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균혈증은 세균이 혈류를 통해 전신에 퍼지는 질환으로,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전신에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심하면 다발성 장기부전 및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패혈증이나 패혈성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혈액 내 세균은 탐지와 제거가 어려워, 기존 항생제 치료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과 혈액배양 음성 감염 환자의 증가로 인해, 항생제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세균 제거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세균이 혈류 내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분포하는지에 주목했고, 이를 물리적으로 유도해 장치 표면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효과적인 세균 제거가 가능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또한 장치 표면으로 유도된 다양한 종류의 세균들을 효과적으로 흡착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성 물질들이 포함된 표면을 개발하게 되었다.

2.연구내용

연구팀은 적혈구와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유도된 세균의 변연화(margination)라는 개념을 체외 혈액 정화에 도입했다. 변연화는 혈류 내에서 부드러워 변형성이 높은 적혈구가 축 방향으로 이동(axial migration) 하여 혈류 중심부로 몰리고, 상대적으로 작고 단단한 세균은 혈관 벽면 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유체역학적 흐름을 활용해 세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한 뒤, 세균들을 흡착하는 다양한 기능성 물질들이 포함된 표면을 통해 분리 및 제거하는 방식을 설계했다.

이를 위해 혈장 단백질로 구성된 세포 제거 혈전(Cell-Depleted Thrombus, CDT)을 형성하고, 피브리노겐과 피브로넥틴 등 혈장 단백질들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세균을 효과적으로 흡착하였다. 이 CDT는 세균의 표면 분자 및 섬모 구조와 같은 부착소(adhesin)에 결합해 다양한 균종을 포획할 수 있다.

또한 실험을 통해 적혈구의 축 방향 이동(axial migration)을 유도하기 위한 임계 변형률(Critical strain rate, 0.83 × 10⁻²)과 최적 미세유체 채널 크기(약 200 µm) 및 유속(2.2 mm/sec)을 규명하였으며, 이 조건에서 적혈구와 세균의 물리적 충돌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세균의 변연화 현상이 촉진되고 CDT 표면으로의 이동 및 흡착이 효과적으로 일어남을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체외 CDT 필터(Extracorporeal Cell-Depleted Thrombus Filter, eCDTF)를 제작해 혈액 내 존재하는 그람양성균, 그람음성균은 물론 항생제 내성균과 사람 분변 유래균을 90% 이상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였다.

또한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된 소동물(rat) 모델을 대상으로 eCDTF를 이용한 체외 혈액 순환 치료를 시행한 결과, 이틀 연속 치료한 경우 혈중 세균 수가 약 100배 감소했고, 염증 지표(TNF-α, IL-6)도 각각 75%, 65% 이상 줄었다. 간과 비장 등 주요 장기 내 침투균도 현저히 줄었으며, 생존율은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이 7일 이내 전원 사망한 반면, 한 차례 치료한 그룹은 33%, 이틀 연속 치료한 그룹은 100%의 생존률을 보였다.

3.기대효과

개발된 eCDTF는 세균의 종류나 항생제 내성 여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물리 기반 원리를 활용해, 기존 항생제 기반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해당 기술은 감염원에 대한 사전 진단 없이도 빠르게 다양한 균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단 지연이 치명적인 균혈증 및 패혈증 치료에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세균의 혈류 내 거동을 능동적으로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혈액정화 기술로, 향후 패혈증을 비롯해 장내세균 감염, 항생제 내성 감염 등 다양한 감염 질환에 대해 체외 혈액정화 치료의 새로운 원리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혈전 내 혈장 단백질들의 세균 흡착 능력은 기존 체외투석이나 체외 혈액정화 치료에서 드물게 보고되었던 ‘원인 불명의 세균 제거 사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즉, 혈류 내 자발적으로 형성된 혈전이 세균을 포획하면서 일시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붙임] 용어설명

1.혈전(Thrombus)

‘피떡’으로 불리는 혈전은 혈관 안에서 혈액이 응고되어 형성된 고체 물질로, 주로 혈소판과 피브린, 적혈구 등으로 구성된다. 지혈을 위한 생리적 반응이지만, 혈관 내에 비정상적으로 생기면 혈류를 막아 뇌졸중과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세균이 잘 달라붙는 표면 특성을 가져, 감염성 혈전의 원인이 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혈전의 세균 흡착 특성을 모사해, 세포를 제거하고 혈장 단백질만 남긴 ‘인공 혈전’을 체외 정화 장치에 적용했다.

2.균혈증(Bacteremia)

세균이 일시적 혹은 지속적으로 혈류에 존재하는 상태로, 치료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3.패혈증(Sepsis)

세균이 혈류를 통해 전신에 감염되며 생기는 강한 염증 반응 및 장기 손상 상태. 패혈증은 국내에서 9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으로, 2021년 통계에 따르면,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5명이다.

4.세포 제거 혈전 (CDT, Cell-Depleted Thrombus)

인공혈전. 혈장 단백질만으로 구성된 혈전 구조로, 세균의 표면 부착소와 결합 가능한 다양한 단백질들을 풍부하게 포함함.

5.부착소(adhesin)

세균이 숙주 조직에 부착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면 분자군.

6.변연화 (Margination)

혈류 내에서 작은 입자(세균 등)가 혈관 벽면으로 이동하는 현상.

7.축 방향 이동(Axial migration)

혈류 내에서 적혈구가 변형성과 운동성에 의해 채널 중심부로 몰리는 현상.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작고 단단한 입자나 세균은 중심부에서 밀려나 벽면 쪽으로 이동함. 변연화의 전제 조건이 되는 물리적 현상.

8.체외 세포 제거 혈전 필터(Extracorporeal Cell-Depleted Thrombus Filter)

혈액 외부 순환 장치에 CDT와 세균 변연화(margination) 현상을 적용한 새로운 형태의 세균 제거용 필터.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인공 혈전의 세균 포획 성능. 인공혈전(CDT)은 다양한 혈장 단백질로 구성돼 그람양성·음성균을 효과적으로 흡착하도록 설계됐다. 전혈보다 혈장 기반 혈전에서 세균 포획 효율이 높았다.

그림2. 개발된 장치에 적용된 혈류역학 원리. eCDTF 장치 내부에서는 혈액이 흐르면서 적혈구와 세균 사이에 물리적 분리가 일어난다. 부드럽고 변형성이 높은 적혈구는 세포막이 회전하듯 움직이는 탱크 트레이딩(tank-treading) 현상과 이로 인해 생긴 양력(lift force)에 의해 점차 혈류 중심부로 이동하는 축 방향 이동(axial migration)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상대적으로 작고 단단한 세균은 적혈구와 반복적으로 충돌하면서 바깥쪽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처럼 혈류 속에서 세균이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변연화(margination)라고 하며, 장치 중앙에 형성된 인공 혈전에 세균이 달라붙도록 유도하는 원리다.

그림3. eCDTF를 이용한 항생제 내성균과 분변 유래 세균의 제거.

그림4.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감염 쥐 모델에서 eCDTF를 이용한 체외 혈액정화 치료 효과 MRSA에 감염된 소동물 모델에서 eCDTF를 이용한 3시간 체외 순환 치료(단회 및 연속 2회 처리) 후, 혈중 세균 수가 급감하고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함. 주요 장기(폐, 비장, 신장)에서 MRSA 감염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염증성 사이토카인(TNF-α, IL-6, IFN-γ, GM-CSF, IL-1α) 수치 또한 크게 감소하여 면역 항상성 회복 효과가 확인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