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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10%가 넘는 반투명 유기태양전지가 나왔다. 창문이나 모바일 기기 화면을 ‘투명 발전소’로 쓸 날이 머지않았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양창덕 교수팀은 10.81%의 광전변환효율과 45.43%의 가시광선 투과율을 기록한 반투명 유기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붕이나 길가의 태양전지가 검게 보이는 이유는 전지가 태양광을 흡수해 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잘 흡수할수록 전지 효율은 높아진다. 반면 사물이 투명하게 보이려면 태양광이 흡수되지 않고 통과돼야 한다. 고효율 투명 태양전지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번에 개발된 반투명 태양전지의 비결은 적외선만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고성능 광활성층에 있다. 이 광활성층은 태양광 중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대역은 절반 가까이 통과시키고, 보이지 않는 적외선 대역을 흡수해 전기를 만든다. 적외선을 흡수해 발전하면 고에너지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것보다 광전변환효율이 낮아지기 마련인데, 광활성층의 수용체 분자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유기태양전지의 광활성층은 전자를 주는 ‘공여체’와 전자를 받는 ‘수용체’ 분자로 구성된다. 연구팀이 합성한 ‘4FY’ 수용체 분자는 전체적으로는 A–D–A 구조의 대칭형이지만, 불소와 수소, 불소와 황 사이에서 발생하는 국소적인 비대칭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분자 구조는 분자 간 정렬도를 개선하고, 전하 이동 경로를 확보해 전지 효율을 높인다. 제1저자인 양상진 연구원은 “비대칭성은 전지 효율을 높이지만 수명이 짧고 합성이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분자 구조 내에 국소적인 비대칭성을 유발해 대칭성과 비대칭성의 장점을 모두 살린 분자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전지는 주야간 조건을 반복하는 실외 환경을 모사해 총 134시간 동안 ‘다이얼 사이클(일주기) 안정성 테스트’를 수행했을 때 초기 성능의 대부분을 유지하며 높은 내구성을 입증했다. 이는 기존 Y6 수용체 분자 기반 반투명 태양전지 대비 약 17배 향상된 수명이다. 양창덕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의 태양전지를 제시한 것”이라며, “스마트폰 보호필름, 건물 유리창, 투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환경에서 ‘보이지 않는 발전소’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앙게반테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6월 10일 출판됐다. 연구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명: Efficient Semitransparent Organic Solar Modules with Exceptional Diurnal Stability Through Asymmetric Interaction Induced by Symmetric Molecular Struc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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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연구배경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ST-OSC)는 자동차, 온실,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BIPV)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합한 차세대 에너지 수확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ST-OSC가 실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높은 광 활용 효율(LUE = 광전변환효율(PCE) × 평균 가시광 투과율(AVT)), 우수한 소자 안정성, 대면적 공정 가능성 등 복합적인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소재 설계, 소자 구조, 광학 제어 등 다양한 측면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시광 영역(400–700nm)을 투과하고, 근적외선(NIR, >700nm) 영역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비풀러렌 수용체(nonfullerene acceptor, NFA)인 Y6의 등장은 ST-OSC 기술의 혁신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Y6는 고유의 분자 간 상호작용과 이에 기반한 최적화된 나노 모폴로지를 통해 고효율 ST-OSC 구현뿐 아니라 장기 안정성 및 대면적 공정 적용 가능성을 함께 향상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Y6 기반 NFAs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분자 설계 전략들이 다수 제안되었으며, 그중 분자 구조 내 ‘비대칭성(symmetry-breaking)’ 도입은 분자 간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전하 재결합을 억제하는 효과로 인해 효과적인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비대칭 구조는 일반적으로 합성과 정제가 어렵고 대량 생산에 불리한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대칭 구조의 합성 용이성과 비대칭 구조의 전자적 장점을 모두 갖춘 새로운 수용체 분자의 개발이 실용적 ST-OSC 구현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2.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대칭 구조를 가진 Y6 기반 수용체 분자 ‘4FY’에서 국소적인 비대칭 분자 간 상호작용이 나타남을 단결정 구조 및 적층 분석을 통해 규명하였다. 4FY는 전체적으로는 대칭 구조(A–D–A)이지만, 분자 말단의 불소(F) 원자가 각각 수소(H), 황(S)과 형성하는 비대칭적 상호작용(F···H, F···S)에 의해 실제로는 비대칭적인 분자 구조(conformation)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분자 간 조밀하고 정돈된 적층을 유도하며, 이는 전하 분리 및 이동 경로의 개선으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4FY의 이 같은 독특한 상호작용 특성을 활용해 모든 구성 성분이 좁은 밴드갭(narrow-bandgap, NBG)인 광활성층 조합을 설계했다. 특히 벌크 이종접합(BHJ) 방식보다 열적으로 안정하고 수직 상분리가 유리한 층별 적층(layer-by-layer, LBL) 방식을 통해 소자를 구현하였다. 좁은 밴드갭 조합은 가시광선은 투과시키면서도 적외선 영역을 효율적으로 흡수해 발전할 수 있어, 반투명 태양전지의 핵심 지표인 가시광 투과율과 효율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유리하다. 그 결과, 공여체 PCE10-2F와 수용체 4FY를 조합한 소자는 불투명 소자 기준 최대 14.80%의 PCE를 기록했으며, 반투명 ST-OSC는 PCE 10.81%, AVT 45.43%를 달성해 광 활용 효율(LUE) 4.91%를 구현했다. 또한, 국제표준 프로토콜(ISOS-LC-2I)을 적용한 실외 일주기 조건 가속 수명 테스트에서 134시간의 T80(초기 효율 80% 유지 시간)을 기록, 기준 소자(Y6 기반)의 수명(8시간) 대비 약 17배 향상된 안정성을 입증하였다. 연구팀은 이 소재를 기반으로 활성 면적 18 cm² 규모의 반투명 유기 태양광 모듈(ST-OSM)도 제작하였고, 복잡한 광학 설계 없이도 PCE 6.78%, LUE 3.10%를 달성해 현재까지 보고된 NBG 기반 ST-OSM 중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 3.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대칭 구조 기반 수용체 분자에서 자연스럽게 유도된 국소적 비대칭성이 분자 정렬과 전하 이동 특성 향상에 기여함을 보여주었으며, 이를 통해 고효율·고안정성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특히 효율과 안정성, 대면적 공정 가능성이라는 ST-OSC의 세 가지 핵심 요건을 모두 충족한 이 설계 전략은 향후 대면적 건물일체형 태양전지 또는 투명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상용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
[붙임] 용어설명 |
1.반투명 유기 태양전지(ST-OSC, Semitransparent Organic Solar Cell) 가시광선을 투과시키면서 일부 태양광(특히 적외선)을 전기로 바꾸는 유기 소재 기반 태양전지. 창문, 디스플레이 등 투명성을 요구하는 표면에 적용 가능하다. 2.광전변환효율(PCE, Power Conversion Efficiency) 입사되는 태양광 에너지 중 실제 전기로 변환되는 비율. 태양전지 성능의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3.평균 가시광 투과율(AVT, Average Visible Transmittance) 가시광선(약 400~700nm) 영역에서 얼마만큼의 빛이 투과되는지를 나타내며, 투명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4.광 활용 효율(LUE, Light Utilization Efficiency) 광전변환효율(PCE)과 평균 가시광 투과율(AVT)을 곱한 값으로, 반투명 태양전지의 종합적인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다. 5.비풀러렌 수용체(NFA, Nonfullerene Acceptor) 풀러렌 기반 소재를 대체하는 유기 전자 수용체로, 분자 설계의 자유도가 높아 효율 및 안정성 향상에 유리하다. 6.좁은 밴드갭(NBG, Narrow Bandgap) 적외선처럼 에너지가 낮은 빛도 흡수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물질 특성. 반투명 태양전지에서 가시광선은 투과시키고 적외선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7.장기 안정성 평가 프로토콜(ISOS-LC-2I) 실외 환경(빛, 온도, 습도 등)을 모사해 태양전지의 수명을 반복 측정하는 국제표준화 테스트 방법이다. 8.벌크 이종접합(BHJ, Bulk Heterojunction) 공여체와 수용체를 혼합해 하나의 층으로 형성하는 방식. 제조는 간단하지만 계면 구조 제어가 어려워 안정성과 정렬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9.층별 적층(LBL, Layer-by-Layer) 공여체와 수용체 층을 따로 분리해 순차적으로 적층하는 방식. 층간 경계가 명확해 전하 이동 경로가 정렬되고 계면 안정성이 높다. 이번 연구에서는 수용체 분자 ‘4FY’의 조밀한 적층 특성 덕분에, LBL 방식에서도 높은 효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
[붙임] 연구결과 개요, 용어설명 |
그림1. 4FY 수용체 분자 기반 18 cm2 대면적 모듈의 효율과 해당 반투명 모듈의 사진 그림2. 기존 Y6 (좌상단) 와 개발된 4FY (우상단)의 대칭 화학구조와 4FY의 비대칭 상호작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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