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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 세계의 물체들이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운동 원리가 최초로 밝혀졌다. 앞으로 미세한 크기의 로봇을 만드는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총장 이용훈) 물리학과 정준우 교수팀은 액정이라는 물질 안에서는 주기적으로 크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물체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이론 모형도 함께 제시했다. 대칭을 이루는 공 모양인 공기 방울은 모든 방향으로 일정하게 커지거나 줄어들어 그 중심이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액정에 들어있는 공기 방울은 그 움직임이 달랐다. 각종 디스플레이에 널리 사용되는 액정은 액체처럼 흐르지만, 고체처럼 정렬된 구조를 지닌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지름을 가지는 공기 방울을 액정에 넣고 압력을 조절했다. 풍선에 바람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처럼 공기 방울의 크기를 주기적으로 변형시켰다. 공기 방울의 크기에 변화를 주니 물리학의 법칙을 무시하듯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물 안에서는 크기가 변해도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했다. 액정은 공기 방울 옆에서 구조가 흐트러지며 위상 결점이라는 특별한 구조를 만든다. 결점이 공기 방울의 어느 한쪽 부분에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방울의 대칭적인 모양에도 불구하고 한 방향으로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크기가 변하는 방울은 액정을 밀거나 당기면서 액정의 구조를 흐트러뜨린다. 이 현상으로 방울이 커질 때와 작아질 때 서로 다른 크기의 힘이 방울에 전해진다. 방울이 커졌다 작아졌다 주기를 거듭할수록 한쪽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제1 저자 김성조 연구원은 "대칭적인 물체가 대칭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관찰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액정을 넘어선 다양한 종류의 복잡 유체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준우 교수는 “시공간의 대칭성 깨짐이 미시 세계에서의 운동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 흥미로운 결과로, 미세한 크기의 로봇을 만드는 연구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2월 9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 기초과학연구원(IBS), 슬로베니아 연구재단(ARRS)의 지원을 받아서 이뤄졌다. (논문명: Symmetrically pulsating bubbles swim in an anisotropic fluid by nematodynamic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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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연구배경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지만, 그 크기가 너무 작아 쉽게 인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생물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제어한다면, 인간의 번식 및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자나 헬리코박터균과 같은 미생물의 움직임을 제어하여 불임 치료나 위장 질환에 대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생물은 몸의 형태를 변화시켜 주변 유체의 흐름을 만들어 움직일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다. 과학자들은 개체가 미시 세계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 역전 대칭성을 깰 수 있는 특별한 형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개체를 둘러싼 유체의 점성과 탄성에 기인한 추진력 발생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미생물이나 마이크로 로봇의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인 유체의 특성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
2. 연구내용본 연구팀은 작은 물체가 유체 안에서 움직일 때, 유체의 점성과 탄성에 의해 그 추진력이 발생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 추진력은 작은 물체의 형태 변화와 유체의 점성 및 탄성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에, 오직 점성과 탄성에서 기인한 영향만을 파악하기 위해 형태 변화를 단순화해야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유체 내에서 형성되는 작은 공기 방울을 모델 시스템으로 채택했고, 유체 외부에서 제공되는 기압의 변화로 인해 공기 방울이 구형을 유지하면서 그 지름만 변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대칭적으로 크기만 변하는 구 모양의 간단한 시스템을 통해 유체의 점성과 탄성에 기인한 추진력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 물과 같이 등방성 유체 내에서 작은 공기 방울의 크기 변화는 특정 방향으로의 움직임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미세 공기 방울을 둘러싼 유체의 등방적인 성질을 깨진다면 공기 방울은 방향성을 가질 수 있다. 네마틱 액정과 같은 대표적인 비등방성 유체는 분자가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특성이 있다. 정렬이 뒤틀리면 이를 복원하는 탄성 성질이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네마틱 액정을 비등방성 점탄성 유체라고도 한다. 미세한 공기 방울을 한 방향으로 잘 정렬된 네마틱 액정에 넣으면 공기 방울 주변 유체의 정렬이 뒤틀리고, 이로 인해 탄성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점 구조가 공기 방울 주변에 발생한다. 이 결점 구조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하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토성의 고리와 같은 구조다. 이러한 결점 구조에 의해 네마틱 액정 배열의 대칭성이 바뀌므로, 이를 통해 점성과 탄성에서 발생하는 추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네마틱 액정 배열의 대칭성이 깨지면 미세 공기 방울의 크기 변화가 질량 중심의 전진과 후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점탄성 반응에 의한 네마틱 액정 배열의 변화와 크기 변화 사이에 시간 역전 비대칭성이 있어 전진과 후진의 차이를 만들어 공기 방울이 결과적으로 한쪽으로 순이동을 하게 된다. 이는 유체의 점탄성과 대칭성이 미세 물체의 움직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다. |
3. 기대효과본 연구에서 밝혀진 유체의 점탄성과 대칭성 깨짐으로부터 기인하는 추진력 발생 메커니즘은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부터 인공 정자에 이르는 미세 물체의 수영을 더 잘 이해하고 마이크로 로봇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복잡 유체의 거동에서 보이는 시간 역전 대칭 깨짐을 활용하여 수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단일 미세 물체의 수영 행동을 넘어서 집단 수영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유체 상호작용과 대칭 깨짐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
[붙임] 용어설명 |
1. 위상학적 결점(Topological defect)액정 분자들의 배열이 정의되지 않는 지점 |
2. 비등방적 점탄성 유체(Anisotropic viscoelastic fluid)등방적이지 않고 점성을 비롯해 탄성 특성도 갖는 유체로써 네마틱 액정이 이에 속함 |
[붙임] 그림설명 |
그림1. 네마틱 액정에 분산된 미세 공기 방울의 수영(a) 미세 공기 방울의 크기 변조. (b) 토성 고리 형태의 결점이 동반된 액정 배열에서는 미세 공기 방울의 이동이 없다. (c) 점 형태의 결점이 동반된 액정 배열에서는 미세 공기 방울이 한쪽으로 이동한다. (d) 토성 고리 형태에서 점 형태의 결점 구조로 변화하는 과정. 그림에서 스케일 바는 100 마이크로미터를 나타낸다. |
그림2. 액정 배열의 변화와 아령 모델점 형태의 결점을 동반된 미세 공기 방울의 크기 변조와 그에 따른 액정 배열의 변화(좌)와 방울의 운동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한 아령 모형의 모식도(우). 그림에서 스케일바는 50 마이크로미터를 나타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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