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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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덩어리 효소, 알고 보니 나노 기계였네!

UNIST·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효소의 기계적 작동 원리 규명
'점탄성’ 떨어지면 효소의 화학적 활성도 줄어.. Nature Physics게재

우리 몸의 생화학 반응을 조율하는 효소가 실제로는 유전자가 설계한 나노 기계처럼 작동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28일(현지시각) 공개됐다.

UNIST 물리학과 츠비 틀루스티(Tsvi Tlusty) 특훈교수팀은 효소 내부의 점탄성이 효소의 생물학적 기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밝혀냈다.

효소는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에너지를 만들며, DNA를 복사하고, 노폐물을 처리하는 화학 과정을 활성화하는 생체 단백질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효소의 기계적 특성인 점탄성이 망가지면 효소의 화학적 기능인 활성도 크게 떨어졌다. 쇼크 옵서버 같은 기계의 완충 장치가 망가지면 기계가 고장 나듯, 효소도 스프링과 같은 즉각적이고 유연한 복원력인 점탄성이 망가지면 본래 기능을 잃는 것이다.

*쇼크 옵서버(shock absorber): ‘쇼바’라고 불리는 자동차, 오토바이 등의 완충 장치. 스프링과 오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팀은 첨단 측정 기술을 통해 효소에서 기계의 쇼크 옵서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고변형(high strain) 영역을 찾아낸 뒤, 해당 영역의 아미노산 1개를 바꿔 돌연변이를 만드는 실험으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실험 결과, 아미노산 단 1개만 바꾸는 돌연변이로도 효소의 활성이 50% 이상 감소했다. 실험에 사용한 구아닐레이트 인산화효소는 총 207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다.

돌연변이가 일으킨 효소의 3차원 구조 변화를 예측하는 데는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인 알파폴드(AlphaFold)가 쓰였다. 실제 구조 변화가 더 클수록, 효소 활성이 더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효소 구조의 기계적 성능과 생화학적 기능이 정교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연구를 주도한 츠비 틀루스티(Tsvi Tlusty) 교수는 “우리는 이제 효소를 단순한 화학 반응 도구가 아니라, 유전자가 정교하게 설계한 소프트 나노 기계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기계적 특성이 생명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끌어낸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의 일라이셔 모지스(Elisha Moses ) 박사팀과 함께 했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스라엘 과학재단(Israel Science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명: Enzymes as viscoelastic catalytic machine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물리학과: 츠비 툴루스티 특훈교수 tsvitlusty@gmail.com

  • [연구그림] 기계의 쇼크 옵서버 같은 역할을 하는 효소의 고변형 영역을 실험적으로 알아낸 분석법 (그림제공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붙임] 용어설명

 

1.효소

생체 촉매로 단백질의 한 종류. 우리 몸을 화학 공장이라고 본다면 이 공장을 돌리는 약 4천 개 이상의 로봇(효소)들이 각자의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음식을 분해하고(탄수화물을 분해하는 데 작용하는 아밀라아제), 에너지를 만들고(세포호흡 과정에 관여하는 ATP 합성효소), DNA를 복사하고(DNA를 복제할 때 필요한 DNA 중합효소), 노폐물을 처리하는(과산화수소를 분해하는 카탈레이스) 과정에 효소가 관여한다.

2.점탄성

효소는 작동할 때 구조가 열리고 닫히는 움직임을 반복하는데, 이때 단백질 전체가 단단하지도 흐물흐물하지도 않고, 마치 스프링처럼 탄력 있게 움직이면서도 충격을 흡수하는 성질을 보인다. 자동차에 들어 있는 쇼크 업소버(충격 흡수 장치)가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며 차체를 안정시켜주는 것처럼, 효소도 점탄성을 통해 구조적 유연성과 안정성을 유지한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부위를 ‘고변형(high-strain) 영역’이라고 하며, 이 부위는 효소 안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많이 휘고 접히는 기계적 관절 같은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고변형 영역의 점탄성이 손상되면, 효소의 반응 속도도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다.

3.알파폴드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예측 인공지능 모델. 단백질은 아미노산 사슬이 3차원으로 접혀 있는 구조인데, 알파폴드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만 입력하면 접힘(folding) 과정을 계산해 그 단백질이 실제로 어떤 3차원 구조를 가질지 정밀하게 예측해준다. 알파폴드 개발진은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파폴드를 이용해, 단일 아미노산 돌연변이가 효소 전체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했다. 하나의 아미노산만 바꿨을 때 주변 구조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즉 단백질이 얼마나 ‘뒤틀리고, 흐트러졌는지’를 정량적으로 계산해 실제 효소 활성 변화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구조 변형이 클수록 효소 활성이 더 많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고, 이를 통해 단백질 구조의 기계적 안정성과 생물학적 기능이 정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 뒷받침되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기계의 쇼크 옵서버 같은 효소의 고변형 영역을 실험적으로 알아냄. 빨간 선은 효소 안에서 힘이 전파되는 경로를 나타내며, 외부 진동을 받을 때 구조적으로 가장 크게 휘는 고변형(high-strain) 부위들이 이 경로에 위치해 있다. 효소를 금판(노란색) 사이에 고정하고, 레이저 빛을 쏘아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한 움직임을 관측한 뒤, 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힘이 집중되는 고변형 영역을 찾아냈다. (그림제공: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