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5. 07. 03 (목)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햇빛이 DNA에 남긴 ‘상처’, 두 단백질이 협력해 찾아낸다!

이자일 UNIST 교수팀, 단분자 이미징 이용해 DNA 손상복구의 새로운 분자 기전 규명
색소건피증, 피부암 예방·치료 전략 마련 도움 ...Nucleic Acids Res. 논문 게재

강한 자외선이 비틀어버린 DNA 가닥은 피부노화와 암의 원인이 된다. 다행히도 우리 몸엔 30억 개에 이르는 DNA 염기쌍 중에서 손상된 부위만을 빠르게 찾아내 복구하는 경로가 있는데, 그 작동 방식이 새롭게 밝혀졌다

UNIST 생명과학과 이자일 교수팀은 ‘NER’라는 DNA 복구 경로에서 손상된 부위를 찾아내는 두 단백질이 기존에 알려진 ‘순차적 전달’ 관계가 아닌 ‘협력적 복합체’ 형태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

NER은 자외선 때문에 생긴 CPD라는 손상 구조를 잘라내는 복구 경로다.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져 있어서, 손상 부위를 얼마나 빠르게 찾아내느냐가 복구 효율을 좌우한다. 구조 변화를 감지하는 XPC 단백질을 가동해 손상 부위를 찾아내는데, CPD 손상은 비틀림이 크지 않아 XPC 단독으로는 인식이 어렵다. 이때 손상 인식을 돕는 것이 UV-DDB라는 단백질이다.

기존에는 UV-DDB가 먼저 손상 부위에 결합한 뒤 이를 XPC에 넘겨주는 순차적 작동 방식으로 이해돼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와 달리, 두 단백질이 복합체(UX-complex)를 형성해 공동으로 DNA를 탐색하고, XPC가 UV-DDB의 결합력과 탐색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결론은 DNA 커튼이라는 단분자 이미징 실험을 통해 뒷받침됐다. DNA 커튼은 유리 표면에 정렬한 DNA 가닥 위로 단백질 분자를 흘려보내 형광 현미경으로 움직임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두 단백질이 복합체를 이룬 경우 UV-DDB는 DNA 가닥에 더 잘 달라붙고, 가닥을 미끄러지듯 따라 이동하며 손상 부위를 더 효과적으로 찾아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1 저자인 안소영 연구원은 “손상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가는 분자 움직임을 직접 확인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자일 교수는 “자외선 손상을 인식하는 두 단백질이 서로 협력해 더 빠르게 손상을 찾아내고 NER 과정을 촉진한다는 점을 밝혀냈다”며, “이는 분자생물학 교과서에 실린 NER 작동 원리를 새로 써야 할 만큼 의미 있는 결과로,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노화뿐 아니라 색소건피증과 피부암의 예방과 치료 전략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색소건피증(Xeroderma Pigmentosum)은 XPC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이를 앓을 경우 피부암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수백~수천 배 높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뉴클레익 에시드 리서치(Nucleic Acid Research, IF: 16.6)’에 6월 18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논문명: XPC-RAD23B enhances UV-DDB binding to DNA to facilitate lesion search in nucleotide excision repair)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생명과학과: 이자일 교수(052) 217-3069

  • [연구그림] UV-DDB와 XPC와의 상호작용에 의한 UV-DDB의 DNA 손상(CPD) 인식 효율 증가 모델
  • [연구그림] 이번 연구 결과를 뒷밤침 하는 DNA 커튼 실험 기법
  • [연구그림] XPC를 5배 농도로 처리한 조건에서 촬영한 UV-DDB의 움직임
  • [연구그림] XPC에 의한 UV-DDB의 DNA 결합 증가를 보여주는 DNA 커튼 기법 기반 이미지

[붙임] 연구결과 개요, 용어설명

 

1.연구배경

DNA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생체분자다. 사람의 DNA는 대략 30억 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돼 세포핵 내부에 존재한다. DNA는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서 손상을 입게 되는데, 특히 자외선 혹은 화합 물질 등에 노출되면 염기쌍에 변화가 생긴다. 따라서, 여름철에 따가운 태양 아래 피부가 오래 노출되면, 피부가 상하게 되고,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은 피부노화를 촉진한다. 나아가 이러한 염기쌍의 변화는 유전정보를 변형해, 암 특히 피부암이나 유전병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우리 몸은 이를 막기 위해 염기쌍의 변화를 원래대로 복구하는 DNA 손상 복구 기전을 진화적으로 발전시켜왔다. 특히, 자외선에 의해서 변형된 염기쌍의 변화는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Nucleotide Excision Repair, NER)’이라는 과정에 의해서 복구된다. NER은 다양한 단백질들이 복합체(Complex)를 이뤄, 여러 단계를 거치며 진행된다.

이중 가장 중요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계는 30억 개의 염기서열 중에서 손상을 입은 염기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 역할을 맡는 단백질은 XPC이나, 자외선에 의해서 형성되는 CPD(cyclobutane pyrimidine dimer)라는 DNA 손상은 XPC에 의해서 잘 인식되지 않는다. 대신 UV-DDB가 이를 인식한 후에, XPC에게 전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두 단백질이 서로 어떠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CPD를 복구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2.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XPC와 UV-DDB가 함께 있을 경우, UV-DDB가 CPD에 훨씬 더 잘 붙는다는 것을 단분자 이미징 기법인 DNA 커튼과 생화학적 분석 방법으로 새로이 발견하여, XPC가 UV-DDB의 CPD 인식을 촉진한다는 것을 규명하였다. 나아가 DNA 커튼을 이용하여 UV-DDB가 DNA 위를 1차원 확산을 통해서 움직이면서 CPD를 인식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관찰하였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XPC와 UV-DDB가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닌,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복합체 형성을 통하여 UV-DDB가 CPD를 더 빠르게 인식하고, 인식 후에 더 빨리 XPC에서 CPD를 전달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기전을 발견하였다.

3.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NER에 의한 DNA 손상 복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 DNA 손상 인식과정을 연구하였다. 특히, 30억 개의 염기로 구성된 사람의 유전자에서, CPD라는 자외선에 의한 DNA 손상을 UV-DDB가 어떻게 빨리 발견하는 가를 단분자 이미징 기술은 “DNA 커튼”을 이용하여 밝혔으며, UV-DDB와 XPC가 복합체를 이루어 CPD를 더욱 더 빨리 찾음과 동시에 XPC로 CPD를 전달한다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정립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UV-DDB와 XPC의 복합체에 의한 CPD 및 DNA 손상 인식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심각한 유전질환인 색소성건피증, 피부암 등을 유전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적 기반이 될 수 있다.

한편 DNA커튼 시스템은 다양한 DNA-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시스템이다. 이를 이용하면 체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DNA 대사 작용들의 분자생물학적인 기전을 밝힐 수 있어 다양한 관련 연구를 진행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붙임] 용어설명

1.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Nucleotide Excision Repair, NER)

DNA 손상복구 기전 중 하나로 자외선에 의해서 발생하는 CPD 혹은 DNA 염기에 결합된 화합물 등을 제거하여 염기쌍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기전이다. 이 기전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면, 색소성건피증(Xeroderma Pigmentosum)이라는 질병에 걸리는데, 이 질병은 낮에 햇볕(자외선)을 쬐면 피부가 심각하게 손상되며, 피부암 발병률이 수십 배 높다. 이 기전은 손상된 염기가 있는 DNA 가닥을 도려낸 후에, 반대편 가닥을 이용해서 새로이 염기쌍을 형성함으로써, 유전정보의 손실 없이 DNA 손상을 복구한다.

2.CPD(Cyclobutane Pyrimidine Dimer)

DNA를 이루는 네 개의 염기 중 하나인 싸이민(thymine)이, 염기서열에서 연속적으로 두 개가 있을 때, 자외선은 이 두 개의 싸이민을 공유결합으로 연결한다. 특히 싸이민을 이루는 링 구조가 평행하게 결합하면서 연결된 형태를 CPD라고 한다. CPD는 DNA의 복제를 막거나 복제 과정 중에 염기서열의 변형을 야기한다.

3.XPC (Xeroderma Pigmentosum, Complementation Group C) 단백질

NER(염기절제복구) 경로에서 DNA 손상을 감지하는 인식 단백질이다. DNA 이중나선이 비틀린 구조를 감지해 손상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RAD23B 단백질과 함께 작용해 손상된 부위에 안정적으로 결합하며, NER 복구의 시작 단계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4.UV-DDB(Ultraviolet-damaged DNA-binding protein) 단백질

NER(염기절제복구) 경로에서 자외선에 의해 발생한 손상(CPD 등)을 탐지하는 초기 인식 단백질 복합체다. DDB1과 DDB2라는 두 단백질로 이루어진 복합체이며, 특히 비틀림이 거의 없는 손상도 감지할 수 있어, XPC 단백질의 인식을 돕는 역할을 한다.염색질 구조의 DNA에서도 작동할 수 있어, NER 복구의 선발주자 역할을 한다.이번 연구에서는 XPC-RAD23B와 함께 복합체(UX-complex)를 이루어 탐색과 결합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5.단분자 분광학(Single-molecule Spectroscopy)

전통적인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적인 방법은 한 튜브 내에 다수의 분자를 넣고 그 평균적인 효과를 측정한다. 이러한 측정법은 전반적인 경향성을 파악하는 데 주효하지만, 분자들이 가지는 세부 상태나 동역학적 변화를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단분자 분광학은 생체분자 각각을 관찰하는 새로운 실험기법으로, 기존의 측정방법에서 관찰할 수 없었던 세부 특성을 관찰할 수 있으며, 쉽게 동역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아가 분자들의 움직임과 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직접 관찰할 방법을 제공한다.

6.DNA 커튼(DNA Curtain)

단분자 분광학 기술 중 하나로, 나노구조제조기술, 마이크로유체제어기술, 형광이미징 기술을 융합하여, DNA와 단백질 및 단백질과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이미징하여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슬라이드 유리 위에 25 nm 정도의 금속(크로뮴 혹은 티타늄) 장벽을 제작하고, 마이크로 채널을 형성한다. 지질이중막을 슬라이등 유리 위에 깔아두고, 지질 분자 하나에 DNA 하나를 결합시킨 후, 유체를 흘려주면, DNA를 지질이중막을 따라서 움직이다가 금속 장벽에 걸린 후, 펼쳐진다. 이후, 형광이 표지된 단백질을 넣어서, DNA와 단백질을 전반사형광 이미징을 이용하여 관찰한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이번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DNA 커튼 실험 기법 DNA 가닥(Lambda DNA)을 유리 표면에 정렬한 뒤, 형광 물질(Qdot)로 표지한 복구 단백질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실험 방식이다. 단백질 분자가 DNA 가닥 위를 움직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그림2. UV-DDBXPC와의 상호작용에 의한 UV-DDBDNA 손상(CPD) 인식 효율 증가 모델. UV-DDB가 XPC와 복합체를 이루며, XPC에 의해서 UV-DDB가 DNA에 얹힌 상태로, 1차원 확산(1D diffusion)을 통해서 DNA 위를 움직이며 DNA 손상을 인식함. 이 복합체 형태는 UV-DDB에서 XPC로의 DNA 손상 전달을 촉진함.

그림3. XPC에 의한 UV-DDBDNA 결합 증가를 보여주는 DNA 커튼 기법 기반 이미지. XPC가 없을 때(위)보다 있을 때(아래) quantum dot이 표지된 UV-DDB(붉은 점)가 더 많이 DNA에 결합된 것을 관찰할 수 있음.

그림4. XPC5배 농도로 처리한 조건에서 촬영한 UV-DDB의 움직임.

UV-DDB 단백질이 DNA를 따라 1차원 확산(1D diffusion) 방식으로 이동하며 손상 부위를 탐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란색 점선은 단백질이 CPD 손상 부위에 도달해 멈춘 지점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