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암세포와 혈관 간의 상호작용을 실제 인체 환경처럼 정밀하게 모사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칩 기술이 개발됐다. 환자 맞춤형 항암제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조윤경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와 혈관 사이의 상호작용을 대량으로 실시간 분석하는 미세 유체 칩인 'ODSEI 칩'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암세포는 빠르게 자라기 위해 정상세포보다 많은 영양분과 산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원을 스스로 만들 수 없어서 주변의 혈관세포를 자극해 필요한 자원을 끌어온다. 변화무쌍한 암 전이, 약물 내성 메커니즘을 밝히고 효과적 치료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 암과 혈관의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연구팀이 개발한 ODSEI 칩은 1,000개 이상의 암 덩어리(종양 스페로이드)를 혈관 세포와 함께 배양해 분석하는 장치이다. 기존의 폐쇄형 시스템과 달리, 개방형 구조로 설계돼 특정 시점에 원하는 스페로이드만 회수해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암세포가 혈관과 상호작용하며 내성을 획득하는 경과를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유방암 치료제인 타목시펜의 내성 발생 과정을 연구했다. 단일 세포 RNA 시퀀싱과 단백질 분석을 통해 혈관 약물 전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바이오마커인 IL-8, TIMP-1을 발굴했다. 또 이 신호 물질들이 암세포의 생존 신호를 활성화하고 치료제에 대한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암세포가 약물 내성을 보이는 과정을 규명했다.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노주영 학생은 “칩은 특수 코팅된 이중층 다공성막으로 설계돼 개방형 구조를 가지면서도 실제 인체와 유사한 환경을 모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세포와 혈관 세포는 물리적으로는 분리돼 있지만, 신호 물질은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다. 또한 각 암세포 스페로이드는 개별 웰(well)에 분리돼 배양되므로, 간섭 없이 스페로이드 단위로 독립적인 관찰과 분석이 가능하다. 조윤경 교수는 “종양 미세환경을 정교하게 모사한 조건에서 약물 내성을 효과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이 기술은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4월 3일 출판됐다. 그 혁신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아 권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으며, 미세유체칩 분야 핫 토픽(hot topic)에도 올랐다. (논문명: ODSEI Chip: An Open 3D Microfluidic Platform for Studying Tumor Spheroid‐Endothelial Interactions) |
|
[붙임] 연구결과 개요 |
1.연구배경 생명과학 분야에서 종양 미세환경을 연구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동물 모델은 종양의 성장 및 전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기여해왔으나, 인간의 조직 및 장기 미세환경을 정밀하게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고자 개발된 3차원 종양 스페로이드 배양 시스템은 종양의 입체적 구조를 모사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기존 대부분의 시스템은 폐쇄형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세포의 선택적 회수 및 유연한 조작이 어렵고, 특히 혈관 내피세포와의 동시 배양 및 상호작용 분석에는 제한이 많았다. 특히 종양은 빠른 성장과 생존을 위해 주변 혈관세포와 신호물질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혈관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이 과정은 종양의 전이뿐만 아니라 약물 내성 획득에도 깊이 관여한다. 따라서 종양과 혈관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인체와 유사한 조건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본 연구팀은 종양 스페로이드와 혈관 내피세포를 동시에 배양하고, 각 스페로이드를 독립적으로 추적 및 회수해 분자생물학적 분석까지 가능한 새로운 개방형 미세유체장치를 개발하고자 했다. 2.연구내용 연구팀은 종양 스페로이드와 혈관 내피세포 간의 정밀한 상호작용 분석을 위해 'ODSEI 칩(Open 3D Microfluidic Platform for Studying Tumor Spheroid‐Endothelial Interactions)'을 개발했다. 이 칩은 이중층 다공성막 구조로, 상부에는 종양 스페로이드가, 하부에는 혈관 내피세포가 각각 배양된다. 물리적으로는 분리된 공간이지만, 신호물질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구조로, 실제 인체 내 세포 간 상호작용을 모사할 수 있다. 또한 각 스페로이드는 개별 웰(well)에 분리되어 배양되기 때문에 서로 간의 간섭 없이 독립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이 칩은 개방형 구조로 설계되어 원하는 시점에 특정 스페로이드를 선택적으로 회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종양의 진화 과정이나 약물 내성 획득 경로를 시간 흐름에 따라 추적할 수 있다. 실제 실험에서는 1,000개 이상의 종양 스페로이드를 동시에 배양하고, 타목시펜 저항성 유방암 세포주와 혈관 내피세포를 함께 배양해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과 단백질 분석을 통해, 혈관세포가 분비하는 IL-8, TIMP-1이 암세포의 생존 신호(mTOR, NF-κB 경로 등)를 활성화해 타목시펜에 대한 내성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또한 이들 신호물질을 중화했을 때 타목시펜에 대한 반응성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내성 극복을 위한 잠재적 표적 가능성도 입증했다. 3. 기대효과 ODSEI 칩의 가장 큰 장점은 다수의 종양 스페로이드를 혈관 내피세포와 효율적으로 배양할 수 있으며, 개방형 구조로 인해 스페로이드 및 배지 등 원하는 샘플을 쉽게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약물 내성 유방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 발굴뿐만 아니라,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맞춤형 항암제 개발 및 효능 평가에도 활용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는 암세포와 주변 환경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개인 맞춤형 암 치료법 개발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붙임] 용어설명 |
1.종양 미세환경 암세포를 둘러싼 다양한 비암성 세포(혈관세포, 면역세포, 섬유아세포 등), 사이토카인, 세포외기질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환경. 종양 미세환경은 암세포의 성장, 전이, 약물 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환경에서는 암세포가 혈관세포를 자극해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신생혈관 생성(angiogenesis)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동시에 불규칙한 혈관 구조로 인해 '산소 부족(hypoxia)' 상태도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암세포의 약물 내성, 침습성, 생존 능력을 강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2.미세유체장치 (Microfluidic device) 미세유체 장치는 마이크로 채널을 통하여 소량의 유체를 처리하고 조작하는 초소형 시스템이다. 미세유체 기술은 분석 목적뿐만 아니라 장기-칩 (Organ-on-a-chip) 분야에서도 활용되며, 의료 진단, 약제 반응 연구, 바이오센서 등 다양한 활용도를 갖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칩은 미세유체장치를 기반으로 한다. 3.종양 스페로이드 (Tumor spheroids) 종양 스페로이드는 실제 종양의 특성을 모방한 3차원 세포 집합체이다. 이 모델은 종양의 미세환경을 더 정확하게 재현하여 암 연구와 약물 스크리닝에 널리 사용된다. 종양 스페로이드는 세포 간 상호작용, 영양소 흡수 및 전달, 약물 침투 등을 연구할 수 있어 전통적인 2차원 세포 배양보다 실제 종양 행동을 더 잘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 4.타목시펜 유방암 중 호르몬 수용체 양성(ER⁺) 유형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호르몬 치료제. 이 유형의 암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일종의 ‘먹이’처럼 활용해 성장하는데, 타목시펜은 암세포가 에스트로겐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약물 내성의 발생이 주요한 임상 과제로 꼽힌다.
|
[붙임] 그림설명 |
그림 1. 암세포 덩어리를 둘러싼 복합적 환경을 모방할 수 있는 ODSEI 칩의 개발. 유방암의 종양 미세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개방형 미세유체 장치를 통하여, 3차원 스페로이드와 혈관내피세포간의 상호작용 및 약물 반응성을 확인함 그림 2. ODSEI 칩에서 회수된 스페로이드 단일세포 분석을 통한 약물 내성 규명 (A) ODSEI 칩에서 암세포와 혈관내피세포를 함께 배양한 후, 특정 스페로이드를 선택적으로 회수하고 단일세포 수준으로 분리해 전사체 분석(scRNA-seq)을 수행하는 과정. (B) 분석 결과, 스페로이드 내 다양한 세포 클러스터가 확인되었으며, 일부는 저산소 상태, 전이성 특성, 내성 특성을 가진 세포군으로 구분됨. (C) 클러스터별 주요 신호경로 분석 결과, 내성 관련 경로(mTOR, NF-κB, Wnt 등)가 특정 세포군에서 활성화되어 있음.(D) 내성 특성이 강한 것으로 확인된 클러스터의 유전자 발현 패턴 비교. 혈관내피세포(HUVEC) 유무에 따라 발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남. (E) 동일 클러스터에 대한 경로 분석 결과, 혈관내피세포가 존재할 때 내성과 관련된 여러 생존 신호 경로가 유의미하게 활성화됨. 그림 3. 발굴된 바이오마커(TIMP-1, IL-8)를 억제했을 때의 약물 효과 검증 (A-B) 다양한 농도의 약물 처리 조건에서의 스페로이드 생존율 분석. 혈관내피세포가 있는 경우(C+F+E), 죽은 암세포(빨간색)가 적음을 확인할 수 있다. (C) 암세포 단독, 섬유아세포와의 공동배양, 그리고 혈관내피세포까지 포함한 조건에서 스페로이드의 단백질 발현 차이를 비교 (D-E) TIMP-1과 IL-8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했을 때, 암세포가 다시 약물에 잘 반응하는 것을 확인함. |
![]() |
UNIST 홍보팀 news@unist.ac.kr TEL : 052)217-1230FAX : 052)217-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