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2. 11. 28.(월)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독한 화합물 더 쉽게 분해하는 촉매 설계법 개발

조재흥 UNIST 교수팀, 방향족 탄화수소 '안트라센' 분해 경로 규명
유해물질 분해하는 촉매제 개발에 도움… JACS(美화학학회지) 게재

석탄이나 경유, 휘발유 등을 사용할 때 나오는 유독물질, ‘안트라센’을 수월하게 분해할 수 있는 촉매 설계법이 나왔다. 사람 몸에 존재하는 금속 효소와 활성산소가 만나 이뤄진 ‘금속-활성산소 종’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UNIST(총장 이용훈) 화학과 조재흥 교수팀은 금속-활성산소 종의 하나인 ‘망간-히이드록소 종’이 유독성의 방향족 탄화수소*인 안트라센을 분해한다는 것과 이 반응이 전자 전달 메커니즘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규명했다. 인체나 환경에 해로운 유기 물질을 분해하는 금속 촉매 개발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방향족 탄화수소(芳香族炭化水素, aromatic hydrocarbon): 방향족성을 가지고 있는 탄화수소를 말한다. 방향족 탄화수소 중 가장 간단한 물질이 벤젠(C₆H₆)이기 때문에 이 고리를 "벤젠 고리"라고 부른다.
← 벤젠고리 모양 ← 안트라센 모양

안트라센은 석탄이나 타르 같은 연료를 사용하는 산업시설이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공기 중에 섞이면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생체 내에서도 유전자 독성을 갖고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발암성 물질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물질을 분해하는 일은 환경화학‧생화학 분야에서 중요하게 인식된다.

안트라센은 벤젠 고리 3개로 이뤄진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로, 용해도가 낮고 화학적으로 안정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분해하려면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저온 조건에서 안트라센을 분해할 수 있는 촉매를 설계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제1저자인 이유정 UN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방향족 탄화수소 중 탈취제로 쓰이는 ‘나프탈렌’은 매우 안정적인데, 자연계의 금속 효소인 ‘나프탈렌 이산화효소’가 작용하면 쉽게 분해된다”며 “이를 모방해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를 분해할 수 있는 촉매 물질을 설계해 높은 온도와 압력 조건이 아니어도 분해할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자연계에서 금속 효소는 외부의 산소와 전자를 이용해 ‘금속-활성산소 중간체’를 형성하고, 이 중간체가 분해 반응에 직접 관여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요오도소 벤젠을 통해 ‘망간-하이드록소 종’을 합성하고, 이 물질이 안트라센의 분해 반응에 관여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여기에 따르면, ‘망간-하이드록소 종’은 전자 전달 반응으로 안트라센을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 이동 반응에 대한 분석은 마커스 이론*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마커스 이론 (Marcus theory): 1956년 Rudolph A. Marcus가 개발한 이론으로, 전자 전달 반응의 속도(전자가 한 화학종에서 다른 화학종으로 이동하거나 점프할 수 있는 속도)를 설명하는 화학 물리학적 이론이다. 생체 모방 화학에서는 화학 반응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데에 마커스 이론이 사용된다.

조재흥 교수는 “생체 모방 화학을 통해 합성한 ‘망간-하이드록소 종’의 높은 환원 전위 특성을 통해 환경오염물질인 안트라센을 저온에서 분해하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전자 전달 반응의 원리를 마커스 이론을 통해 처음 분석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크다”며 “이번 연구는 향후 환경 및 산업 분야에서 환경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촉매를 개발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에서 분광학 분석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로이토바(J.Roithová)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발표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자)과 단계도약형 탄소중립기술 개발사업 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명: Aliphatic and Aromatic C-H Bond Oxidation by High-Valent Manganese(IV)-Hydroxo Specie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김학찬 실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1

화학과: 조재흥 교수 (052)217-2676

  • [연구그림] 망간-하이드록소 종의 합성 과정과 안트라센 산화 반응 도식
  • [연구진]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정동현 박사, 이유정 연구원, 손영진 연구원
  • [연구진] 조재흥 UNIST 화학과 교수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온화한 조건에서 탄소-수소 결합 활성에 관한 촉매 개발은 합성화학뿐 아니라 의약품 산업에서도 중요한 연구 과제이다. 특히, 높은 산화 전위를 지닌 방향족 화합물의 탄소-수소 결합 산화 반응에 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지 못한 실정이다. 합성 유기화학이나 산업 분야에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 혹은 팔라듐(Pd)이나 루테늄(Ru)과 같은 촉매를 이용해 이와 같은 반응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계에서 페닐알라닌 수산화효소와 같은 금속 효소(Metalloenzyme)는 온화한 조건에서 전이금속-활성산소 종을 통해서 강한 탄소-수소 결합 산화 반응을 촉매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생체 모방 화학에서 생무기 화학자들은 다양한 금속 효소의 활성자리를 모방한 모델 화합물을 합성했고, 이들의 반응성을 조사했다. 여러 종류의 망간-옥소, 철-옥소 등의 전이금속-활성산소 종들이 합성됐고 이에 관한 반응성 연구가 반응속도론적 분석과 계산 연구를 바탕으로 자세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망간-하이드록소 종을 이용한 강한 탄소-수소 결합 산화 반응을 연구한 사례는 드물고, 특히 마커스 이론을 바탕으로 반응 기작을 분석한 연구의 전례는 없었다.

2. 연구내용

본 연구팀은 높은 산화력을 가진 망간-하이드록소 종을 합성하고 이를 이용해 안트라센에 대한 산화 반응 기작을 마커스 이론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새로운 망간-하이드록소 종은 거대 고리분자 배위자를 사용해 합성했고, 다양한 분광학적 분석법을 통해 물리화학적, 구조적 특성을 확인했다.

합성된 망간-하이드록소 종은 두 가지 산화제(요오도소 벤젠과 세릭 암모늄 나이트레이트)를 통해 합성했고, 세릭 암모늄 나이트레이트를 이용한 산화 반응을 통해 망간-하이드록소 종의 전구체가 망간-비스하이드록소 종임을 밝혀냈다.

망간-하이드록소 종은 저온 조건에서 다환 방향족 화합물인 안트라센과 반응했고, 최종 생성물은 6개의 전자가 산화된 안트라퀴논으로 확인됐다. 동위원소 표지법을 통해 안트라퀴논의 산소가 망간-하이드록소 종에서 왔음을 확인했다. 또 반응에 대한 정확한 기작을 분석하기 위해 반응 속도론 연구를 진행했다. 안트라센의 9번 위치에 다른 전자 조절기를 지닌 안트라센 유도체들의 산화 전위에 따른 속도 변화를 분석했고, 추가적인 전자 전달 반응 기질과의 반응성을 바탕으로 마커스 이론을 이용해 산화 반응 메커니즘의 속도결정단계가 첫 번째 단계의 전자 전달 단계라는 것을 증명했다. 동위원소효과 연구를 통해 전자 전달 반응이 반응 속도 결정 단계라는 것을 한 번 더 증명했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에서는 저온 조건에서 망간-하이드록소 종의 방향족 화합물에 대한 반응성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안트라센의 산화 반응을 통해, 환경적으로 유독한 다환 방향족 화합물에 대해 효과적으로 산화시킬 수 있는 촉매 개발이 기대된다. 높은 산화 능력을 가진 망간-하이드록소 종의 반응성에 관한 연구는 환경 화학뿐 아니라 의약품 산업에서도 중요한 연구 결과로 여겨진다. 또 금속-하이드록소 종의 전자 전달 반응성 연구를 통해 금속효소의 반응 기작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붙임] 용어설명

1. 금속-활성산소 종 (Metal-reactive oxygen species)

생체 내에서 유기 분자의 물질대사적 변환에 사용되는 금속 효소의 활성 자리를 이루고 있는 전이금속 착물. 금속 효소는 외부의 산소와 전자를 이용해 금속-활성산소종을 형성한다. 여기에는 금속-수퍼옥소, -퍼옥소, -옥소, -하이드로퍼옥소, -하이드록소와 같은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들은 강한 산화력을 갖고 외부 물질들을 산화시켜 독성을 제거하거나 생체분자를 합성한다.

2. 안트라센 (Anthracene)

안트라센은 벤젠고리 3개로 이루어진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중 하나이다. 인체에 노출되면 피부와 내장 기관, 혈액과 림프계에 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유해 물질로 여겨진다. 또 산업 환경에서의 공정 과정 중 부가 생성물로 나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유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3. 마커스 이론 (Marcus theory)

1956년 Rudolph A. Marcus가 개발한 이론으로, 전자 전달 반응의 속도(전자가 한 화학종에서 다른 화학종으로 이동하거나 점프할 수 있는 속도)를 설명하는 화학 물리학적 이론이다. 생체 모방 화학에서는 화학 반응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데에 마커스 이론이 사용된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1. 망간-하이드록소 종의 합성 과정과 안트라센 산화 반응 도식

망간-하이드록소 종은 3당량의 요오도소 벤젠을 통해 합성되며 이는 전구체의 지방족 탄소-수소 결합 산화를 통해 형성됐다. 망간-하이드록소 종은 방향족 화합물인 안트라센을 6전자 산화를 통해 안트라퀴논으로 변환시키며 이에 관한 메커니즘은 마커스 이론을 바탕으로 자세히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