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5. 10. 12 (일)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티끌보다 작은 세균의 힘, 끼리끼리 노는 통계 분포 법칙 깨긴 충분했다!

UNIST·스탠포드 연구진, 비평형 상태에 있는 입자의 새로운 분포 법칙 발견
청국장 발효균 모델로 입자 분포 결정 요소 밝혀... Phys. Rev. Lett. 게재

끼리끼리 논다는 법칙은 과학에도 적용된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고, 이 안을 떠다니는 미세 입자들도 물과 기름 중 자신이 더 편한 쪽, 즉 에너지가 낮은 쪽에 모이게 되는 분포 법칙이다. 하지만 티끌보다 더 작은 세균이더라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면 이 같은 통계 분포를 깰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NIST 물리학과 정준우 교수, 생명과학과 로버트 미첼 교수와 스탠퍼드 대학 쇼 타카토리 교수 연구팀은 세균처럼 작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입자들이 어떠한 통계 분포 원리를 따르는지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9월 16일 온라인 공개됐다.

연구에 따르면, 살아있는 세균의 분포를 결정하는 요소는 세균의 운동성과 특정 액체상에 대한 선호도다. 세균이 특정 액체상에 끌리는 힘은 세균을 해당 액상에 가두는 역할을 하고, 세균의 운동성은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경쟁적 관계다.

연구팀은 세균의 분포를 설명하는 이론 모델을 이 두 힘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만들어냈다. 광학집게 기술로 세균이 특정 액체상에 끌리는 힘을 측정한 결과, 1 피코 뉴턴 (1pN) 수준으로 밝혀졌다. 피코뉴턴은 머리카락 한 올이 느끼는 중력보다 천만 배 작은 힘이다. 세균의 추진력은 10 피코뉴턴 수준이다. 자신의 운동 추진력으로 특정 액상에 가두는 힘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청국장 발효균인 고초균을 덱스트란과 폴리에틸렌글리콜 수용액으로 이뤄진 수계 2상 시스템에 주입하는 실험 모델에서 이뤄졌다. 물에 덱스트란과 폴리에틸렌글리콜을 녹이면 서로 섞이지 못해 분리된 두 액체상이 생긴다. 고초균 표면은 당 성분으로 싸여 있어 원래 덱스트란 수용액상에 끌리는 성질이 있지만 표면처리를 하게 되면 선호도가 바뀌어 폴리에틸렌글리콜 상에 끌리게도 할 수 있다. 실험에서, 움직이지 않는 고초균은 선호하는 한쪽 상에 모인 반면, 살아있는 고초균은 양쪽 모두에 고루 분포했다. 고초균이 골고루 분포하는 현상은 기존에 입자의 분포를 지배하는 ‘열적 요동’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다.

천지용 UNIST 물리학 박사(現 조지아텍 박사후 연구원)와 최규환 스탠포드 대학교 박사후 연구원이 이번 연구의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물리, 화학공학, 미생물학을 아우르는 협업 연구를 통해 비평형 상태에서 콜로이드 입자의 분포 법칙에 작용하는 힘을 처음으로 정량화했다”며 “이 모델시스템은 비평형 통계역학과 비평형 상태에서 계면-콜로이드 입자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평형 상태는 외부에서 에너지가 계속 공급되거나 소모되는 상태로, 이번 모델은 세균이 에너지를 써 추진력을 만들기 때문에 비평형 상태에 해당한다.

정준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균이 체내 특정 조직에 자리 잡는 원리를 설명할 단서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 정제, 바이오칩 설계, 미세 로봇 제어 개발에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 미국 국립보건원, 미국 국립과학재단, 미국 공군연구소, 미국 팩커드 펠로우쉽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논문명: Motility Modulates the Partitioning of Bacteria in Aqueous Two-Phase System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물리학과: 정준우 교수 (052) 217 2155

  • [연구그림] 실험 모델과 운동성 유무에 따른 세균(박테리아) 분배 모식도
  • [연구그림] 광학집게를 이용한 계면과 세균 간의 상호작용 정밀 측정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액체가 만나면 경계가 생기고, 그 안에 있는 콜로이드 입자는 화학적 성질에 따라 특정한 상(phase)에 분배된다. 이는 향수 속 염료의 분산, 비누의 계면활성제, 그리고 세포 내 단백질의 선택적 응집 등에서도 나타난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도 콜로이드로 분류할 수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콜로이드의 경우, 기존에는 먹이나 산소를 찾아 이동하는 생물학적 작용으로 분배 현상을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 분배가 단순한 생물학적 신호 때문인지, 아니면 계면과 특정한 상에 대한 물리적 선호도 때문인지 근본적인 이유는 여전히 논란거리였다.

이에 연구팀은 청국장 발효에 사용되는 고초균(Bacillus subtilis)와 수용성 고분자계 이중 수용액(ATPS, aqueous two-phase system)을 활용하여, 비평형 상태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콜로이드의 분배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물리 모델을 제시했다.

2.연구내용

우리는 물에 서로 다른 고분자 폴리에틸렌 글리콜(PEG, Polyethylene glycol)과 덱스트란(DEX, Dextran)을 녹여 액체-액체 계면(liquid-liquid interface)이 서로 다른 성질의 수용액을 나누는 이중 수용액(ATPS)을 만들었고, 준 2차원 공간에서 이중 수용액에 박테리아를 주입하여 박테리아의 분포를 확인하였다. (그림1) 이중 수용액 속에서 박테리아는 특정한 방향으로 친화력을 느끼고 액체-액체 계면은 박테리아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박테리아를 특정한 영역으로 가둔다. 움직이지 않는 박테리아는 그래서 항상 한 영역에 모두 분배되어 있고, 수 마이크론 크기의 콜로이드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완전한 분배는 널리 알려져 있고, 제약 화장품, 정유 등 널리 응용되고 발견됐다.

하지만 스스로 움직이는 콜로이드가 계면과의 상호작용을 극복하여 이러한 선호하는 영역을 빠져나와 특정한 비율로 분포하는 현상에 대한 원리는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계면과 박테리아 간의 상호작용의 세기와 박테리아의 추진력 사이의 비율 정도에 따라 다른 분배의 양상을 관찰하였다.

더 나아가 광 집게(Optical Tweezers)를 통하여, (그림2) 박테리아와 계면과의 상호작용을 힘으로써 직접 측정하고 그 힘에 따른 박테리아의 이중 수용액에서의 분배를 정량화하였고,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재차 확인함으로써 스스로 움직이는 콜로이드의 분배법칙을 이해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였다.

3.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능동 콜로이드인 세균이 액체-액체 계면에서 추진력과 계면 친화력의 경쟁으로 새로운 분배 법칙을 따름을 규명함으로써, 세포 내 약한 상 분리 환경에서 세균의 위치 선택 원리를 이해하는 데 이바지할 뿐 아니라, 단백질·입자 정제 및 기능성 소재 설계와 같은 산업 공정, 그리고 운동성을 지닌 미세 로봇의 제어 전략 개발 등 다양한 응용으로 확장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1.콜로이드

수 나노미터(10⁻⁹ m)에서 수 마이크로미터(10⁻⁶ m) 정도 크기의 입자가 액체나 기체 같은 매질 속에 퍼져 있는 상태. 또는 분포된 입자 자체를 지칭한다.

2.이중수용액 (ATPS, Aqueous Two-Phase system)

물에 녹는 두 종류의 고분자(예: 덱스트란 (Dextran)과 폴리에틸렌 글리콜 (PEG))가 물에 녹아 덱스트란이 풍부한 상(DEX-rich) 그리고 PEG가 풍부한 상(PEG-rich) 영역으로 나뉘는 상황이다. 서로 다른 두 영역이 액체-액체 계면에 의하여 나뉘어 있다.

3.광집게 (Optical tweezer)

레이저를 이용하여 입자를 붙잡고 그 미세입자에 작용하는 외부 영향을 힘으로 변환하는 장치. 본 연구에서는 박테리아에 부착된 작은 실리카 구슬을 잡아 계면을 가로지르면서, 계면과 박테리아가 상호작용을 하는 힘을 정량적으로 측정하였다.

4.액체-액체 계면(liquid-liquid interface)

서로 섞이지 않는 서로 다른 두 액체가 만났을 때 그 두 액체를 구분하는 경계를 말한다. 예로 물과 기름을 들 수 있지만, 같은 물 안에서도 서로 다른 특정한 고분자를 녹이면 서로 다른 고분자 수용액이 섞이지 않고 액체-액체 계면을 형성한다.

5.분배(Partitioning)

콜로이드가 얼마나 통계적으로 주어진 공간 속에서 분포하고 있는가를 의미한다. 콜로이드와 고분자 수용액 간의 표면장력, 그리고 액체-액체 계면장력을 고려하여 콜로이드의 에너지 준위가 위치별로 정해지고 결국 낮은 에너지 준위의 위치로 분배된다.

6.스스로 움직이는(Self-propelled)

자가 추진은 열적 요동에 의한 움직임 이상의 움직임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가 추진 하는 콜로이드는 주변의 다양한 연료를 흡수하여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를 추진력으로 변환시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실험 모델과 운동성 유무에 따른 박테리아 분배 모식도 A, B: 덱스트란(DEX)과 폴리에틸렌글리콜(PEG)로 만든 이중 수용액(ATPS) 속에서 박테리아가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보여주는 모식도. 두 액체 상이 섞이지 못해 경계가 생기고, 실험은 두께 약 5 μm의 종이처럼 얇은 층, 즉 준2차원 공간에서 진행됐다. C: 한쪽 영역(노란색)에 완전히 분배되게 움직이지 않는 박테리아. D: 양쪽 영역에 일정한 비율로 분포하는 스스로 움직이는 박테리아.

그림 2. 광학 집게를 이용한 계면과 박테리아 간의 상호작용 정밀측정. A 구형의 힘 보정용 손잡이를 이용하여 다른 방해 없이 계면과 박테리아 직접 접촉 (4). B A에서 박테리아 표면에 가해진 힘을 위치별로 구를 통하여 수치로 정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