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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본 중국집에서 다른 손님들이 다 짜장면을 먹고 있다면 비록 내가 짬뽕을 좋아하더라도 짜장면을 먹을까 고민한다. 중국집에 대한 정보가 없는 불확실성 상황에서 타인의 선택을 따라 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조건 남들을 따라 하는 결정이 뇌에서 나타나는 대체 전략이라는 사실이 계산신경과학적으로 입증됐다. UNIST(총장 박종래)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 교수팀은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진과 함께 불확실성 상황에서 타인의 선택이 개인의 의사결정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사회적 맥락에서 의사결정은 개인의 선호와 타인의 선택을 통합한 가치판단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뇌가 개인의 선호 정보에 접근할 수 없을 때, 어떠한 전략을 취하는지를 밝힌 연구다. 연구에 따르면, 뇌는 타인의 선택이라는 사회적 정보를 ‘휴리스틱’ 전략을 통해 의사결정에 반영한다. 개인 선호를 반영한 가치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남의 선택을 무조건 모방하는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뇌의 섬피질(insula) 혹은 배측 전측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 dACC)에 부분 손상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섬피질 이나 배측 전측대상피질은 불확실성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험참가자들은 두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임을 반복해서 진행했다. 각 옵션을 선택할 때마다 정해진 확률로 보상이 주어지며, 하나는 보상 범위가 넓은 위험한 옵션, 다른 하나는 보상 범위가 좁은 안전한 옵션이다. 일부 시행에서는 다른 참가자들의 선택을 확인한 후 결정할 수 있었고, 나머지 시행에서는 타인의 선택을 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실험 결과, 뇌 손상이 있는 참가자들은 예상과 같이 위험 선호도에 따른 가치평가가 불가했으며, 타인의 선택을 본 이후 결정을 내리는 사회적 상황에서 타인의 선택을 따라 하는 동조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개인의 선호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 상황이나 개인의 선호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 모두 개인 선호에 기반한 가치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동일 교수는 “개인 선호도가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이 때때로 주위 사람들 의견에 더 민감하게 휘둘리는 이유를 설명한 연구”라며 “중독과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뿐 아니라, 개인의 선호를 확립하는 교육적 접근도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계산분석 생물학지인 플로스 계산생물학(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지난달 2일 자로 공개됐다. (끝) (논문명: Social conformity is a heuristic when individual risky decision-making is disrup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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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연구배경 사람들은 많은 경우에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사람들은 타인의 결정을 따르는 등, 본인이 혼자 결정하는 것과 다른 의사결정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이러한 행동 양상은 의사결정자 본인의 개인적 선호와 타인의 선택 정보가 함께 의사결정 과정에 고려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직 개인의 선호가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은 사람들은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예를 들어, 아직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새로운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또래 친구들의 결정은 이들의 결정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 2.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개인적 선호가 부재한 상태에서 사회적 맥락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기작을 연구하였다. 이를 위해,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 교수는 버지니아공대 Fralin Biomedical Research Institute at VTC 연구팀과 함께 사회적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개인의 선호가 부재한 경우에 대한 연구를 위해 정동일 교수 연구팀은 불확실성 정보 처리에 중요한 뇌 영역 (섬피질(insular)과 배측 전측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에 국소적 손상을 입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간단한 도박과제를 수행했고, 두 개의 도박 옵션 중 한 개를 고르는 형식으로 총 96회 진행되었다. 두 옵션은 각각 많은 보상(예: 6만원)을 받을 확률과 적은 보상(예: 1천원)을 받을 확률이 정해져있고, 두 옵션 중 하나는 보상 크기의 범위가 더 넓어 즉, 더 위험한 옵션으로 제공되었다. 게임 중 일부의 시행에서는 선택에 앞서 다른 실험 참가자들이 두 옵션 중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 먼저 볼 수 있었고, 나머지 시행에서는 타인의 선택을 보지 않고 혼자 선택을 내렸다. 실험 참가자들은 모든 게임이 끝난 이후에 게임을 하는 동안 선택한 옵션들 중 하나의 도박 옵션으로 결정된 돈을 실험 참가 보너스로 지급받았다. 뇌 손상이 있던 실험 참가자들이 타인의 선택을 보지 않고 혼자 선택한 결과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의사결정은 개인의 위험선호도가 반영된 선택으로 볼 수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뇌에서 불확실성 정보 처리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개인 선호도에 따른 가치평가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선택을 본 이후에 결정을 내리는 사회적 맥락 아래에서 뇌 손상이 있는 실험 참가자들이 타인의 선택을 따라하는 ‘동조효과(conformity)’가 뇌 손상이 없는 참가자들에 비하여 높게 나타났다. 계산 모델링 접근을 이용한 분석 결과, 이러한 동조효과는 가치평가 과정보다는 ‘타인의 선택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려는 개인의 성향’에 의해 설명 가능함이 나타났다. ‘타인의 선택’이라는 사회적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따르거나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성향은 특히 혼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도 가치 기반 의사결정을 잘못하는 사람들에게서 강하게 나타났다. 3. 기대효과 일련의 결과는 실험 참가자들이 ‘불확실할 때는 남을 모방하는’ 전략을 선택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휴리스틱 전략은 가치평가 과정에 비하여 굉장히 직관적이며 간단하게 정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간단한 지각(perception) 과정에서는 종종 나타날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본 연구결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회적 정보가 다소 복잡한 가치평가 과정을 거치기도 하지만 더 간단한 휴리스틱 전략을 통해 소비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의 선호도가 뚜렷하지 않거나 정보가 부족하여 명확한 가치 비교를 못하는 사람들은 때때로 주위의 사람들 의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본 연구는 단순화된 가치 기반 의사결정 과제와 계산 모델링 방법, 그리고 특수한 뇌 손상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이와 같은 개인의 반응이 왜 나타나는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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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그림설명 |
그림 1. 개인 선호도 기반 가치평가가 불가능할 때 타인의 선택 정보를 개인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기작을 밝히도록 설계된 실험. (a) 실험 참가자는 두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도박과제를 96회 연속 실시한다. 각 옵션은 하나의 많은 보상과 하나의 적은 보상, 그리고 각 보상을 받을 확률이 정해져 있다. 두 옵션 중 하나는 보상 간 범위가 더 넓어 더 위험하며 하나는 범위가 좁아 더 안전하다. 각 실험 참가자는 실험 중 일부 시행에서 다른 두 명의 참가자가 선택한 옵션 정보를 관찰한 다음에 결정을 내리게 된다. 본 연구의 실험 참가자들은 (b) 섬피질(insular) 또는 (c) 배측 전측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에 국소적 뇌 손상이 있었다. (d) 뇌 손상 참가자들은 뇌 손상이 없는 참가자들에 비하여 무조건적으로 타인의 선택을 따라가는 동조 성향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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