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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자성체 메모리 소자 개발...“저전력 고속 연산 AI 반도체 길 열려”

UNIST 유정우·손창희 교수팀, 교자성 RuO2 기반 자기 터널 접합 소자 개발
접합 소자에서 터널 자기저항 값 반전 세계 최초 관측... Phys. Rev. Lett. 게재

교자성체라는 새로운 소재를 이용한 반도체 소자가 개발됐다. 초고속, 저전력 AI 반도체 칩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UNIST 신소재공학과 유정우 교수팀과 물리학과 손창희 교수팀은 산화루테늄 교자성체 기반 자기 터널 접합 소자를 개발하고 이 소자에서 유효한 크기의 터널 자기저항(Tunneling magnetoresistance, TMR)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자기 터널 접합 소자는 MRAM 메모리 반도체를 구성하는 소자다. 현재 MRAM은 강자성체 자기 터널 접합 소자를 기반으로 하는 탓에, 비휘발성이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연산까지 가능한 AI 메모리임에도 불구하고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MRAM은 전자의 ‘전하’를 이용하는 일반 메모리와 달리 ‘스핀’이라는 물리적 특성으로 정보를 쓰고 읽는 방식인데, 강자성체라는 물질의 스핀은 반전에 필요한 에너지가 많이 들고 스위칭 속도도 제한적이며, 외부 자기장의 간섭에 민감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교자성체 기반 소자를 개발했다. 교자성체는 강자성체 소재처럼 스핀으로 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외부 자기장에 영향을 덜 받고 초고속 스위칭이 가능한 소재다.

이번 연구에서는 교자성체 특성이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산화루테늄(RuO₂)을 활용했다. 이 물질은 학계에서 오랫동안 교자성체 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실험적 특성을 두고는 여전히 다양한 해석이 있다.

연구팀은 고진공 환경에서 원자 단위로 박막을 정밀하게 쌓아 산화루테늄을 합성했으며, 절연층과 상부 강자성층을 차례로 증착해 자기 터널 접합 소자를 제작했다. 실제 이 소자에서 자성층의 자화 방향을 바꿨을 때 ‘터널 자기저항 값’이 변화되는 현상이 관측됐다. 터널 자기저항 값의 변화는 이 소자를 실제 자성 메모리 소자로 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 증거다.

연구팀은 “교자성체 기반 자기 터널 접합 소자에서 스핀 방향에 따라 터널 자기저항 값이 달라지는 현상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세계 최초 사례로, 교자성체 소자 기반 AI 메모리 반도체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 연구”라고 “터널 자기저항 값의 변화가 더 또렷한 소자를 구현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2024년 9월 시작된 ‘한계도전 R&D 프로젝트’의 신속한 지원 아래, 소재 합성부터 소자 제작·측정까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수행된 성과다. ‘한계도전 R&D’는 미국 DARPA 모델을 참고해 기초과학의 최전선을 개척하는 고위험·고파급 주제를 빠르게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한국형 프로그램이다.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한국연구재단 김동호 책임은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개발 체계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교자성 분야에 과감히 도전한 연구진의 노력과, 이를 빠르게 뒷받침한 한계도전 R&D의 지원이 만든 성과”라며, “앞으로 이 기술이 반도체 산업의 다음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신소재공학과 노승현 연구원과 물리학과 김계현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 저널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6월 20일 게재되었다.

(논문명: Tunneling magnetoresistance in altermagnetic RuO2-based magnetic tunnel junction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물리학과: 손창희 교수 (052) 217-2017

  • [연구그림] 교자성체 반도체 소자의 구조와 터널자기저항 측정 결과
  • [연구그림] 스핀 정렬과 밴드 구조, 스핀 선택성 기반 정보 판독 메커니즘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반도체 칩에는 소자가 집적되어 있다. 기존 실리콘 기반 소자는 소형화 한계와 발열 문제, 저전력 구동의 어려움 등으로 차세대 메모리 및 논리 소자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전자의 ‘전하’라는 물리적 특성을 이용하는 기존 반도체와 달리 ‘스핀 상태’ 활용한 스핀트로닉스1) 소자는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핀트로닉스 소자는 강자성체2)반강자성체3)를 기반으로 한다. 이들 자성체에서 스핀의 정렬 방향(ex 평행 또는 반평행)이 바뀌면, 전자의 터널링 확률이 달라지면서 전기 저항이 변하는 터널 자기저항(TMR)4) 현상을 이용해 정보를 읽고 쓰는 방식이다. 하지만 두 시스템 모두 표유 자기장(자성체에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자기장, 인접 소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상태 제어의 어려움 등 여러 문제점이 존재한다.

전체 자화는 없지만 스핀 분리된 밴드 구조를 지닌 교자성체(Altermagnet)5)가 새로운 물질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교자성체은 반강자성체처럼 자화는 없지만 마치 강자성처럼 전자 밴드가 스핀에 따라 운동량 공간에서 비대칭적으로 분리되어, 효율적인 스핀 전류 생성과 검출이 가능하다.

대표 후보물질인 RuO2는 큰 스핀 분리 에너지가 이론적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양한 실험에서 RuO2의 이상 홀 효과, 스핀 전류 생성 등이 관측되어 교자성체로써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특히 특정 결정 방향에서의 TMR이 이론적으로 예측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μSR, 중성자 산란, ARPES 실험에서는 예상된 자기적 특성과 밴드 분극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RuO2 기반 자기 터널 접합(Magnetic tunnel junction, MTJ)6)에서 네엘(Néel) 벡터7) 방향에 따른 TMR 현상을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2.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RuO2 기반 자기 터널 접합(MTJ)에서 Néel 벡터 방향에 따라 변화하는 터널링 자기저항(TMR) 현상을 보고하기 위해 RuO2/TiO2/CoFeB 구조의 MTJ 소자를 제작하여 Néel 벡터에 따른 TMR 특성을 측정하였다.

RuO2 박막은 펄스 레이저 증착법을 이용해 제작됐으며, 소자는 광리소그래피, 이온 밀링, 스퍼터링 공정을 통해 제작됐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샘플(RuO2 두께가 각각 10.3 nm, 11.2 nm)에서 결과를 분석하였다. 관측된 TMR은 RuO2의 스핀 분리된 이방성 밴드 구조를 반영하며, RuO2가 교자성 특성을 지님을 뒷받침한다. 특히 TMR의 크기와 부호는 RuO2의 Néel 벡터의 방향과 강자성층의 자화 방향에 민감하게 의존하며, Néel 벡터를 반전시키면 TMR의 부호도 반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대 TMR은 10 K에서 약 5% 수준으로 관측되었으며,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점차 감소하여 50 K 이상에서는 소멸된다. 이 결과는 RuO2 박막이 교자성 특성을 지님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험적 증거이며, 강자성과 반강자성의 장점을 모두 갖춘 스핀트로닉스 소자 후보로서 RuO2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3.기대효과

본 연구는 RuO2 기반 자기 터널 접합(MTJ) 소자에서 Néel 벡터 방향에 따른 TMR을 실험적으로 입증함으로써, RuO2 박막의 교자성 특성을 밝히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스핀 분극된 밴드 구조를 가지면서도 자계에 민감하지 않은 안정성을 갖춘 새로운 스핀트로닉스 소자 설계 가능성이 열렸다. 특히 열처리와 자기장 인가를 통해 Néel 벡터를 제어하고 이에 따른 TMR 신호의 반전을 관측함으로써, 전기적 또는 외부 조건에 따른 상태 제어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확인하였다. TMR 특성이 50 K 이상에서 감소한다는 결과는 향후 상온 구동을 위한 물질 및 구조 최적화 방향을 제시하며, 반강자성체의 안정성과 강자성체의 스핀 분극 특성을 동시에 활용하는 차세대 저전력·고속·고집적 스핀소자 플랫폼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붙임] 용어설명

1.스핀트로닉스 (Spintronics)

전자의 전하가 아닌 스핀을 활용하는 정보 저장 및 처리 기술.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는 전하를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데, 스핀트로닉스는 스핀 상태를 조절해 정보를 저장하고 읽어낼 수 있다. 전력 소모가 적고, 비휘발성이며, 연산과 저장을 한 곳에서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2.강자성체 (Ferromagnet)

스핀들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돼 전체 자화가 존재하는 자성체. 자석처럼 외부 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보 저장에 널리 사용됨.

3.반강자성체 (Antiferromagnet)

스핀들이 반대 방향으로 정렬돼 전체 자화가 0인 자성체. 외부 자기장에 잘 반응하지 않아 안정성은 높지만, 정보를 저장하거나 읽는 데 활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4.터널 자기저항 (Tunneling magnetoresistance)

자기 터널 접합 소자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자성층의 스핀 방향(또는 교자성체의 경우 네엘 벡터)에 따라 전자가 터널링할 때 저항이 달라지는 효과. 이 저항의 차이를 통해 정보를 판독할 수 있다.

5.교자성체 (altermagnetism)

전체 자화는 0이지만, 전자의 운동 특성에서는 스핀 방향에 따라 분리된 밴드 구조를 갖는 새로운 형태의 자성체. 강자성체처럼 스핀을 활용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반강자성체처럼 외부 자기장 간섭에는 강한 특성을 갖는다. 전통적인 자성체인 강자성체는 스핀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정렬돼 전체 자화를 띠고, 반강자성체는 정반대 방향으로 정렬돼 전체 자화가 상쇄된다. 교자성체는 이 둘의 특성을 모두 일부 갖추면서도, 고유한 전자 구조 덕분에 전체 자화는 0이지만 스핀 정렬 방향의 차이를 기반으로 정보 저장과 판독이 가능한 소재다.

6.자기 터널 접합 (Magnetic tunnel junction)

두 개의 자성체 층 사이에 얇은 절연층을 끼워 만든 구조. 전자는 절연층을 터널링을 통해 통과할 수 있으며, 양쪽 자성층의 스핀 방향이 평행할 때와 반평행할 때 전류 흐름이 달라진다. 이 차이를 이용해 0과 1을 구분해 정보를 저장한다.

7.네엘 벡터 (Néel vector)

자성체 내부의 스핀 정렬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 강자성체처럼 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물질과 달리, 반강자성체나 교자성체는 스핀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정렬돼 전체 자화가 0이 된다. 하지만 이때도 두 스핀의 정렬 방향 차이는 존재하며, 이 차이를 나타내는 벡터가 네엘 벡터다. 이 벡터의 방향을 조절하면 자성 상태를 바꿀 수 있어 정보를 저장하거나 읽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RuO교자성체 기반 자기 터널 접합(MTJ) 소자 구조와 TMR 측정 결과 (a) RuO2(110)/TiO2/CoFeB 자기 터널 접합과 자기장 방향에 대한 도식. (b) RuO2의 네엘벡터를 [001] 방향으로 정렬한 후, [001] 방향으로 자기장을 인가하며 측정한 자기저항. (c) 평면 내 방향 회전에 따른 자기저항의 변화. (d, e) 서로 다른 네엘 벡터의 방향에 따른 자기저항.

그림2. 교자성체 RuO의 스핀 정렬과 밴드 구조, 스핀 선택성 기반 정보 판독 메커니즘 (a) RuO2의 결정 구조와 스핀 방향을 나타낸 도식. (b) RuO2의 전자 밴드 구조를 나타낸 도식. (c) RuO2(110)/TiO2/강자성체(FM) 기반 MTJ에서의 TMR을 나타낸 도식. 빨간색 및 파란색 곡선은 각각 업(↑), 다운(↓) 스핀 밴드, 굵은 화살표는 터널링 전류 방향 및 확률에 따른 상대적 세기 표현. 강자성층의 자화가 상·하 방향 중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터널링 전류가 달라지며, 이를 통해 정보를 구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