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4. 4. 25 (목)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평면 세계에 갇힌 물 분자의 1조 분의 1초, 그 순간을 관찰했다

UNIST 등 4개 공동 연구팀, 테라헤르츠파로 나노미터 물의 동역학 최초 관찰
군집 운동 감소로 동역학 억제돼… Science Advances 게재

미세한 크기의 물 분자가 멈추는 순간이 포착됐다.

UNIST(총장 이용훈) 물리학과 박형렬 교수팀은 강원대학교 정지윤 교수팀, UNIST 김대식, 박노정, 정준우 교수팀, 충북대학교 김경완 교수팀, 서울대학교 박윤 교수팀과 함께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해 나노 공진기 내부 이차원 세계에 갇힌 물 분자의 동역학이 억제되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나노 공진기에서 증폭된 고밀도의 빛으로 물 분자에서 초고속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군집 운동을 피코초(1조분의 1)라는 찰나의 순간에 관찰한 것이다.

물의 동역학은 물 분자가 특정 주파수에서 특정 운동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동역학이 억제되면 물 분자는 잠깐 고체와 같은 성질을 갖게 된다.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두께의 물 분자는 테라헤르츠 전자기파의 파장보다 백만분의 일 정도로 작아 물 분자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 1저자 양효심 UNIST 연구원은 “기존 물 분자의 특성은 매우 낮은 주파수에서 전기적으로 측정했다”며 “하지만, 테라헤르츠 영역과 같은 높은 주파수에서 매우 좁은 틈에 갇힌 물 분자들의 동역학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테라헤르츠파의 집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원자층 리소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나노 공진기를 제작했다. 기존의 나노 공진기는 수십 나노미터 수준까지만 너비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원자층 리소그래피를 이용한 나노 공진기는 1나노미터까지 틈의 너비를 줄일 수 있다.

제작된 공진기는 축전기의 원리에 따라 틈의 너비가 나노미터 영역으로 좁아질수록 내부에 유도되는 전기장의 변화에 특성이 민감하게 바뀐다. 즉, 분자 운동의 측정 감도가 크게 향상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나노미터 틈에 갇힌 물은 양쪽 면에 의해 물 분자가 정렬되어 그 움직임이 억제되는 ‘계면효과’가 발생한다. 물 분자는 테라헤르츠 주파수 영역에서 피코초 속도로 움직이는 다양한 군집 운동을 하는데, 나노 틈에 갇힌 물 분자는 이러한 군집 운동이 억제될 것이라 예상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2~20나노미터까지 너비를 조정할 수 있는 나노 공진기를 제작하고 틈속에 물을 채웠다. 테라헤르츠 전자기파 투과실험을 통해 나노미터 두께의 물의 복소 굴절율을 확인했다. 실험 대상에 빛이 진행할 때, 빛의 크기가 줄어드는 비율로 물의 동역학 변화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약 2나노미터 너비의 틈에서 계면효과에 의해 물의 피코초 동역학이 억제되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 또한 10나노미터의 틈에서 물 분자의 피코초 군집 운동이 감소해 동역학이 억제되는 것 또한 발견했다.

공동 1저자 지강선 UNIST 연구원은 “기존 나노미터 틈에 구속된 물은 계면효과에 의해 정렬되어 고체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실험를 통해 계면 효과뿐만 아니라 물 분자들의 피코초 군집 운동 감소에 의한 영향도 존재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박형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차원 물 분자의 초이온 상태(superionic phase) 등을 관찰하거나 DNA, RNA와 같은 용매에 있는 분자들의 동역학을 연구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며 “나노 공진기의 크기를 조절해 중적외선, 가시광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는 연구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424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울산과학기술원, 강원테크노파크(GWTP)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명: Suppressed terahertz dynamics of water confined in nanometer gap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우종민 담당 (052)217-1232

물리학과: 박형렬 교수 (052)217-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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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그림1] 금속 나노 공진기 내부에 갇힌 물의 동역학 개략도
  • [연구그림2] 테라헤르츠 전자기파 투과 실험을 통한 금속 나노 공진기 내부에 갇힌 물의 주파수 특성 분석
  • [연구그림3] 수치 계산을 통한 금속 나노 공진기 내부에 갇힌 물의 복소 굴절률 추출
  • [연구그림4] 금속 나노 공진기 내부에 갇힌 물의 상전이 현상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나노 구조물에 갇힌 물은 주로 약 1 나노미터에 이르는 계면효과 때문에 낮은 정적 유전율을 나타낸다. 특징적인 낮은 유전율은 장거리 집단 동역학이 발생하는 테라헤르츠(THz) 영역에서 훨씬 더 넓은 틈에서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나노미터 두께의 물이 테라헤르츠 전자기파의 파장보다 1/1,000,000 정도로 작아 측정이 거의 불가능했고 THz 동역학은 견고한 플랫폼의 부재로 인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금속 나노 공진기를 이용하여 잘 알려진 계면 효과에 추가로, 간격 폭이 10 나노미터와 같이 큰 경우에도 갇힘(confined) 효과가 낮은 에너지 진동 모드를 차단함으로써 나노 영역에 구속된 물의 복소 굴절율 감소에 상당히 기여함을 밝혔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테라헤르츠 주파수에서 나노미터급 너비 나노 공진기 내부에 물을 채운 상태에서 간격 너비에 따른 테라헤르츠 투과 측정을 수행하여 나노미터 두께로 제한된 물의 복소 굴절률을 측정했다. 나노미터 두께에 속박된 물의 실수 및 허수 굴절 지수가 일반 물과 비교하여 상당히 감소하는 것을 관찰했으나, 이러한 추세는 직류(DC) 영역에서 제안된 3층 콘덴서 모델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본 연구팀은 진동 상태밀도(vibrational density of state) 모델3)을 사용하여, 매우 제한된 부피에서 THz 주파수 영역에서의 물분자들의 군집 진동모드(collective vibrational mode)가 억제됨을 증명 하였고, 이 제약은 계면 물뿐만 아니라 비계면 물의 테라헤르츠 굴절률 감소로도 이어짐을 발견하였다. 나노미터 두계로 속박된 물의 상전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계면에만 물이 존재하는 1.5 나노미터 두께 일때는 물과 얼음의 차이가 거의 없어 마치 물이 고체처럼 행동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고, 약 0.75nm 두께의 계면의물 보다 더 두꺼운 5 나노미터 일때도 비계면 물의 진동모드 억제로 인해 얼음과의 차이가 일반 물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적었다.

3. 기대효과

본 연구는 테라헤르츠 주파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금속 나노 공진기의 크기를 변경함으로써 공진 주파수를 변경하여 가시광, 적외선 및 심지어 마이크로파 주파수로도 확장할 수 있다. 또한, 나노 틈을 완전히 에칭한 후 층을 코팅하여 서로 다른 금속 또는 절연체, 자기조립 분자 위에 물 분자의 계면 역학을 연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만약 물로 채운 간격을 1 나노미터 간격 아래로 실현할 수 있다면, 속박된 물의 새로운 상전이 현상 또는 물의 초이온 상태(superionic phase) 관찰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하여 단백질 접힘, 지질 상피 및 분자 인식과 같은 물 매개 프로세스를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는 응용 연구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붙임] 용어설명

1. 원자층 리소그래피(atomic layer lithography)

반도체 공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공정과 원자 층 증착법(atomic layer lithography)을 활용하여 테라헤르츠 나노공진기 구조물을 대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

2. 테라헤르츠 전자기파 투과 실험

GaAs와 같은 반도체 물질을 이용하여 테라헤르츠 영역의 전자기파 펄스를 발생시킨 후 시료를 통과하게 한 후의 펄스 신호를 전기 광학 샘플링 방법(Electro-Optic Sampling method)으로 검출하여 시료의 테라헤르츠 투과율을 측정하는 실험

3. 복소 굴절률(complex refractive index)

매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단위가 없는 량으로, 복소수로 표현됨. 실수부는 매질로 빛이 진행할 때, 광속이 줄어드는 비율, 허수부는 매질 내에서 빛의 크기가 줄어드는 비율

4. 계면효과

물이 매우 좁은 틈 사이에 갇혀있을 때, 금속 끝에 유도되는 되는 극성 전하에 의해 정렬되어 계면에 정렬되는 효과

5. 진동 상태밀도 모델 (vibrational density of state model)

Debye 모델을 사용하여 물질의 전기 유전상수를 추측할 수 있는 모델

[붙임] 연구결과 개요, 용어설명

그림1. 금속 나노 공진기 내부에 갇힌 물의 동역학 개략도

(A) 본 연구에 사용한 금속 나노 공진기 개략도. (B) 넓은 틈을 가질때 중간층의 물이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지만, (C) 좁은 틈에 구속되어 있을 때 물의 피코초 회전 운동 억제를 표시함.

그림2. 테라헤르츠 전자기파 투과 실험을 통한 금속 나노 공진기 내부에 갇힌 물의 주파수 특성 분석

테라헤르츠 전자기파 투과실험을 통해 시간영역 신호를 측정한 후 푸리에 변환을 통해 주파수 스펙트럼으로 변경해 물질의 특성을 분석함.

그림3. 수치 계산을 통한 금속 나노 공진기 내부에 갇힌 물의 복소 굴절률 추출

수치계산을 이용해 각 굴절률에 대한 갇힌 물의 복소 굴절률 후보군을 선정. 실험값에 일치하는 지점을 추출하여 나노틈(nanogap)에 따라 그리면 틈의 너비가 좁아질수록 테라헤르츠 동역학이 억제됨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경향성이 선형적인 것을 확인함.

그림4. 금속 나노 공진기 내부에 갇힌 물의 상전이 현상

갇힌 물의 테라헤르츠 전자기파 투과실험을 온도 변화(250 K ~ 290 K)에 따라 진행. 틈이 좁아질수록 더욱 고체같은 특성을 보이며, 20 나노미터에서 일반 물에 가까운 상전이 특성을 보임을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