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2. 11. 29. (화)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속기 속 ‘입자 빔 형상’을 자유자재로 바꾸다

정모세 UNIST 교수팀, 차세대 가속기용 빔 위상 제어기술 실증
美 아르곤연구소와 협업… Physical Review Letters 논문 게재

더 작은 규모로 더 높은 성능을 낼 ‘차세대 가속기’를 실용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의 실증실험이 성공했다.

UNIST(총장 이용훈) 물리학과의 정모세 교수팀(고강도 빔-가속기 연구실)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입자 빔 위상공간* 제어기술’을 실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실증실험은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 웨이크필드 가속기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됐다.

*위상공간(phase space): 입자들의 각 방향으로의 위치(x, y, z)와 이에 해당하는 운동량으로 이뤄진 좌표계

가속기는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나 양성자, 이온 등 전하(電荷)를 가진 입자에 빠른 속도를 주고(가속) 에너지를 공급하는 장치다. 가속기 속에서 매우 빨라진 입자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빔(beam)을 만든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빔이 물질에 부딪히면서 나타나는 효과를 이용하거나, 빔이 휨자석을 지나면서 내는 방사광을 이용한다. 자연계의 물리법칙이나 물질의 구조 등을 밝히고, 신약 개발이나 난치암 치료 등에도 사용하는 것이다.

차세대 가속기는 기존 가속기보다 훨씬 더 작은 규모로 훨씬 더 높은 성능을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빔의 위상공간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재 ‘빔의 횡단면 방향으로 위상공간 제어’는 자석을 이용하면 쉽게 할 수 있고 기술도 잘 정립돼 있다. 하지만 ‘빔 진행 방향으로 위상공간 제어’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모세 교수는 “빔 진행 방향으로 위상공간을 제어하려면 복잡한 고주파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특수한 진공 구조물을 사용해야 한다”며 “이런 방법이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들이 원하는 형상으로 빔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빔 위상공간 제어방법’을 개발하고, 실증에도 성공했다. 빔의 횡단면 방향 위상공간과 빔 진행 방향의 위상공간을 서로 바꾸는 ‘이미턴스 교환(Emittance Exchange)’에 바탕을 둔 기술이다. 즉, 빔 진행 방향으로의 빔 분포를 횡단면 방향으로 먼저 바꾼 후, 자석을 이용해 형상을 제어하고, 이를 다시 원래의 빔 진행 방향 분포로 되돌리는 것이다.

석지민 포항가속기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쉽게 말해 두 방향을 바꾸어서 빔의 형상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면서 “10여 년 전에 이런 개념이 제안됐으나 여러 물리적 불확실성이 있었고, 마땅한 실증실험시설이 없어서 실제 가속기에 적용하는 것은 미뤄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증실험은 석지민 연구원과 하광희 미국 노던 일리노이대 교수가 주도했다. 이들은 아르곤 웨이크필드 가속기(Argonne Wakefield Accelerator, AWA) 시설에 ‘이중 이미턴스 교환 빔 라인’을 구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빔 라인을 최적화했고, 실험에 수반되는 다양한 오차 및 한계 요소들을 분석했다. 또 비선형성 제어를 위해 8극 전자석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설치했다.

정모세 교수는 “빔 진행 방향으로의 위상공간을 자유자재로 제어를 할 수 있게 되면, 소형 차세대 가속기의 실용화가 가능해진다”며 “기존에 불가능했던 다양한 물리학적 연구를 가능케 해주는 중요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가속기인력양성 및 활용지원 사업(미래기반 가속기 전문인력양성 사업단)의 지원을 받았다.

논문명: Experimental demonstration of double emittance exchange toward arbitrary longitudinal beam phase-space manipulation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김학찬 실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1

물리학과: 정모세 교수 (052)217-2518

  • [연구그림] 8극 전자석의 크기를 변화할 때 나타나는 빔 진행 방향 위상공간의 비선형성 제어 실험 결과(이중 이미턴스 교환 기법을 세계 최초로 이용)
  • [연구그림] 이번 실증실험에 사용된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웨이크필드 가속기 시설의 모식도
  • [연구진] 이번 연구를 주도한 석지민 포항가속기연구소 박사(가운데)와 정모세 UNIST 교수(오른쪽), 하광희 미국 노던 일리노이대 교수(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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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차세대 가속기1)는 기존의 가속기보다 훨씬 더 작은 규모로 훨씬 더 높은 성능을 내야 하므로 정교한 빔 위상공간2) 제어가 필수적이다. 빔의 횡단면 방향의 위상공간 제어는 자석을 이용하면 쉽게 할 수 있고, 이 기술은 잘 정립돼 있다. 하지만 빔 진행 방향으로의 위상공간 제어는 복잡한 고주파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특수한 진공 구조물을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물리학자들이 원하는 형상으로 빔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 적용된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빔 위상공간 제어방법이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 적용된 기술은 빔의 횡단면 방향 위상공간과 빔 진행 방향의 위상공간을 서로 바꾸는 이미턴스 교환(Emittance Exchange)3)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빔 진행 방향으로의 빔 분포를 횡단면 방향으로 먼저 바꾼 후, 자석을 이용해 형상을 제어하고, 이를 다시 원래의 빔 진행 방향 분포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번 실증실험은 아르곤 웨이크필드 가속기(Argonne Wakefield Accelerator, AWA) 시설에 이중 이미턴스 교환 빔라인(double emittance exchange beamline)을 구축해 연구를 진행했다.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빔 라인을 최적화했고, 실험에 수반되는 다양한 오차 및 한계 요소들을 분석했다. 또 비선형성 제어를 위해 8극 전자석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설치했다.

3. 기대효과

빔 진행 방향으로의 위상공간을 자유자재로 제어를 할 수 있게 되면, 플라즈마 기반 또는 구조체 기반 웨이크필드 가속기의 실용화가 가능해져서, 수백 미터(m)에서 수 킬로미터(km)에 이르는 대형 가속기 시설이 수 미터(m)~수십 미터(m)의 크기로 줄어들 수 있게 된다. 이런 소형 차세대 가속기는 콤팩트 방사광원, 고에너지 입자충돌 실험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X-ray Free Electron Laser)의 경우에는 오실레이터(Oscillator) 형태의 발진이 가능해져서, 공간적 및 시간적 결맞음(Coherence)을 완벽하게 하고, 엑스선(X-ray)의 안정도 및 휘도를 대폭 향상할 수 있다. FEL의 엑스선 펄스 폭도 아토초(atto-second, 10-18초) 영역까지 안정적으로 운전 가능하며, 다양한 형태의 방사광원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붙임] 용어 설명

1. 차세대 가속기(Advanced Accelerator Concept)

플라즈마나 구조체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웨이크필드 전기장을 이용하면, 기존 금속 가속관 기반의 가속기가 가지는 고주파 전기장 세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매우 작은 규모로 훨씬 더 높은 성능의 가속기를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차세대 가속기에 필요한 웨이크필드를 발생시키려면, 매우 강력한 레이저나 형상이 잘 제어된 고강도 입자 빔을 플라즈마 또는 특수한 구조체에 입사시켜야 한다. 빔 구동 웨이크필드 가속기의 경우 구동 빔의 진행 방향으로의 전류 분포를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이득 효율 및 관찰 빔의 품질이 결정된다.

2. 빔 위상공간(Beam Phase Space)

가속기에서는 같은 전기를 띠는 입자들을 한데 뭉치로 모아서 한꺼번에 가속한다. 이를 보통 ‘빔 번치(beam bunch)’라 부른다. 이러한 빔 번치의 특성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입자들의 각 방향으로의 위치(x, y, z)와 이에 해당하는 운동량으로 이뤄진 좌표계를 사용하는데, 이를 위상공간(phase space)라고 한다. 빔의 횡단면 방향 위상공간(transverse phase space)과 빔 진행 방향으로의 위상공간(longitudinal phase space)은 그 특성이 많이 다르고, 결합현상(coupling)이 없으면 독립적으로 취급 가능하다. 빔 번치가 위상공간 상에 분포하는 면적(또는 체적)을 이미턴스(emittance)라 부르며, 빔의 특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3. 이미턴스 교환(Emittance Exchange)

통상적인 가속기 내에서 횡단면 방향 운동은 빔 진행 방향 운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빔 진행 방향 운동도 횡단면 방향 운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빔의 위상공간(또는 이미턴스)을 자유롭게 제어해 가속기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결합현상을 이용, 두 위상공간을 인위적으로 서로 교환하는 기법이 제안됐다. 이를 이미턴스 교환(emittance exchange)이라고 한다. 이미턴스 교환을 위해서는 4개의 휨자석으로 이루어진 특수한 빔 라인과 그 중간에 횡단면 방향과 빔 진행 방향의 결합을 유도하는 편향가속관(deflecting cavity)이 필요하다. 이미턴스 교환을 한 번만 하면, 횡단면 방향과 빔 진행 방향의 빔 특성이 완전히 바뀌는 단점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중 이미턴스 교환 빔라인(double emittance exchange beamline)을 구축해, 빔 진행 방향으로의 빔 분포를 횡단면 방향으로 먼저 바꾼 후, 여러 자석을 이용해 형상을 제어하고, 이를 다시 원래의 빔 진행 방향 분포로 되돌리는 새 기법을 적용했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1. 8극 전자석의 크기를 변화할 때 나타나는 빔 진행 방향 위상공간의 비선형성 제어 실험 결과. 이중 이미턴스 교환(double emittance exchange) 기법을 세계 최초로 이용했다.

그림2. 이번 실증 실험에 사용된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 웨이크필드 가속기 시설의 모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