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5.09. 17(수)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무처럼 늘어났다 강철처럼 단단해지는 인공 근육 개발

UNIST 정훈의 교수팀, 신축성과 강성 확보한 소프트 인공 근육 개발
사람 근육보다 30배 일 잘해 ... Adv. Funct. Mater. 논문 게재

고무처럼 늘어났다가도 강철처럼 단단하게 변하는 인공 근육이 나왔다. 사람 근육이 수축해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처럼 이 인공 근육도 수축하면서 무게를 들 수 있는데, 이때 낼 수 있는 에너지가 사람 근육보다 30배 크다.

UNIST 기계공학과 정훈의 교수팀은 강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소프트 인공 근육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소프트 인공근육은 사람과 상호작용해야 하는 로봇, 웨어러블 기기, 의료 보조 장치 등에 활용될 수 있지만 무거운 물체를 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부드럽고 유연한 장점이 실제 힘을 쓰는 근육 역할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 인공 근육은 하중을 지탱해야 하는 상태에서는 딱딱해지고, 이를 들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부드러워져 수축할 수 있다. 딱딱한 상태에는 무게 1.25g에 불과한 이 인공 근육이 5kg 하중을 지탱할 수 있다. 자기 무게의 약 4,000배를 버티는 셈이다. 반면 부드러운 상태에서는 12배까지 늘어난다.

이 근육은 무게를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원래 길이의 86.4%가 수축하는 구동 변형률을 보였는데, 사람 근육(약 40%)보다 두 배 이상 큰 수치다. 작업밀도도 사람 근육보다 30배 더 큰 1150 kJ/㎥를 기록했다. 작업 밀도는 1㎥ 크기의 근육이 얼마나 많은 일(에너지)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근육이 잘 변형되면서 단단할수록 작업 밀도가 커지는데, 일반적으로 두 조건은 서로 상충한다.

연구팀은 근육 안에 두 가지 형태의 결합이 나타나도록 형상기억고분자 소재를 설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근육의 화학적 결합은 고분자 사슬을 공유결합으로 단단히 묶어 구조적 강도를 유지하게 하고, 물리적 결합은 열 자극에 따라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며 근육을 유연하고 잘 늘어나게 만든다.

또 표면을 특수 처리한 자성 입자를 넣어 물리적 결합을 강화하고, 외부 자기장으로도 근육이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자기장으로 근육을 움직여 물체를 집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정훈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인공근육이 잘 늘어나면 힘이 약하고, 힘이 세면 잘 안 늘어난다는 근본적 한계를 해결한 성과”라며, “앞으로 소프트 로봇, 웨어러블 로봇, 사람과 기계가 유연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2025년 9월 7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논문명: Soft Magnetic Artificial Muscles with High Work Density and Actuation Strain via Dual Cross-linking Design)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 217-1227

기계공학과: 정훈의 교수 (052) 217 2339

  • [연구그림] 자기장을 가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인공 근육의 내부 구조
  • [연구그림] 자기 인공근육의 구동 원리와 하중 지지 능력
  • [연구그림] 로봇 팔 시스템을 통한 자기 인공근육의 동작 시연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인공근육은 실제 근육처럼 수축과 이완을 하며 다양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 액추에이터로, 로봇, 웨어러블 기기, 의료 보조 장치 등 차세대 기술의 핵심 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의 전기 모터나 공압 장치보다 훨씬 가볍고 유연해, 사람과의 안전한 상호작용이나 복잡한 움직임 구현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유전탄성체(DEAs), 섬유 기반 액추에이터(예: 탄소나노튜브 얀, 꼬임 섬유), 액정 고분자(LCEs), 상변화 소재(PCM) 기반 인공근육 등 다양한 방식이 개발됐다. 각각은 고유한 장점이 있는데, 예를 들어 DEAs는 큰 변형(~250%)과 빠른 반응 속도를 보이고, LCEs는 비틀림이나 수축 등 다양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으며, PCM 기반 시스템은 강성 전환 능력을 갖춘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낮은 작업 밀도(work density)1)라는 공통적 한계를 지닌다. 즉, 실제로 낼 수 있는 힘이나 하중 지지력이 부족해, 소프트 로봇이 복잡하고 무거운 작업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형상기억고분자(SMP)2)와 같은 가변강성 소재가 주목받았다. 이런 소재는 열 자극에 따라 부드러운 상태와 단단한 상태를 오가며 모양을 고정할 수 있어, 유연성과 강성을 모두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가변강성 기반 인공근육은 여전히 신장성(잘 늘어나는 성질)과 출력(강한 힘) 사이에서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한다. 즉, 잘 늘어나는 소재는 힘이 약하고, 힘을 크게 낼 수 있는 소재는 변형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단위 부피당 낼 수 있는 기계적 에너지, 즉 작업 밀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따라서 실제 응용이 가능한 인공근육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높은 신장성과 강한 힘을 동시에 확보해 작업 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설계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2.연구내용

본 연구팀은 이중 가교(dual cross-linking) 구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자기 구동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이 구조는 고분자 내부에 영구적인 화학적 가교망과 가역적인 물리적 가교망을 동시에 형성해, 기존 인공근육의 한계였던 신장성과 출력 간의 상충관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화학적 가교망은 스터릴 메타크릴레이트(SMA)와 에틸렌글리콜 디메타크릴레이트(EGDMA) 사이의 공유결합으로 구축되어 인공근육에 안정적인 기계적 강도를 제공한다. 동시에 SMA의 긴 알킬 곁사슬은 결정화와 해리3)를 반복하며 가역적인 물리적 상호작용을 형성해, 인공근육의 신장성과 에너지 저장 능력을 향상시킨다. 여기에 옥타데실트리클로로실란(ODTS)으로 표면 개질된 강자성 입자(NdFeB)4)를 균일하게 분산시켜 물리적 가교망을 추가로 강화함으로써, 유연성과 기계적 강도를 모두 확보했다.

이러한 복합 네트워크 덕분에 개발된 인공근육은 부드러운 상태와 딱딱한 상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강성은 213 kPa에서 292 MPa까지 조절 가능하며, 이는 약 1370배에 달하는 강성 변화율에 해당한다. 또한 형상 고정률은 99% 이상으로, 외부 자극 후에도 안정적으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기계적 성능 역시 기존 한계를 크게 뛰어넘었다. 인공근육은 최대 1274%의 신장성을 보이며, 딱딱한 상태에서는 자기 무게의 4000배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압도적인 하중 지지 능력을 갖췄다. 더불어 단위 부피당 기계적 에너지를 의미하는 작업 밀도는 1150 kJ/m3로 측정돼, 이는 자연 근육(약 40 kJ/m3)의 30배 이상이다. 또한 구동 변형률은 86.4%에 달해 실제 동작 구현에 적합함을 입증했다.

원격 제어와 다중 자극 반응성도 가능하다. NdFeB 입자가 외부 자기장에 반응해 구동을 유도할 수 있으며, 열 자극을 병행하면 보다 정밀하고 프로그래머블한 동작이 구현된다. 이를 활용해 연구팀은 로봇 손을 움직여 물체를 잡거나,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시연에 성공했다. 이처럼 개발된 인공근육은 잘 늘어나면서도 강한 힘을 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동체임을 보여준다.

3.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기존 인공근육이 가진 신장성과 힘 출력 간의 근본적 트레이드오프 문제를 해결하고, 우수한 성능 지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높은 신장성, 힘 출력, 강성 전환, 형상 고정 능력을 동시에 구현한 사례는 드물며, 이는 차세대 소프트 액추에이터 설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응용 가능성 또한 넓다. 우선 소프트 로봇 분야에서는 섬세하면서도 강한 힘이 필요한 정밀 작업에 적용될 수 있으며, 웨어러블 로봇과 보조 기기에서는 인간의 근육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핵심 부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자기장 기반의 원격 제어 기능은 무선·비접촉식 조작을 가능케 해, 미래의 인체 융합 바이오 디바이스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이번 연구는 사람과 기계가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적응형 인터페이스 구현에 기여하며, 다기능 인공근육 개발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

 

[붙임] 용어설명

 

1.작업 밀도(Work density)

단위 부피당 재료가 생성할 수 있는 일의 양을 나타내는 물리적 성질. 작업밀도가 높을수록 액추에이터 소형화와 고효율화가 가능하며, 동일한 에너지로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2.형상기억고분자(Shape memory polymer, SMP)

형상기억고분자는 가변강성 소재의 일종으로, 외부 자극(예: 온도 변화, 전기, 빛 등)에 의해 특정한 형태로 변형된 후, 자극이 사라지면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는 특성을 가진 고분자이다.

3.결정화와 해리

결정화는 고분자 사슬이나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고체 상태의 결정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이고, 해리는 이 구조가 외부 자극(온도 상승 등)에 의해 무질서한 비정질 상태로 풀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가역적인 전환은 소재의 강성 조절과 에너지 저장·방출을 가능하게 한다.

4.강자성 입자

자기장에 강하게 반응하고, 자화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입자(예: 철, 니켈). 이러한 입자는 외부 자기장에 의해 쉽게 제어될 수 있어, 원격 구동 및 자기 반응성 소재 개발에 널리 활용된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자기장을 가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인공 근육의 내부 구조

(a) 인공근육은 화학적 가교(빨강)와 물리적 가교(파랑)를 동시에 갖는 이중 가교 구조로 만들어졌다. 화학적 가교는 강도를 높여주고, 물리적 가교는 잘 늘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 두 가지가 결합되면서 인공근육은 강하면서도 잘 늘어나 높은 작업 밀도를 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근육은 큰 힘을 내고 크게 수축하는 동작이 가능하다.

(b) 열에 반응하는 고분자 안에 표면 처리된 NdFeB 자성 입자가 고르게 섞여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입자들은 고분자 사슬과 물리적 얽힘과 수소 결합을 형성해 물리적 가교망을 강화하며, 동시에 화학적 가교망과 함께 작동해 안정성과 신축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그림2. 자기 인공근육의 구동 원리와 하중 지지 능력

(a) 형상기억고분자 기반의 인공근육은 열이 가해지면 변형 가능한 부드러운 상태로 변하고, 외력을 가한 상태로 냉각하면 그 상태가 고정(Shape locking)된다. 다시 열을 가하면 원래 길이로 수축(Contraction)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

좌측부터 무게 추(W)를 걸었을 때 딱딱한 상태에서 견디는 모습 → 가열했을 때 부드러운 상태로 바뀌며 무게 추에 의해 늘어나는 모습 → 늘어난 상태로 냉각하면 형상이 고정되는 모습 → 가벼운 추로 바꾸고 재가열하면 원래 형상으로 회복하는 모습이다.

(b) 무게 1.25 g의 인공근육이 딱딱한 상태에서 5 kg 하중을 견디는 모습으로, 자기 무게의 약 4000배가 넘는 하중 지지 능력을 보여준다

그림3. 로봇 팔 시스템을 통한 자기 인공근육의 동작 시연

(a) 로봇 팔 암풀다운 시연: (i) 목표 동작의 개략도, (ii) 자기장 인가 시 바(bar)를 잡는 자기 구동 동작, (iii) 국소 광열 수축을 통해 115 g 무게를 들어 올리며 39%의 변형 회복(strain recovery)을 달성한 모습.

(b) 양측 구동 동작: 인공근육을 사전에 220%까지 신장시킨 후, 77 g 하중 조건에서 광열 자극을 통해 수축을 유도해 52%의 변형 회복을 구현한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