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5. 10. 31 (목)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외선·가시광선 번갈아 쬐어 세포 자살 유도한다!

UNIST 유자형 교수팀, 빛 파장에 따라 조립·분해 반복하는 분자로 세포 사멸 시켜
항암 기술 개발, 생명 과학 원천 연구에 응용 가능... Nano Letters 논문 게재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번갈아 가며 쬐어 세포를 죽이는 기술이 나왔다. 빛 파장에 따라 결합력이 달라지는 분자를 이용한 기술이다. 피부암과 같은 표재성 암 치료 원천 기술이나 생명 과학 연구를 위한 분자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UNIST 화학과 유자형 교수팀은 빛의 파장에 따라 조립과 분해를 반복할 수 있는 광 스위치 분자인 ‘Mito-AZB’ 분자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분자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축적돼 미토콘드리아 막에 반복적인 압력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세포 자살(apoptosis)을 유도할 수 있다. 가시광선(450nm파장)을 받으면 분자끼리 조립돼 단단한 섬유구조를 만들었다가 자외선(350nm파장)을 받으면 이 섬유구조가 분해되는 분자 특성 덕분이다. 이 섬유구조 유무에 따라 미토콘드리아 막 표면은 마치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듯한 물리적 스트레스로 손상되는데, 손상된 막 사이로 미토콘드리아 안에 들어있던 세포자살 유도 물질들이 세포질내로 흘러나와 세포가 죽게 된다.

실제 실험 결과, 이 분자를 세포에 주입한 뒤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번갈아 쬐자 세포 미토콘드리아 막 전위가 붕괴되고, 활성산소와 세포 사멸 신호 단백질과 같은 자살 유도 물질이 세포 내에서 급격히 증가해 있었다. 또 형광 현미경으로 봤을 때, 분자가 세포 미토콘드리아 주변에 축적된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세 가지 성분을 조합해 이러한 분자를 개발했다. 세포 안에서 미토콘드리아를 찾아가는 ‘길잡이’ 성분, 빛에 따라 구조가 변해 결합력을 바꾸는 아조벤젠 성분, 그리고 형광 염료다. 형광 염료는 형광 현미경으로 분자의 이동과 조립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집어넣은 물질이다.

개발된 분자의 길잡이 성분을 다른 물질로 교체하면 또 다른 세포 내 소기관을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연구팀은 분자의 길잡이 성분을 리소좀을 겨냥하는 ‘모폴린’이나 소포체를 겨냥하는 ‘토실기’로 교체해 각각 리소좀과 소포체 막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리소좀은 세포 내 노폐물을 처리 담당하는 소기관이고, 소포체는 단백질 합성과 이동이 이뤄지는 세포 소기관이다.

유자형 교수는 “빛이라는 외부 자극으로 세포 안에서 분자들의 조립 상태를 인위적으로 바꾸고, 그에 따른 세포의 반응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빛을 직접 비출 수 있는 피부암 등 표재형 암 치료는 물론, 세포 소기관의 기능을 잠시 멈추거나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세포 소기관의 기능을 규명하는 기초 연구의 분자 도구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 (Nano letters)에 지난 10월 8일 출판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논문명: Photoregulated Assembly-Disassembly Dynamics of Interfering with Organelle Membrane Integrity)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화학과: 유자형 교수 (052) 217 2652

  • [연구그림] 빛 파장에 따라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는 광 스위칭 분자의 작동 원리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세포 내 소기관은 에너지 대사, 단백질 가공, 노폐물 분해 등 세포 생존을 유지하는 핵심 구조지만,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이들의 기능을 물리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은 거의 없었다. 기존의 광의학 치료나 광자극 기술은 화학반응 유도에 집중되어 있어, 세포 구조를 직접적으로 교란하거나 제어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연구팀은 빛을 자극으로 삼아 소기관 막의 물리적 변형을 직접 유도할 수 있다면, 세포 수준의 기계적 신호를 정밀하게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를 위해 광 반응에 따라 집합 상태가 달라지는 분자 집합체를 세포 내에 구현하고, 그 거동이 세포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2.연구내용

연구팀은 아조벤젠(azobenzene)의 광이성질화 특성을 이용해, 특정 파장의 빛에 따라 자가조립과 분해가 가역적으로 일어나는 분자(Mito-AZB)를 설계했다.

이 분자는 미토콘드리아 표적화 작용기, 아조벤젠 기반 광반응기, 형광 염료로 구성되며, 세포 내에서 미토콘드리아 막 주변으로 선택적으로 축적된다. 가시광선 조사 시 분자 간 π–π 상호작용이 강화되어 섬유 형태의 조립체를 형성하고, 자외선 조사 시 아조벤젠의 trans–cis 이성질체 전환으로 구조가 붕괴된다.

조립–분해 과정이 반복되면서 막 표면에는 미세한 압력 변형이 누적되고, 막의 투과성이 증가하면서 cytochrome c와 같은 세포사멸 관련 단백질이 세포질로 방출된다. 이로 인해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세포가 세포 자살(apoptosis) 경로로 진입함을 확인했다.형광 이미징과 세포 내 막전위 측정, Western blot 분석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막의 손상과 caspase-3 발현 증가가 정량적으로 검증됐다.또한 표적화 작용기를 교체함으로써 리소좀(Lyso-AZB), 소포체(ER-AZB) 등 다른 소기관에서도 동일한 광조립 반응과 막 교란 현상이 유도됨을 입증했다.

 

3.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빛의 파장 제어만으로 세포 내 특정 구조를 물리적으로 조작하고, 그 결과로 세포 운명(apoptosis)을 유도할 수 있음을 분자 수준에서 제시했다.이는 기존 화학·열 기반 광의학 기술과 달리, 빛을 이용한 기계적 자극 전달(mechano-optical stimulation) 개념을 세포 생물학에 도입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향후 빛 투과가 가능한 표면형 암 치료뿐 아니라, 소기관 막의 물리적 특성이 세포 신호전달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기초 생명과학 연구의 도구로 확장될 수 있다.

 

[붙임] 용어설명

 

1.세포소기관(Organelle)

세포 안에서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체로, 세포를 구성하는 ‘작은 장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리소좀은 노폐물을 분해하며, 소포체 안에서는 단백질 합성과 이동이 이뤄진다. 이러한 소기관들은 세포막으로 구획되어 있다.

2.세포자살(Apoptosis)

세포가 외부 손상이나 내부 이상을 감지했을 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인 세포괴사(necrosis)와 달리, 세포가 스스로 분해 효소를 활성화해 내부 구조를 정돈된 형태로 해체한다. 이 과정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cytochrome c 등의 단백질이 방출되며 시작되고, caspase 효소 연쇄반응을 통해 DNA가 절단되며 마무리된다. 정상적인 조직 성장과 면역 조절에 필수적인 생리 현상으로, 암세포에서는 이 경로가 비정상적으로 억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에서는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번갈아 쬔 뒤 미토콘드리아 막전위의 붕괴, 활성산소(ROS) 증가, 그리고 세포사멸 신호 단백질(caspase-3)의 발현 상승이 동시에 관찰됨으로써 세포자살이 유도된 것을 확인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빛에 따라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는 광 스위칭 분자의 작동 원리

(a–d) 아조벤젠(azobenzene) 단위를 포함한 분자들은 미토콘드리아 표면에서 스스로 조립해 섬유(fibril) 구조를 형성하는데, 자외선(365 nm)을 쬐면 섬유 구조가 무너진다. 가시광선(450 nm)을 다시 비추면 재조립된다.

(e) 세포 내에서 분자는 미토콘드리아 등 특정 소기관 표면을 인식해 결합하고,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번갈아 비췄을 때 조립–분해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막에 물리적 스트레스가 가해져 소기관 막이 교란되는 현상이 유도돼 세포막 붕괴가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