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5. 06. 12 (목)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만 분의 1초 안에 끝나는 효소 반응, ‘분자 영화 기술’로 포착!

UNIST 김채운 교수팀, 탄산탈수효소 반응의 중간 단계 최초 관찰·반응 핵심 요소 규명
신약 개발·생체 모방 촉매 설계 등 도움... Nature Communications 논문 게재

1초당 백만 번이라는 빠른 속도로 작동하는 생체 효소 분자의 반응 과정이 ‘분자 영화 기술’로 포착됐다. 촬영 컷을 이어 만드는 영화처럼 효소 분자의 반응을 단계별로 얼려 촬영하고 이를 순서대로 복원한 기술이다. 이번 연구로 효소 활성을 결정짓는 요소도 새롭게 밝혀져 신약 개발과 생체 모방 촉매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 물리학과 김채운 교수팀은 탄산탈수효소II가 이산화탄소를 탄산으로 바꾸는 반응을 원자 수준에서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탄산탈수효소II(Carbonic Anhydrase II)는 이산화탄소를 혈액에 잘 녹는 탄산이온으로 바꾸는 단백질 촉매다. 이 촉매 분자의 활성자리에 이산화탄소가 붙었다가 탄산으로 바뀌어 떨어지는 반응이 일어나는데, 반응이 1초에 백만 번 이상 일어날 정도로 빨라 그 중간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자체 설계한 분자 영화 기술로 반응 전 과정을 포착하고, 활성자리에서 물 분자가 자리를 바꾸고 새 물이 유입되면서 탄산이온이 빠르게 방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 분자의 재배열과 교체라는 반응 중간 단계가 생성물 방출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의미다.

분자 영화 기술은 온도를 낮춰 효소 반응을 인위적으로 멈춘 뒤, 고정된 구조를 X선으로 연속 촬영해 시간 순서대로 복원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영하 183℃에서 효소를 결정화한 뒤, 광분해성 기질(3NPA)을 넣었다. 이 기질은 자외선을 받아 효소의 활성자리에 순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온도를 영하 73℃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며 구조를 촬영했고, 이 X선 구조 데이터를 이어 붙여 효소 반응 전 과정을 ‘분자 슬로우모션 영화’처럼 재구성했다.

제1 저자인 김진균 박사는 “영하 113℃에서 영하 93℃ 구간에서만 나타나는 반응 중간 상태를 원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효소 반응의 중간 단계를 구조적으로 포착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김채운 교수는 “새롭게 밝혀진 원리는 단백질 공학과 신약 개발은 물론 물 분자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방식의 생체 모방 촉매 설계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5월 12일 온라인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명: Fast product release requires active-site water dynamics in carbonic anhydrase)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물리학과: 김채운 교수 (052) 2147

  • [연구그림] 초고속 효소인 탄산탈수효소의 반응물 결합구조와 탄산 이온의 빠른 방출 매커니즘
  • [연구그림] 탄산탈수효소의 구조와 기질(반응물) 존재 여부에 따른 활성 부위의 차이
  • [연구그림] 실험 설계와 과정 및 효소의 구조 변화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탄산탈수효소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이산화탄소(CO₂)를 물에 잘 녹는 탄산 형태로 전환시키는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 효소이다. 특히 탄산탈수효소II 는 초당 최대 백만 번까지 반응이 일어나는 생체 내 가장 빠른 효소 중 하나로, 생체 내에서 이산화탄소를 혈액에 녹여 폐로 운반하거나 혈액 산성도(pH)를 조절하는 생리학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생리 의학적으로 연구 가치가 매우 높다.

이 효소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 덕분에 활성 부위에서의 반응 메커니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지만, 효소 반응의 초고속 진행 속도 때문에 각 반응 단계의 중간 상태를 원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2.연구내용

연구팀은 탄산탈수효소II의 활성 부위에 이산화탄소(CO₂)를 생성하는 3-니트로페닐아세트산(3NPA; 3-nitrophenylacetic acid)를 고정한 뒤 이를 영하183℃(90K)의 초저온에서 얼린 상태로 유지하고 자외선(UV) 광분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초저온에서 생성시켰다.이렇게 준비된 결정을 이후 온도를 점진적으로 상승시키면서 X선 회절 데이터를 얻고 분석하여, 효소 반응의 전체 반응 사이클을 원자 하나 수준의 초고해상도(1.2Å)의 X선 회절을 통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연속적으로 시각화하였다.이를 통해 기존의 연구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탄산탈수효소의 촉매 과정에서 생성물인 탄산이온의 새로운 결합 형태를 발견했으며, 해당 발견을 통해 활성 부위 내 물 분자의 동적 재배열이 효소 반응의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임을 규명하였다.

3.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금속단백질의 활성 부위에서 일어나는 촉매 반응의 메커니즘을 높은 시공간적 분해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시각화함으로써 효소 촉매 작용에 있어 물 분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이고 심도 있는 이해를 증진시킨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이러한 연구 결과는 향후 효소의 촉매 기능을 최적화하고, 새로운 효소 설계 및 단백질 공학 분야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약물 표적 발굴, 금속유기골격체(metal organic framework) 연구 및 거대분자의 물성과 생리의학적 활성에 관한 이론적·계산화학적 연구와 시스템생물학 연구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붙임] 용어설명

 

1.효소 활성부위(active site)

효소의 한 부분으로서 기질(반응물)이 결합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곳. 효소 활성부위에 반응물이 잘 흡착되고 생성물은 빠르게 제거되는 것이 효소의 촉매 작용 효율을 결정한다.

2.광분해

화합물이 빛에 의해 분해되는 화학반응. 본 연구의 경우 3-니트로페닐아세트산(3-nitrophenylacetic acid)이 200-400 나노미터(nm) 영역의 자외선을 받아 탄산탈수효소의 기질인 이산화탄소(CO2)와 3-나이트로 톨류인(nitrotolene)으로 분해되는 광분해 현상을 활용하였다.

3.X선 회절 (X-ray crystallography)

단백질이나 물질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관찰하기 위해 사용하는 분석 기법이다. 규칙적인 배열을 가진 결정에 X선을 쬐면, 원자에 부딪힌 X선이 특정한 패턴으로 퍼져나가며 회절된다. 이 회절 패턴을 분석하면, 물질 내부 원자들의 3차원 위치와 결합 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

4.금속단백질(metalloprotein)

단백질 내부에 금속 이온을 포함하고 있으며, 해당 금속이 반응이나 구조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체분자다. 탄산탈수효소II는 아연 이온이 촉매 반응에 직접 관여하는 대표적인 금속단백질이다. 이처럼 금속과 주변 분자의 정교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다공성 물질인 MOF(Metal–Organic Framework) 구조 내에 효소 기능을 모방한 인공 촉매를 설계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MOF도 금속단백질처럼 금속이온과 유기분자로 이뤄진 물질이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본 연구팀이 최초로 발견한 (A,B) 탄산탈수효소의 반응물 결합구조와 (C,D) 이를 통해 설명한 탄산이온의 빠른 방출 매커니즘. 영하100℃ 부근에서 활성화된 탄산탈수효소의 반응 과정 중 새롭게 포착된 반응물(탄산이온) 결합 구조는, 지금까지의 실험이나 이론 연구 어디에서도 보고된 적 없는 위치에 존재했다. 이 결합 위치는 기존 연구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세 개의 물 분자들과 겹치는 영역이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물 분자의 재공급 과정에서 나타나는 동적인 움직임이 생성물인 탄산이온의 방출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림2. 탄산탈수효소의(A) 3차원 구조와 (B,C) 기질인 이산화탄소의 존재 여부에 따른 활성부위의 차이를 보여주는 모식도아연 이온은 히스티딘 잔기(histidine residues)에 의해 활성 부위 내에 고정되어 있다. 효소의 소수성 잔기들은 소수성 분자인 이산화탄소가 결합하는 부위를 형성한다. 기질(이산화탄소), 생성물(탄산), 그리고 물 분자가 드나드는 출입 통로(entrance conduit)는 다섯 개의 물 분자에 의해 구조적으로 안정화되어 있으며, 물이 이동하는 경로는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또한, 친수성 잔기(hydrophilic residues)들은 친수성 물 분자들과 결합하여, 붉은색으로 표시된 경로를 따라 양성자 전달(proton transfer)이 이루어지는 통로를 형성한다.

그림3. 효소 활동의 전 과정을 추적하기 위한 (A) 실험 설계 개요, (B) 실험과정의 모식도, 그리고 (C) 초저온에서 추적한 효소활동 과정동안 탄산탈수효소의 구조 변화. 실험 중 시료는 초저온 질소 가스를 이용해 영하186℃에서 영하73℃(90K ~ 200K) 사이로 정밀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자외선(UV) 램프에서 발생한 빛은 렌즈를 통해 시료에 집광되며, 이 자외선은 시료 내에서 광분해 반응을 유도하여 초저온 환경에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도록 한다. 실험 전 과정 동안 시료의 X선 회절 패턴이 측정되며, 이를 통해 효소 작용 중인 탄산탈수효소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재구성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존 실험에서는 포착되지 않았던 중간단계의 탄산이온을 새롭게 관찰하였으며, 이는 그림 내 녹색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