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5. 09. 10(수)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기나 태양광 없이도 그린 과산화수소 만든다!

UNIST·KAIST·스탠퍼드大, 글리세롤 산화 기반 자가 구동 과산화수소 생산 시스템 개발
과산화수소 생산과 발전, 고부가가치 물질 변환을 한 번에... Nat. Synth. 게재

외부 전기나 태양광에너지 없이도 그린 과산화수소(H₂O₂)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을 UNIST·KAIST·스탠포드大 국제 공동연구진이 최초로 개발했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욱 교수팀은 KAIST 서동화 교수, 美 스탠퍼드대학교 토머스 하라미요 교수팀과 함께 바이오디젤 부산물인 글리세롤을 이용하여 전기나 태양광 에너지 없이도 그린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전력 없이 작동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고부가 가치 글리세르산도 함께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소독제로 알려진 과산화수소는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이 펄프표백, 반도체 세정과 같은 공정에서 소비되는 산업 원료다. 연료전지 산화제나 에너지 저장체로의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수요가 증가가 예상되지만, 생산 방식은 고가의 수소와 유기 용제, 대량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안트라퀴논 공정에 의존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이 과정에서 유기 오염물과 이산화탄소 배출도 많다.

연구진이 개발한 생산 시스템은 오염물,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기, 태양광 같은 외부에너지조차 쓰지 않고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글리세롤의 화학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양극에서 글리세롤이 자발적으로 산화돼 글리세르산으로 바뀌면서 전자를 내놓고, 이 전자가 음극으로 이동해 산소를 환원시켜 과산화수소(H₂O₂)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동과정에서 전기가 나온다. 건전지에서 아연이 산화되고 이산화망간이 환원되면서 전기가 나오는 것과 흡사한 원리지만, 아연과 이산화망간이 소모되는 건전지와 달리, 이 시스템은 과산화수소와 글리세르산을 생산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시스템 양극에 비스무트가 코팅된 백금 촉매를, 음극에는 탄소나노튜브를 적용해, 글리세롤 산화와 산소 환원 반응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대 전위차에서 일어나도록 설계했다. 전위차가 클수록 전자가 흐를 수 있는 ‘에너지 낙차’가 커져, 두 반응이 쉽게 일어난다.

실험 결과, 이 시스템은 1분당 1제곱센티미터(cm²) 면적에서 약 8.475 마이크로몰(μmol)의 과산화수소를 만들었다. 이는 안트라퀴논 공정의 단위 면적당 생산 속도와 유사한 수준이다.

또 글리세롤이 글리세르산으로 전환되는 반응은 74%의 높은 반응 선택도 기록했다. 반응 선택도는 반응물에서 부산물이 아닌 목표물이 생성된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순도 높은 글리세르산을 생산할 수 있다. 글리세르산은 제약, 화장품,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로 활용되며, 글리세롤보다 경제적 가치가 약 3,000배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장지욱 교수는 “지금껏 개발된 친환경 생산 기술이 화석연료 기반 전기를 여전히 사용하거나 태양광이 필요해 부지확보, 운용 시간 등 경제성 측면에서 제약에 있었던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라며 “글리세롤이라는 저비용 바이오디젤 부산물로 과산화수소와 고부가 화합물을 동시에 생산하고, 전기까지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갖췄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오동락 박사(現 KIST 박사후연구원), UNIST 황선우 연구원, KAIST 김동연 연구원 (現 전북대 교수), 스탠퍼드대 제시 메튜(Jesse Matthews)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 합성 연구에서 권위 저널인 ‘네이처 신서시스(Nature Synthesis)’ 8월호에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Brainlink)과, 글로벌 기초연구실 지원사업 (BRL), 중견연구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끝)

(논문명: Sustainable and unassisted electrochemical H2O2 production coupled to glycerol oxidation )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욱 교수 (052) 217 -3027

  • [연구그림] 전기나 태양광에너지 없이 과산화수소와 글리세르산을 생산하는 시스템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약국에서 소독용제로 판매되는 과산화수소(H2O2)는 실제로 의료·소독 등 분야에서 사용되는 비율이 전체 소비량의 약 5% 내외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펄프 표백, 폐수 처리, 반도체 세정 등 고도 산업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공업 물질이다.

최근에는 높은 친환경 에너지 운반체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수요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과산화수소는는 60% 농도에서 3.0 MJ L-1의 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는데 이는 압축 수소(H2, 35 MPa에서 2.8 MJ L-1)와 유사한 에너지 밀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액체 상태이므로 저장 및 운송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 H2O2의 산업 생산은 95% 이상이 안트라퀴논 공정1)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과정은 복잡한 다단계 반응과 위험한 유기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해 상당한 화석 연료 소비와 CO2 배출을 유발한다. 이에 따라,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H2O2 생산 기술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진 전기에너지를 사용한 방법은, 사실 그 전기 자체가 화석연료로부터 대부분 만들어지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진정한 친환경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 태양에너지를 활용한 방법은 또 다른 대표적인 친환경 방법이긴 하나, 에너지 자체의 간헐성, 낮은 광-전기 전환율로 인류의 과산화수소 수요량을 감당하려면 상상 이상의 넓은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적이지 않다.

2.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지속적이고 친환경이며 고활성도를 확보할 수 있는 바이오 에너지를 활용한 과산화수소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글리세롤 또한 대표적인 바이오디젤의 부산물인데, 국제적인 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도2) 정책에 바이오디젤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글리세롤 또한 그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글리세롤은 대표적인 저가치 물질(0.023 $ g-1)인데, 개발된 촉매를 통해 이 물질의 화학에너지를 최대한 이용하면서 기존의 완벽하지 않았던 친환경성 및 저성능 시스템 한계를 벗어나 진정한 친환경 과산화수소를 고성능으로 생산함과 동시에 저가치 글리세롤을 고가치 글리세롤-유도체로 변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연구팀은 기존 글리세롤 산화 반응에 낮은 안정성을 보이던 백금 촉매에, 비스무스를 도입하면서 오랫동안 고성능을 유지하면서 글리세롤을 선택적으로 글리세르 산(고가치 글리세롤 유도체; 59 $ g-1)으로 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비스무스 도입 시, 글리세롤-글리세르 산 전환 시 필요한 국소 환경3)에서의 OH 공급을 원활하게 하면서 활성화 에너지4)를 낮추게 되고 결과적으로 반응 진행이 훨씬 수월하다. 또한 글리세롤 산화 반응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일산화탄소(CO)는 백금 촉매를 피독(촉매 표면에 반응을 방해하는 물질이 달라붙어 활성이 떨어지는 현상)시키는데, 비스무스가 이를 막아준다. 이를 이용해 기존의 ‘저성능 저안정성’ 이었던 백금 촉매의 약점을 공략하여 ‘고성능 고안정성’ 백금-비스무스 촉매를 제시한 것이다.

더하여 본 연구팀은 산소-과산화수소 전환 전기촉매로 잘 알려진 산화된 탄소나노튜브(O-CNT) 촉매를 사용했다. 이 물질은 과산화수소 생산이 100%의 패러데이 효율로 가능한데, 이를 기체 확산 전극에 적용하여 산소와의 유효충돌 수를 극대화시키고 산소-과산화수소 전환 성능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팀은, 과산화수소의 산화제 특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과산화수소를 적용, 글리세롤-글리세르 산 전환 선택도를 기존 45%에서 74%로 극대화 시켰다. 이로써 순수하게 바이오에너지만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 때 과산화수소가 글리세롤-글리세르 산 전환에 쓰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8.475 μmol cm-2 min-1 속도5)로 생산되면서 세계 최고 수준 친환경 과산화수소 생산 속도를 선보였다. 즉, 글리세롤(바이오 에너지)과 산소만을 이용하여 글리세르산, 과산화수소와 같은 고가치 물질을 동시에 생산한 것이다.

3.기대효과

연구팀이 개발한 이번 갈바닉 전기화학 시스템6)은 외부 전기나 태양광 에너지 없이도 자발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존의 (광)전기화학 기반 과산화수소 생산이 가진 에너지 의존성과 공정 복잡성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고온·고압 조건과 복잡한 촉매 순환이 필요한 안트라퀴논 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대안으로, 향후 에너지 소비와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 산업용 과산화수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바이오디젤 공정에서 나오는 저비용 부산물인 글리세롤의 화학에너지를 직접 활용함으로써, 과산화수소를 높은 속도로 생산하는 동시에 전기를 회수하고, 고부가가치 화합물인 글리세르산까지 함께 얻을 수 있어 경제성과 환경성을 모두 갖춘 지속 가능한 기술이다.

 

 

[붙임] 용어설명

 

1.안트라퀴논 공정

안트라퀴논 공정은 유기용매에 녹인 안트라퀴논을 환원과 산화 반응을 거쳐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산업용 과산화수소 합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고가의 팔라듐 촉매를 대량으로 사용한다. 각 단계마다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어 에너지 효율이 낮다. 촉매 반응 과정에서 유기 오염물질이 발생해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2.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도

석유를 대신할 미래 연료로 각광받는 바이오연료를 석유에 특정 비율 혼합하여 사용해야 하는 의무제도

3.국소 환경

촉매 반응이 일어나는 나노미터 수준의 영역

4. 활성화 에너지

촉매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에너지

5.생산 속도 (μmol cm-2 min-1)

생산 속도는 μmol cm-2 min-1(마이크로몰퍼센치미터스퀘어퍼미닛)의 단위를 쓰며 이는 단위시간, 단위면적당 얼마만큼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가를 의미한다.

6.갈바닉 전기화학 시스템

외부의 추가적인 전력 개입 없이 전자 에너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시스템. 건전지가 대표적인 갈바닉 전기화학 시스템이다. 건전지 내부에서는 두 전극(예: 아연과 이산화망간) 사이에서 자발적인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며, 이때 아연은 산화되어 전자를 내놓고(음극), 이산화망간은 그 전자를 받아 환원되며(양극) 전류가 흐른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과산화수소 생산 시스템도 이와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며, 저비용 바이오매스인 글리세롤이 산화되며 전자를 내놓고, 이 전자가 산소를 환원시켜 과산화수소를 만들면서 동시에 전기를 생성한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설명. 전기나 태양 에너지 없이 과산화수소와 고부가가치 글리세르산을 생산하는 시스템

글리세롤이 글리세르산으로 전환되는 산화 전극과 산소가 환원돼 과산화수소가 만들어지는 환원 전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화 전극으로는 비스무트가 얹힌 백금(Bi(1/3)@Pt)(좌측), 환원 전극으로는 탄소 나노튜브(O-CNT)(우측)를 활용했다. 이 시스템 각 전극에서 화학반응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도록 설계돼, 반응물이 지속해서 공급되는 한, 계속 작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