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세균의 병원성 발현 매커니즘 규명이나 바이오파운드리 기술에서는 DNA에 달라붙는 단백질의 결합 지점을 찾아내 분석하는 기술이 중요한데, 기존보다 매우 적은 시료를 쓰고도 결합 지점을 정확하게 분리해 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김동혁 교수팀과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은진 교수팀은 기존보다 세포를 5,000배 더 적게 쓰고도 DNA에서 특수 단백질의 결합 지점을 고해상도로 분석할 수 있는 ‘미니’ 염색질 면역 침강법(ChIP-mini)을 개발했다. 유전 정보가 저장된 DNA는 염기 분자가 길게 이어진 형태다. 세포는 전사인자라는 특수 단백질을 DNA의 특정 지점에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염색질 면역 침강법(ChIP)은 DNA와 결합한 이 특수 단백질만을 분리하여 결합된 DNA 조각을 찾는 기술이다. 이번에 개발된 ‘ChIP mini’ 기술은 기존 기술 대비 약 5,000배 적은 480만 개의 세포를 이용해서 염기 하나(1 base pair, 약 0.34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로 결합 지점을 분리해 낼 수 있다. 이 덕분에 근접한 위치에 여러 개의 단백질이 결합해도 각각을 결합 지점을 정확하게 구분해 분석할 수 있다. 기존의 최신 실험인 ChIP-exo 실험법으로는 비슷한 수준의 정밀도를 얻기 위해서 약 100억~1,000억 개의 세포가 필요했다. 공동연구팀은 숙주에 감염을 일으킨 극소량의 살모넬라균을 분리해 균 내부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특수 단백질 (H-NS, RpoD)의 DNA 결합 위치와 강도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냄으로써 ChIP-mini의 성능을 입증했다. 살모넬라균은 숙주인 대식세포 밖에서는 H-NS 단백질을 DNA에 강하게 결합시켜 병원성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지만, 일단 숙주세포로 들어가는 데 성공하면 H-NS 단백질 결합 강도는 줄이고, RpoD 단백질을 결합시켜 병원성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한다. 이는 숙주세포 밖에서 불필요하게 병원성을 드러내 숙주의 면역 공격을 받지 않도록 조절하는 방식이다. 살모넬라균은 극미량으로 숙주세포 내부로 감염하기 때문에, 기존 ChIP 실험법들로는 숙주 세포안에 있는 살모넬라균 수가 충분치 못해 이 같은 분석이 힘들었다. 정량적 분석에는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통계 프로그램인 DiffExo를 썼다. 또 ChIP-mimi 기술의 개별 분석단가는 기존보다 12배 이상 낮춘 2만 원 수준이다. 공동 제1 저자인 박준영 UNIST 박사는 “개발된 기술을 NGS 자동화 플랫폼과 결합하면 바이오파운드리 개발에 필요한 대용량 결합 데이터를 싸고 빠르게 생산하는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차세대염기서열 분석기(NGS) 자동화 기기와의 호환성 확보를 위한 추가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세균과 같은 미생물 등을 반도체의 파운드리처럼 돌려서 고부가가치 단백질 등을 생산하는 기술로 미생물 유전자 편집, 최적의 회로설계를 위해서는 대량의 결합 데이터가 필요하다. 김동혁 교수는 “감염성 미생물의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 규명과 바이오 부품 발굴 등 바이오파운드리 분야 원천기술로서 가치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2월 10일 자로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과 한국연구재단의 기초 연구실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명: ChIP-mini: a low-input ChIP-exo protocol for elucidating DNA-binding protein dynamics in intracellular pathogens) |
|
[붙임] 연구결과 개요 |
1.연구배경 염색질 면역 침전(Chromatin immunoprecipitation, ChIP)1)은 특정 단백질의 DNA 결합 위치를 규명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핵심 기술로,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엑소뉴클리아제(exonuclease)2)를 활용한 첨단 실험 기법인 ChIP-exo가 도입되면서, 기존보다 훨씬 정밀한 해상도로 DNA-단백질 결합 부위를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ChIP-exo는 엑소뉴클리아제가 DNA 말단을 효소적으로 잘라내는 특성을 이용하여 단백질이 결합한 DNA의 경계를 염기 수준에서 정확히 정의하는 최신 기술이다. 이를 통해 세포 내에서 특정 전사인자3)가 결합하는 위치를 1bp 수준의 초고해상도로 파악할 수 있으며, 기존 ChIP 기술들보다 데이터 해석의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그러나 ChIP-exo는 복잡한 실험 절차로 인해 대량의 초기 세포가 필요하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특히 숙주 내 감염 병원균과 같이 세포 가용성이 극도로 제한적인 환경에서는 충분한 세포를 확보하기 어렵고, 이러한 환경에서 DNA-단백질 상호 작용을 분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바이오파운드리4)와 같은 대규모 전사인자 결합데이터가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높은 실험 비용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5) 자동화 기기와의 낮은 호환성으로 인해 ChIP-exo의 활용이 제한되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는 세포 자원이 제한적인 감염 및 병원성 연구나 대규모 데이터 생산이 필요한 합성생물학 분야에서보다 효율적인 대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기존 ChIP-exo 실험법을 극소량 세포에 적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ChIP-mini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정량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DiffExo 분석 파이프라인을 함께 구축하였다. ChIP-mini는 기존 ChIP-exo 대비 약 5,000배 적은 세포 수인 4.8x10⁶개만을 사용하면서도, 최대 12배 낮은 비용인 샘플당 약 2만 원의 비용으로 동일한 수준의 고해상도 전사인자 결합 프로파일을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ChIP-mini 실험법의 세포 및 비용 절감은 DNA 정제방식, 시약 사용량, 그리고 DNA 단편화 과정의 최적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기존의 시퀀싱 라이브러리6) 제작의 복잡한 정제방식을 단일 튜브에서 모든 효소반응을 수행하는 방식(one-tube procedure)으로 개선하여, 실험 중 DNA 유실을 최소화하고 회수율을 대폭 향상시켰다. 또한, 모든 시약의 사용량을 세포 수에 맞춰 정밀하게 조정함으로써 최적의 반응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시약 소모를 방지해 경제성을 극대화하였다. 마지막으로, DNA 단편화 과정 또한 간접 초음파 처리를 통해 세포 수에 맞게 조절하여 시퀀싱 라이브러리 제작에 최적화된 고순도의 DNA 단편을 효율적으로 확보하였다. 이러한 최적화된 기술은 기존에 도전하기 어려웠던 대식세포에 감염된 살모넬라균(Salmonella Typhimurium)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다. 해당 실험에서는 살모넬라균 병원성 유전자의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두 가지 DNA 결합 단백질인 H-NS7), RpoD8)와의 결합 프로파일을 대식세포 내외부의 극소량 살모넬라균을 활용하여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하였다. 이렇게 생산된 데이터는 DiffExo 파이프라인을 통해 전사인자 결합 강도와 동적 변화를 정밀하게 통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살모넬라균의 H-NS는 대식세포 내부에서 병원성 유전자의 프로모터9) 영역에 대한 결합이 현저히 감소하는 반면, 전사를 개시하는 RpoD의 결합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상호작용을 규명하였다. 이러한 DNA 결합 단백질의 중요한 상호 작용은 실제 대식세포 내 살모넬라균의 전사체 분석을 통해 한 번 더 검증되었으며, 다양한 병원성 유전자 중 대식세포 내에서 특이적으로 활성화되는 유전자들이 다각적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숙주 내 감염 과정에서 살모넬라균의 병원성 발현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이번 발견은 병원균의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감염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작동하는 병원성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해석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다. 또한, ChIP-mini 실험법은 상피세포와 같은 다른 종류의 숙주 세포 내부의 살모넬라균에서도 성능을 평가한 결과, 성공적으로 결합 프로파일을 도출해내며 해당 기술의 범용성과 효율성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마지막으로, ChIP-mini 실험법은 96-well plate 같은 대량 실험 조건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도록 낮은 시약 사용량과 마그네틱 비드 기반의 DNA 정제방식을 채택하여 자동화 기기와의 호환성 또한 확보하였다. 3.기대효과 본 연구는 극소량 세포 기반 전사 조절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숙주세포 내부 병원성 미생물의 전사 조절 네트워크를 정밀하게 해독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은 기존 ChIP-exo의 고비용, 대규모 세포 필요성이라는 기존 기술의 장벽을 허물고,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병원성 미생물 연구뿐 아니라 바이오파운드리 분야의 대량 데이터 생산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핵심 원천기술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
[붙임] 용어설명 |
1.염색질면역침전 (Chromatin Immunoprecipitation, ChIP) DNA와 단백질 결합 뭉치인 염색질을 잘게 조각낸 뒤, 타켓 단백질에만 붙는 항체(면역)을 넣어 DNA가닥의 타켓 부위를 선택적으로 침전 및 분리하는 기술로, 세포 내 DNA-단백질 상호작용 연구를 위해 사용된다. 분리된 조각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으로 읽어 들이면 해당 조각이 DNA의 어느 부위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2.엑소뉴클리아제 (exonuclease) DNA의 5‘ 또는 3’ 말단에서 뉴클레오타이드를 순차적으로 제거하는 효소로, 염색질 면역 침전법과 함께 활용되어 단백질이 결합하지 않은 자유 DNA의 5‘ 말단을 순차적으로 제거하여 단백질에 결합한 DNA 절편만 남겨 고해상도 결합 부위 식별을 가능케한다. 3.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 특정 DNA 서열에 결합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RNA를 합성하는 전사 과정을 개시하거나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4.바이오파운드리(biofoundry) 바이오산업을 위한 생산 인프라로, 생명공학 및 합성생물학을 활용하여 새로운 바이오 시스템 제작을 위한 설계(Design)-제작(Build)-시험(Test)-학습(Learn)의 각 단계를 빠르게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지칭한다. 5.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대량의 DNA 또는 RNA를 동시에 빠르고 저렴하게 해독할 수 있는 염기서열 분석 기술로 유전체, 전사체, 메타게놈 분석 등에 활용된다. 6.시퀀싱 라이브러리(sequencing library)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위해 준비된 DNA 또는 RNA 단편의 집합으로, 어댑터 서열이 접합되어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한 형식으로 제작된 유전자 샘플을 지칭한다. 어댑터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에서 DNA나 RNA 단편에 결합하여, 분석 장비가 해당 단편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짧은 DNA 서열이다. 7.RpoD (RNA polymerase sigma factor 70) 박테리아(세균)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전사인자(시그마인자)로, RNA 중합효소와 결합하여 대부분의 핵심 유전자들의 전사를 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사는 DNA의 염기서열이 반영된 RNA가 합성되는 과정이다. 8.H-NS (Histone-like Nucleoid Structing Protein) 박테리아에서 발견되는 DNA 결합 단백질로, 다양한 유전자들의 전사를 조절하고 유전체의 입체구조를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이다. 9.프로모터(promoter)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DNA 서열로, RNA 중합효소(RNA polymerase)와 전사인자가 결합하여 전사를 시작하는 부위를 지칭한다. |
[붙임] 그림설명 |
그림 1. 숙주세포 내외부 병원균 분석을 위한 ChIP-mini 분석의 개요 ChIP-mini는 감염 실험 중 극소량의 대식세포 내외부의 살모넬라균을 사용하여 DNA 결합 단백질의 결합 프로파일 데이터를 생산하며, DiffExo 파이프라인을 통해 두 조건 간의 결합 강도 및 역학을 통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음. 그림 2. 대장균을 이용해 기존 기술인 ChIP-exo와 최적화된 ChIP-mini의 성능을 비교함. (A) ChIP-mini 시퀀싱 라이브러리의 매핑 및 데이터 보존 효율 평가: 초기 박테리아 세포 수를 감소시킨 ChIP-mini 라이브러리에서 매핑 정확도와 데이터 유지력을 평가하였음. (B) ChIP-exo와 ChIP-mini의 시퀀스 정렬 비교 산점도: ChIP-exo와 네 가지 ChIP-mini 데이터 세트 간의 시퀀스 정렬 결과(BAM 파일)를 비교한 산점도. 각 라이브러리의 리드 카운트(read counts)를 대장균 유전체 전체에 걸쳐 10bp 간격의 구간으로 나누어 표현했으며, 그래프의 각 점은 특정 유전체 영역을 나타낸다. (C) ChIP-mini와 다른 세 가지 ChIP 기술의 RpoD 결합 프로파일 해상도 비교: ChIP-mini는 기존의 다른 ChIP 기술들과 비교하여, 박테리아 세포 수를 최소화한 상태(4.8x10⁶개)에서도 거의 초고화질 해상도로 전사인자 결합 프로파일을 성공적으로 도출하였음. 그림 3. 최적화된 ChIP-mini 실험법을 이용한 대식세포 내외부에서의 살모넬라균의 DNA 결합 단백질 결합 위치 규명 (A) 극소량의 초기 박테리아 세포로 사용 가능하도록 최적화된 ChIP-mini 실험법을 도식화함. DiffExo 분석 파이프라인을 사용하여 대조군과 실험군 간의 전사인자 결합 강도를 정규화하고, 차등적으로 결합하는 부위를 식별함. (B) 대식세포 감염 실험 및 시각화, 대식세포 유사 세포주인 J774A.1을 S. Typhimurium (pFPV25.1 벡터 보유)으로 감염시킴. 해당 벡터는 GFP(녹색 형광 단백질)를 지속적으로 발현하는 시스템임. (C) 대식세포 외부 및 내부 ChIP-mini 실험 개요. 대식세포 외부 및 내부에 존재하는 살모넬라균을 대상으로 ChIP-mini 실험을 수행하는 과정을 도식화함. |
![]() |
UNIST 홍보팀 news@unist.ac.kr TEL : 052)217-1230FAX : 052)217-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