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5. 11. 19 (수)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UNIST,‘포스트 실리콘 반도체’상용화 난제 풀어낼 이론 제시

정창욱·권순용 교수팀, 2차원 반도체와 준금속 전극 간의 에너지 장벽 형성 요소 규명
수정된 장벽 예측 공식으로 소자 설계·성능 예측 정확도 향상 가능... ACS Nano 게재

‘포스트 실리콘’ 반도체 소재로 꼽히는 2차원 반도체 소재 상용화의 최대 난제였던 '접촉 저항' 문제를 해결할 결정적 단서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접촉 저항을 유발하는 에너지 장벽의 이론 예측값과 실제 실험값이 불일치하는 원인을 찾아낸 것이다. 정확한 반도체 성능 예측 가능해져 2차원 소재를 이용한 초나노 반도체 칩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UNIST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정창욱·권순용 교수팀은 2차원 반도체 소재와 바일 금속이라는 준금속이 맞닿을 때 생기는 이론적 에너지 장벽이 실험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예측 공식을 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반도체 업계는 수 나노미터(nm) 이하의 초미세 공정 칩을 만들기 위해 실리콘 대신 원자 수 겹 두께의 2차원 반도체 소재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이 2차원 소재를 기존에 쓰던 금속 전극에 연결하면 전자가 잘 흐르지 못하는 '접촉 저항'이 심각해진다. 전자가 금속에서 반도체 소재로 갈 때 넘어야만 하는 ‘에너지 장벽(쇼트키 장벽, Schottky barrier)’이 높기 때문이다.

바일 준금속은 실험적으로는 이러한 장벽을 낮추는 대안 소재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신뢰성이다. 기존 이론 계산에 따르면, 오히려 에너지 장벽이 높게 예측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장벽이 낮은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니 실제로 쓰기엔 불확실성이 컸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차이는 이황화몰리브덴 2차원 반도체 소재 내부의 ‘전도대 확장’ 현상 때문으로 분석됐다. 전극과 반도체 소재가 특정 각도에서 맞닿으면 반도체 소재 내부의 전자 통로가 넓어지는데, 이 전자 통로가 에너지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에너지 장벽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공식도 제시했다. ‘전도대 확장 효과’와 더불어 ‘진공준위 이동 효과’ 도 함께 고려한 공식이다. 진공준위 이동 효과는 기존에는 그 크기가 작아 무시해도 된다고 여겨졌지만, 얇은 2차원 반도체에서는 작은 변화가 장벽 전체를 바꿔버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제시한 수정된 공식은 기존의 계산 공식인 쇼트키 모트 법칙(Schottky-Mott rule)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던 실험 결과를 정확히 재현했다.

정창욱 교수는 “ 기존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던 2차원 반도체와 준금속 계면의 에너지 장벽 형성 원리를 근본적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더 정확한 이론 계산식으로 최적의 소재 조합과 구조를 찾아냄으로써 차세대 반도체 설계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11월 4일 출판됐다.

(논문명: Contact Physics in 2D Nanoelectronics: Comparative Study of Type-II Weyl and Dirac Semimetal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정창욱 교수 (052) 217-3211

  • [연구그림] 2차원 반도체 소재를 이용한 반도체 소자의 구조(상단)와 수정된 에너지 장벽 예측 공식(하단)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반도체 칩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소자의 미세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동일한 면적의 칩에 더 소자를 작게 만들어 많이 집적할수록 칩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10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트랜지스터 시대를 맞이하여, 기존 실리콘 반도체 소재를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2차원 반도체 물질이 주목받고 있다. 이 소재는 원자 수준 두께의 초박막 구조로, 극한으로 얇은 두께에서도 정밀한 전기적 제어가 가능해 차세대 논리 소자의 핵심 후보로 평가받는다.
이 반도체 소자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외부와 전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극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반도체 채널과 금속 전극이 맞닿아야 전자가 이동하며 전기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류가 이 접촉면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접촉저항’이라 불리는 저항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 저항은 전자의 흐름을 방해해 2차원 반도체 소자의 성능 향상과 상용화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히 기존에 널리 쓰이던 상용 금속 전극을 사용할 경우, ‘쇼트키 장벽’이라 불리는 접촉면의 에너지 담벼락이 전하의 이동을 막게 된다. 전류가 이 장벽을 넘지 못하면 저항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소자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미메탈’(준금속) 물질이 전극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세미메탈은 기존 상용 금속에 비해 전기 신호가 흐르는 통로에 불필요한 장애물을 덜 형성하여 반도체와 훨씬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접촉을 형성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런 특별한 재료를 사용해도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소자가 동작할지 예측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널리 쓰인 ‘쇼트키-모트 법칙’ 공식은 반도체와 전극의 궁합을 간단히 숫자로만 계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표면에서 전자의 움직임과 재료의 맞물림에 따른 영향이 있기 때문에 실험과 이론 사이의 차이가 컸다. 특히, 세미메탈 종류에 따른 효과가 거의 연구된 바가 없어 기술 발전에 걸림돌로 남아 있었다.

 

2.연구내용

UNIST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 계산을 통해 2차원 반도체인 MoS2와 세미메탈 전극 사이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세미메탈의 대칭성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하나는 형태가 대칭적인 ‘디랙(Dirac) 세미메탈’, 다른 하나는 대칭성이 깨져 독특한 전자 흐름을 보이는 ‘바일-II(Weyl-II) 세미메탈’이다.
연구팀은 이 두 종류의 세미메탈 전극이 2차원 반도체와 만날 때 어떤 전기적 차이를 보이는지 면밀히 분석했다. 이를 통해 기존 이론으로는 정량적으로 설명되지 않던 접촉저항의 원인인 쇼트키 장벽을 엄밀히 분석하여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성능을 예측하는 핵심 열쇠를 제시했다.
전극과 반도체를 붙이게 되면, 계면에서 전하가 이동하며 전기적 평형이 깨지고, ‘진공 준위’가 위아래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쉽게 말해, 서로 다른 두 재료가 만나 표면의 전자끼리 상호작용하여 전기적 기준선이 바뀌는 것이다. 이 현상은 마치 전자가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성질 때문에 나타나며, 이를 push-back effect라고 한다. 또한 흥미롭게도 이러한 진공 준위 이동은 접합하는 전극 물질의 종류에 따라 접합 구조의 안정성이 달라 그 정도도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은, 이러한 세미메탈 전극이 MoS2와 맞닿을 때 반도체 내부의 전도대가 확장되는 현상이었다. 이는 물질 간 전자 궤도가 겹쳐 발생하는 ‘궤도 혼성화(orbital hybridization)’ 때문으로, 전자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지는 효과를 만든다. 특히 Bismuth (Bi)나 Antimony (Sb) 같은 디랙 세미메탈은 MoS2와 결정 구조가 잘 맞아 강한 혼성화를 일으키고 전자의 이동이 쉽다. 반면 WTe2, MoTe2 같은 바일-II 세미메탈은 MoS2와 구조 대칭이 달라 혼성화가 약하고 전자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었다. 이러한 세미메탈 분류군 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한 것이 세미메탈 전극의 접촉 각도를 바꾸는 회전 전략이다. 바일-II 전극을 30도 회전하였을 때, 전자의 이동 경로가 정렬되어 혼성화가 강해지고 전도대 확장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즉,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맞붙이느냐에 따라 전자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분석을 통해 전자가 전극에서 반도체로 넘어갈 때 마주치는 에너지 장벽인 ‘쇼트키 장벽’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기존의 예측법인 ‘쇼트키-모트 법칙(Schottky-Mott rule)’은 전극과 반도체의 기본적인 성질만 고려하고, 두 물질이 맞닿으며 생기는 전기적 변화까지는 반영하지 않았기에, 실험값과 자주 어긋나는 한계를 보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공 준위 변화와 전도대 확장 효과를 새롭게 포함시킨 ‘수정된 쇼트키-모트 법칙’을 제안했다. 이 모델을 적용하자, 기존 이론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웠던 실제 실험값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3.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2차원 반도체와 세미메탈이 맞닿을 때 일어나는 복잡한 물리 현상을 체계적으로 밝혀내고, 그동안 실험과 이론 사이에 존재하던 간극을 메운 성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이번에 제안된 ‘수정된 쇼트키-모트 법칙’은 반도체와 전극이 접합할 때 생기는 전기적 장벽을 훨씬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복잡한 실험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최적의 소재 조합과 구조를 찾아낼 수 있어, 반도체 설계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성과는 장기적으로 실리콘을 대체할 새로운 트랜지스터 소재의 상용화에 중요한 발판이 된다. 반도체가 점점 작아지고 전류가 흐르는 경로가 얇아질수록 접촉저항은 치명적인 장애물이 되는데, 이번 연구는 그 문제를 예측할 열쇠를 제시했다. 해당 기술의 적용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초소형 차세대 칩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원리를 다른 2차원 소재에도 폭넓게 응용하여 향후 반도체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를 줄 것이라 기대된다.

 

[붙임] 용어설명

 

1.반도체 칩

반도체 칩은 트랜지스터와 같은 반도체 소자(device)들이 한 장의 얇은 기판 위에 집적된 형태다. 이 칩안에는 전기 전도성이 반도체(항상 전류가 흐르는 ‘도체’나 항상 전류가 흐르지 못하는 ‘부도체’와 달리, 때에 따라 전류가 흘렀다 안 흘렀다 하는 소재의 총칭)인 실리콘뿐만 아니라 도체인 금속 전선도 있다. 전선은 전자를 반도체 소재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며, 상용화된 실리콘 반도체 소재 기반의 칩에서는 구리 등을 전극 소재로 쓴다.

2.이황화몰리브덴(MoS2)

2차원 반도체 소재의 대표적인 물질로, 금속 몰리브덴(Mo) 원자 한 층이 황(S) 원자 두 층 사이에 끼워진 형태를 가진다. 그래핀처럼 얇지만, 전류의 흐름을 끄고 켤 수 있는 성질을 가져 반도체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3.쇼트키 장벽(Schottky barrier)

금속(도체) 전극과 반도체 소재라는 전기 전도성이 다른 두 물질이 맞닿을 때 생기는 에너지 장벽이다. 전류가 전극에서 반도체 채널로 넘어갈 때, 두 물질의 경계면에 생기는 단차와 같다. 이 단차가 마치 전자가 뛰어넘어야 하는 담벼락처럼 작용해 전자의 흐름을 방해한다.

4.준금속 (Semimetal)

금속과 반도체의 중간 성질을 가진 물질로 2차원 반도체 소재와 합이 맞는 전선 소재로 유명하다. 금속처럼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완전한 상용 금속보다는 전자의 밀도가 낮다. 대표적인 세미메탈에는 비스무트(Bismuth, Bi), 안티몬(Antimony, Sb), 텔루라이드계 화합물(WTe2, MoTe2) 등이 있다.

5.쇼트키-모트 법칙(Schottky-Mott rule)

반도체에 금속 전극을 붙였을 때 전자는 전극과 반도체 사이를 오가야 한다. 쇼트키-모트 법칙은 이 계면에서의 쇼트키 장벽을 간단한 계산식으로 예측하는 고전적인 방법이다. 전극의 일함수(전자를 물질 밖으로 꺼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반도체의 전자친화도(전자가 얼마나 잘 붙는지 나타내는 값)의 차이를 이용하여 장벽의 높이를 구한다.

6.진공 준위(Vacuum level)

진공준위는 물질 표면 밖, 완전히 자유로운 전자가 가지는 기준 에너지 준위다.

즉, 전자가 어떤 고체(금속·반도체 등)를 완전히 벗어나 진공 상태에 존재할 때의 에너지 기준선을 뜻한다. 이 진공준위를 기준으로, 물질 내부 전자가 진공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 에너지를 ‘일함수(work function)’라고 부른다.따라서 일함수는 진공준위와 물질의 페르미 준위(Fermi level, 물질에서 전자가 차 있는 가장 높은 에너지 준위) 사이의 에너지 차이로 정의된다.

7.전도대(Conduction band)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는 에너지 구간이다. 이 전도대에 있는 전자들은 원자에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에 전기가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한다.

8.전자 궤도(Electronic orbital)

전자가 원자핵 주변에서 움직이는 자리, 혹은 움직임의 범위이다. 전자마다 에너지와 움직임의 형태가 달라 궤도의 모양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9.궤도 혼성화(Orbital hybridization)

물질의 원자끼리 가까워질 때, 각 물질의 전자 궤도가 서로 겹치며 새로운 전자 상태가 생기는 현상이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2D 초박막 반도체 소재를 활용한 소자 구조 및 접합 영역에서의 수정된 쇼트키-모트 법칙 (상단) 2D 초박막 반도체를 활용한 소자 구조, 회색 영역은 전극과 채널이 맞닿아 접촉 저항이 발생하는 영역을 나타냄. (하단) 기존 모델(좌측) 대비 계면의 물리 현상을 반영한 수정 쇼트키-모트 법칙(우측). 진공 준위 이동과 전도대 확장이 추가로 고려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