한 면접자나 상품을 본 다음에는 상대적으로 더 나쁘게 보일 때도 있고, 긍정적인 인식이 이어져 더 좋게 보이기도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두 가지 상반된 인지편향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권오상 교수는 “우리가 경험하는 거의 모든 대상은 시간적 연속성을 가진다”며 “상태는 천천히 변하므로 직전과 현재가 비슷하다고 가정하는 게 합리적이고, 대상의 변화를 감지하려면 차이점을 극대화하는 게 효과적이므로 뇌 인지는 두 방향을 모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오늘 폭염주의보가 있었다면 아무도 내일 갑자기 폭설이 올 것이라고 예상치 않는다. 환경은 천천히 변하므로 직전 상태와 현재와 비슷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사례다. 반면, 어제 날씨가 찌는 듯이 더웠다면 오늘 온도가 높더라도 상대적으로 어제보다는 선선한 편이라고 느낀다. 변화를 감지하는 데는 차이점을 극대화한 것이 효과적인 사례다. 이번 연구는 이런 두 가지 상반된 편향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실험적으로 밝혔다.

실험 참가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점들을 보고, 그 방향을 보고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여러 번 진행된 과제에서 참여자들은 직전에 수행한 결과에 영향을 받아 편향된 응답을 내놓았다. ‘직전 시행에서 점들이 움직인 방향(실제 객관적 자극)’과 멀어지는 쪽이자, ‘직전에 응답한 방향(주관적 판단)’과는 비슷한 쪽이었다.

연구진은 이런 인지편향은 뇌의 인지 처리가 대상의 상태를 표상하고, 이 표상을 해석하는 두 과정으로 나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표상은 대상의 정보를 뇌로 입력하는(encoding) 과정이고, 해석은 입력된 정보를 풀어내는(decoding) 과정이다. 인지 과정에서 표상과 해석은 분리돼 있으며, 각각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반된 인지편향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만든 수학적 모델에 따르면, 뇌가 대상의 상태를 표상할 때에는 직전 상태에서 변화를 잘 감지할 수 있도록 제한된 정보처리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한다. 다음으로 표상을 해석할 때에는, 바로 전에 대상을 통해 얻은, 현재 상태의 예상치를 방금 얻은 표상과 통합해 수학적으로 최적화된 추론을 내린다.

권오상 교수는 “바로 전 대상에 따라 현재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 일견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수학적으로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내린 결과”라며 “이번 연구는 우리의 편향된 평가가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합리성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지편향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양극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뇌 인지 처리에서 나타나는 순서효과를 규명한 이번 연구가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단초를 제시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SSK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의 주요 학술지인 비엠씨 바이올로지(BMC Biology)’에 게재됐다.

(논문명: Attractive and repulsive effects of sensory history concurrently shape visual perception)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김학찬 실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1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권오상 교수 (052)217-2735

  • [연구진] 이번 연구를 진행한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권오상 교수(왼쪽)와 문종민 연구원(오른쪽)
  • [연구그림] 움직임 추적 인지 실험 개념도
  • [연구그림] 시지각 실험에서 발견한 두 가지 반대 방향의 인지편향
  • [연구그림] 인지편향의 계산과정을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 시뮬레이션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추론, 의사결정, 기억, 감정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수행하는 과제에는 대부분 순서효과가 나타난다. 순서효과란 일종의 인지편향으로, 사람이 현재 대상에 대해 내린 평가가 바로 전에 평가한 대상에 의해 편향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기존에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①바로 전에 평가한 대상과 상반되게 평가하거나, ②그와 비슷하게 평가하는 서로 반대되는 순서효과가 보고됐다. 최근 연구는 두 가지 순서효과가 상황과 상관없이 매번 동시에 작동한다는 이론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적 증거는 보고된 된 바 없고, 두 순서효과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의 목표는 32명의 건강한 실험 참가자가 시지각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의 응답 패턴을 분석해 순서효과를 측정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실험은 화면에 나타나는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점들을 보고 나서 점들이 움직인 방향을 보고하는 간단한 과제였다.

시지각 과정을 비롯한 뇌의 정보처리는 뇌가 먼저 정보를 표상하고, 이 표상을 해석하는 인코딩(encoding)-디코딩(decoding) 과정으로 묘사할 수 있다. 연구진은 대상의 상태를 표상하고 해석하는 각각의 단계에서 반대 방향의 편향이 발생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분석을 진행했다.

먼저 대상의 상태를 표상할 때에는 제한된 정보처리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때문에 바로 전의 표상으로부터 멀어지는 표상을 지니게 된다. 이후 이 표상을 해석할 때에는 통계적으로 최적화된 추론을 하기 위해 바로 전에 추론한 대상의 상태와 현재 대상의 상태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가정하에 바로 전에 해석한 값과 비슷한 해석을 내리게 된다. 종합하자면, 현재 대상에 대한 실험 참가자의 의사결정에는 직전 대상의 상태로부터 멀어지고, 직전 대상에 대한 실험 참가자의 의사결정과 비슷해지는 두 가지 반대 방향의 편향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분석을 통해 가설과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를 발견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방금 화면에 나타난 점들이 움직인 방향을 보고할 때, 보고한 방향은 직전 시행에서 점들이 움직인 방향(표상)으로부터 멀어지고, 반대로 직전 시행에서 보고한 방향(해석)을 향해 가까워졌다.

연구진은 또 실험을 통해 관찰한 두 가지 반대 방향의 편향을 불러일으키는 인코딩-디코딩 계산과정을 수리 모델로 구현했다. 먼저 대상의 상태를 측정해 표상하는 신경세포 집단을 모형화해, 이 모델 신경세포들이 감각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바로 전에 표상한 대상의 상태에 선택적인 신경세포들은 반응이 약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바로 전 대상의 상태와 현재 대상의 상태가 같을 경우, 현재 표상하는 정보는 불필요하게 중복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작을 통해 신경세포들의 표상은 대상의 상태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감각 정보의 표상은 바로 전 대상의 상태에 대한 추론으로부터 얻어진 예측과 통합돼 해석됐다. 천천히 변화하는 자연환경에서는 직전 대상의 상태와 현재 대상의 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므로 직전 대상의 상태를 추론했다면, 그 값이 바로 자연스럽게 현재 대상의 상태에 대한 예측값이 된다. 이때 통계적으로 최적화된 추론은 현재 대상의 상태에 대한 예측값과 현재 대상의 상태를 측정한 표상을 각 정보의 불확실성에 기반해 통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예측값을 이용해 내린 해석은 필연적으로 오로지 감각 정보의 표상에만 기반해 내린 해석보다 수학적으로 더 정확하다. 연구진은 이렇게 구축한 수리 모델을 시뮬레이션해 실험으로 얻은 인간 행동 데이터와 일관된 결과, 즉 직전 대상의 상태로부터 멀어지고 그와 동시에 직전 대상의 상태에 대한 추론으로 가까워지는 데이터를 얻어냈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시지각 과제를 이용해 우리의 의사결정이 어떤 계산과정을 통해 어떠한 인지편향들을 만들어내는지를 실험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결과는 뇌의 정보처리 과정이 수학적 합리성에 기반해 작동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인지편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알려준다. 순서효과가 대표적인 인지편향임과 동시에 시지각 과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동 과제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본 연구에서 밝힌 인지편향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항상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인지편향이 현대 사회의 주요 문제점인 사회 갈등과 양극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이를 해결할 개입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시발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1. 움직임 추적 인지 실험 개념도: 실험 참가자들은 응시점을 쳐다보다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무수한 점들을 보게 된다. (자극) 다음에는 다시 응시점이 나타나고, 앞서 점들이 움직인 방향을 보고하게 된다. (응답) 이 실험은 보통 한 차례만 진행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한 사람이 같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앞선 순서의 자극과 응답이 현재의 응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폈다.

그림2. 시지각 실험에서 발견한 두 가지 반대 방향의 인지편향: 실험 참가자들은 직전 시행의 자극과 응답에 영향을 받아서 편향된 응답을 내놓았다. 현재 시행의 응답 결과(하늘색)는 직전 시행의 자극(초록색)과는 멀어지는 방향으로, 직전 시행의 응답(연두색)과는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동시에 나타났다.

그림3. 인지편향의 계산과정을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 시뮬레이션: (A) 일반적으로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에서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민감도를 낮추게 된다. (B) 이에 따라 정보를 인식할 때, 앞선 결과와 먼 방향에 대한 정보처리에 더욱 치우치는 결과가 나온다. (C) 뇌에서 정보를 해석할 때는 앞서 인식한 정보와 앞서 내린 판단(사후 믿음)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이때 앞선 결과와 동일한 방향으로, 또 정반대 방향으로 인지편향이 동시에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