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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정자가 갈고리처럼 생긴 머리로 자궁벽을 찍어 이동하는 현상이 최초로 포착됐다. UNIST(총장 박종래)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정훈 교수팀은 생명과학과 김재익 교수팀, 교토대학교 류흥진 박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쥐 생식기관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자의 이동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설치류 정자 갈고리의 기능에 관한 두 가지 대립하는 가설을 생체 조직 내에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그 간 쥐의 정자는 갈고리처럼 생긴 머리를 서로 기차처럼 이어 난자를 향한 이동 속도를 높인다는 ‘정자 협력’ 가설이 유력했지만, 이번 관찰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정자가 머리의 갈고리로 자궁과 난관 내벽을 찍어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또 다른 가설인 ‘정자와 암컷 생식기관 간의 상호 작용 가설’을 뒷받침하는 관찰 결과이다. 연구팀은 정자가 머리의 갈고리를 암컷 생식기관 내벽에 찍어 이동함으로써 직진성을 높이고 강한 유체의 흐름에 저항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정자들의 머리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거나, 정자들의 꼬리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처럼 동기화돼 같이 움직이는 현상들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연구팀은 정자 갈고리의 고정 효과 덕분에 정자의 머리가 한 방향으로 배열되어 움직이거나, 더 나아가 동기화된 헤엄치기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쥐 정자의 머리 갈고리가 이 같은 행동을 위한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 ‘기차 가설’은 여태까지 관측 기술의 한계로 2차원 배양 디쉬(dish)에서만 관찰됐다”라며 “이번 실험에서 실제 생식기관 내부를 관찰해 분석한 결과, 기차 형태로 모여 이동하는 소수의 군집이 발견되긴 했지만, 이들의 이동 속도가 개별 정자에 비해 빠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차 가설’을 완전히 뒤집기 위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정자의 머리는 초록색, 꼬리 일부는 빨간색 형광을 내도록 유전자 조작된 수컷 쥐를 암컷 쥐와 교미시킨 뒤 생식기관을 적출 해 이 같은 현상을 관찰했다. 관찰은 이광자현미경 기반의 3차원 영상 획득 기술을 통해 이뤄졌다. 이광자현미경은 고에너지 광자 1개 대신 저에너지 광자 2개를 시료에 쏴 방출되는 형광을 분석해 이미지를 얻는 현미경으로, 광 에너지 때문에 시료가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장파장 대역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생체 조직 깊은 곳까지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광자 형광 현상과 펨토초레이저 기반 고속 3차원 볼륨 이미징 기술을 결합해 이 같은 기술을 개발했다. 공동연구팀은 획득한 영상을 통해 정자의 이동 속도와 이동 특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기술도 확보해, 정교한 난관 모사 칩 개발, 난임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에 11월 22일 자로 게재됐다. 논문명: The sperm hook as a functional adaptation for migration and self-organized behavi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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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연구배경 암컷의 생식 기관 내부에서 일어나는 교미 후 성 선택(정자 경쟁과 암컷의 은폐된 선택)은 수컷의 고환 크기와 암컷의 난관의 길이와 구조 같은 형태를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관찰 기술의 한계로 이전까지의 연구는 시험관(in vitro)에서 정자 간 경쟁과 협력, 이동을 유도하고 관찰하는 방식으로 제한되어 왔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광자현미경1) 기술을 이용하여 자궁의 움직임이 살아 있는 실제 생체 조직에서 정자와 난관의 상호 작용을 관찰하고 시험관(in vitro) 연구에서 제기된 정자 경쟁과, 난관과 정자의 상호 작용의 가설들을 체내에서 검증하고자 했다. 또한 난관 내에서 일어나는 교미 후 성 선택의 기초데이터를 확보하여 더욱 정교한 난관 칩 개발과 교미 후 성 선택 연구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2.연구내용 연구팀은 마우스 교미 후 살아있는 자궁 내 정자의 움직임을 직접 가시화할 수 있는 이광자 현미경 기반 영상 기술을 개발했다. 정자 경쟁과 정자-난관의 상호 작용을 자궁 및 난관 내 3차원상의 더 넓은 면적에서 관찰하기 위한 볼륨 이미징 기술 또한 개발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제시됐던 정자 경쟁과 협력이 실제로 난관 내부에서 일어나는지 쥐의 난관을 추출하여(ex vivo) 관찰했다. 이를 위해 집 쥐 암컷을 정자의 미드피스2)에는 붉은색 형광단백질을 발현하고 (DsRed), 머리에는 녹색 형광단백질(GFP)을 발현하고 있는 형질전환 마우스와 교배시켰다. 교배 1~ 5시간 후 생식기관을 적출하여 정자의 이동을 이광자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관찰은 3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해당 시간 동안 암컷 생식 기관은 수축과 이완 등 살아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위와 같은 기술 개발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형태의 정자와 암컷 생식기관 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하였다. 특히 정자 머리의 고리가(sperm hook)3) 자궁 및 난관벽을 찍어 이동하는 현상을 발견하였으며, 이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직진할 수 있음을 관찰했다. 이와 같은 내벽과의 고정효과를 통해 정자 머리의 고리는 자기조직화 행동을 가능케 하여 정자의 머리가 한 방향으로 배열되어 움직이거나, 더 나아가 동기화된 헤엄치기까지 가능해짐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정자와 암컷 생식기관간의 상호작용은 처음 보고되는 현상들로, 성공적인 수정을 위한 정자의 진화적 적응의 한 형태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현상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영상기술로 획득한 이미지에서 정자의 이동 속도와 이동 특성을 측정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3.기대효과 전 세계적으로 아이를 갖고자 하는 부부나 커플의 약 10~15% 정도가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난임(불임)을 겪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결혼 연령대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난임 문제 역시 증가하고 있다. 교미 후 성 선택 연구를 통해 정자와 난관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늘어나는 난임 문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연구 분야다. 특히 정자에 유전적 손상을 입히지 않고 건강한 정자를 골라내는 것은 성공적인 인공 수정을 위한 선제 조건으로 교미 이후 수정까지의 과정에서 정자의 이동과 암컷의 생식기관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난임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자의 이동에 관한 정량적 분석 지표를 제시함으로써, 동물실험 대체재로 떠오르는 오가노이드(인공장기)의 일종인 난관 칩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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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용어설명 |
1.이광자 현미경 (two photon microscopy) 이광자 형광 현상을 이용하는 고해상도 영상 기법으로 3차원 이미징이 가능하며, 생체의 손상 없이 조직 내부를 수백 마이크로미터 깊이까지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이다. 2.미드피스 (mid-piece) 정자의 머리와 꼬리를 연결하는 부분. 꼬리의 일부. 3.머리 고리(sperm hook) 머리가 둥글고 매끈한 사람 정자와 달리, 상당수의 쥐과 동물들은 정자의 머리가 갈고리 형태를 띠고 있다. 숲 쥐(wood mouse), 흰 발 생쥐(deer mouse) 등에서는 정자들 끼리 머리 갈고리를 기차 형태로 이어 질주하는 현상이 발견된 바 있다. |
[붙임] 그림설명 |
그림1. 정자의 머리가 한 방향으로 정렬된 자기조직화 현상 정자가 헤엄을 치며 머리가 한 방향으로 배열되는 현상이 발생함. 왼쪽부터 시간 흐름 순으로 0초, 13.77초, 27.53초 후 정자의 배열 상태를 확인 가능 (Scale bar: 50 um) 그림2. 정자 무리의 동기화된 헤엄치기 자궁-난관 결합 부(intramural UTJ)에 도착한 수천의 정자에서 동기화된 헤엄치기 행동이 발생. (Scale bar: 200 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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