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5. 11. 25 (화)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숭이두창 중증화의 '방아쇠' 역할 단백질 센서 찾았다!

UNIST, 엠폭스 감염시 AIM2 단백질 촉발 염증성 세포 사멸 매커니즘 규명
중증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 개발 단초... Cell Mol Immunol. 논문 게재

국내연구진이 엠폭스(원숭이두창) 중증화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단백질 센서를 찾아냈다. 이 단백질은 체내에 침입한 엠폭스 바이러스의 DNA를 인식해 강한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NIST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팀은 국립보건연구원 김유진 과장, 성균관대 의과대학 김대식 교수팀과 함께 엠폭스 감염 과정에서 AIM2라는 단백질이 과도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임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현재까지 보고된 엠폭스의 치명률은 3% 내외로 높진 않다. 하지만 몸 안에서 과도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염증 반응은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지나치게 강해지면 정상 조직까지 파괴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건강한 청년이 독감이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목숨을 잃는 것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불리는 염증 ‘폭주’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M2는 외부에서 침입한 엠폭스 바이러스의 DNA를 인식하는 ‘센서’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 DNA를 인식해 활성화된 AIM2는 염증 소체(inflammasome)를 형성하고, 이 염증 소체가 다시 카스파제-1(caspase-1)이라는 효소를 활성화하면서 세포가 파괴되고, 염증 신호 물질(IL-1β, IL-18)이 한꺼번에 분비된다.

AIM2는 바이러스에 직접 감염된 세포뿐 아니라 감염되지 않은 주변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조직의 염증 손상과 중증화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에 직접 감염된 세포는 파이롭토시스가, 주변부는 아폽토시스와 네크롭토시스라는 세포사멸 현상이 실험에서 각각 확인된 것이다. 세포사멸은 염증 반응의 강도와 진행 방식에 따라 염증성이 강한 파이롭토시스, 염증 정도가 중간인 네크롭토시스, 염증을 거의 동반하지 않는 아폽토시스로 나뉜다.

제1저자인 오주은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엠폭스 바이러스 감염에서 AIM2가 어떤 방식으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실험적으로 규명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로 IRF1이 세포 내 AIM2 양을 조절하는 단백질(전사인자)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IRF1은 AIM2 합성에 관여하는 DNA 부위에 달라붙음으로써 AIM2 단백질의 합성을 개시한다.

연구팀은 AIM2를 억제하는 방식이 중증 염증 반응 치료에 효과적인지도 검증했다. AIM2 억제제를 쥐에게 투여하자, 쥐 폐 조직의 염증 반응과 세포 사멸이 완화되고 억제제 미투여 집단보다 생존율이 증가했다.

이상준 교수는 “AIM2가 신종 감염병의 중증 염증성 병리 반응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면서도 “다만 AIM2는 외부 침입을 감지해 면역계에 ‘경보’를 울리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억제하면 오히려 바이러스 제거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 이를 고려한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면역학 학술지인 ‘세포와 분자 면역학(Cellular & Molecular Immunology)’지에 11월 12일 게재됐다.

연구수행은 국가신약개발재단(KDDF), 한국연구재단(NRF),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기초과학연구원(IBS), 동그라미재단,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기금, 한국인삼학회, 유한양행,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그리고 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의 지원을 받았다.

(논문명: AIM2 drives inflammatory cell death and monkeypox pathogenesi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 (052) 217 2696

  • [연구그림] 엠폭스 바이러스 감염시 AIM2 단백질 센서가 염증 반응을 촉발하는 과정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 배경

엠폭스(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감염 환자에서 나타나는 강한 염증 반응과 조직 손상 기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증 감염 환자에서 선천면역의 과도한 활성화가 폐 손상, 피부 괴사, 전신 염증 등 병리적 증상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염증 반응이 어떻게 시작되고 조절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감염 시 숙주 세포가 어떤 선천면역 감지 센서를 통해 염증을 유도하는지 규명하는 것이 핵심으로 여겨진다. 본 연구는 엠폭스 바이러스 감염 과정에서 AIM2 단백질이 염증 반응과 세포사멸을 어떻게 매개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자 수행되었다.

2.연구 내용

본 연구는 엠폭스환자의 질병 중증도가 심할수록 혈액 내 ‘IL-1베타(IL-1β)’와 같은 특정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임상 데이터 분석에서 출발했다. 이는 바이러스 감염 시 체내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 심각한 병리 현상을 유발함을 시사하며, 연구팀은 이 강력한 염증 반응을 촉발하는 핵심 ‘방아쇠’가 무엇인지 밝혀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먼저 ‘CRISPR(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스크리닝 실험을 우선적으로 수행했다. 대식세포 내에 존재하는 수십 종의 선천면역 센서 유전자를 하나씩 제거(Knockout)한 세포들을 제작한 뒤 엠폭스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어떤 유전자가 없을 때 염증 반응이 사라지는지를 역추적하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수많은 센서 중 오직 ‘AIM2(Absent in Melanoma 2)’ 단백질이 결핍된 세포에서만 염증 반응이 차단됨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AIM2가 세포질 내로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인식하는 핵심 센서임을 밝혀냈다. 활성화된 AIM2는 ‘염증소체(Inflammasome)’라는 복합체를 형성하여 카스파제-1(Caspase-1)을 활성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염증성 사이토카인(IL-1β, IL-18)의 폭발적인 분비와 염증성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일련의 과정을 촉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팀은 AIM2가 유도하는 세포 사멸이 감염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분자적 증거를 통해 입증했다. 바이러스에 직접 감염된 세포 내에서는 활성화된 카스파제-1이 ‘가스더민 D(GSDMD)’를 절단해 세포를 터뜨리는 강력한 ‘파이롭토시스(Pyroptosis)’가 일어났다. 반면, 감염되지 않은 주변 세포(Bystander cells)에서는 파이롭토시스가 아닌 ‘아폽토시스(Apoptosis)’와 ‘네크롭토시스(Necroptosis)’의 분자적 지표(절단된 카스파제-3, 인산화된 MLKL)가 관찰됐다. 이는 AIM2에 의한 염증 신호가 감염된 세포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 세포까지 연쇄적으로 사멸시키며 조직 손상을 가속화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세포 실험 결과는 생쥐 모델을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도 재확인되었다. AIM2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는 바이러스 확산이 다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와 폐 조직의 손상이 현저히 감소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엠폭스에 취약한 고감수성 생쥐 모델(CAST/EiJ)에 AIM2 억제제(ODN TTAGGG sodium)를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억제제를 투여받은 생쥐는 폐 조직의 염증 반응과 세포 사멸이 완화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AIM2 제어를 통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진정시키는 것이 엠폭스 중증화의 효과적인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포 내에서 AIM2 양을 조절하는 역할은 IRF1 단백질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RNA-seq 분석 결과, 전사 인자 IRF1이 AIM2 발현을 조절하는 상위 조절 인자로 작용하며 IFN-I–IRF1–AIM2 축이 엠폭스 감염의 핵심 조절 경로임이 규명되었다. RNA-seq은 감염된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많이 켜지고 꺼지는지를 한 번에 분석하는 실험으로, 그 결과 IRF1이 AIM2 유전자의 발현을 밀어 올리는 ‘상위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즉, 바이러스 감염 → IFN-I 신호 증가 → IRF1 활성화 → AIM2 증가 → 염증 폭주로 이어지는 분자적 흐름이 처음으로 정리된 것이다.

3.기대 효과

이번 연구는 엠폭스 바이러스 감염 시 AIM2 단백질이 염증 반응과 세포사멸을 매개하는 핵심 분자 메커니즘임을 처음으로 규명한 성과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 후 숙주 면역계가 염증성 세포사멸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넓혔다. 또한 AIM2 억제 전략이 엠폭스 비롯한 다양한 DNA 바이러스 감염의 중증도 완화 및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감염병의 병인기전 연구와 항염증·항바이러스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붙임] 연구결과 개요

 

1.면역 센서 단백질 (Innate Immune Sensors)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세균 침입 신호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단백질이다. 외부 DNA·RNA 또는 손상된 세포 구성물질을 ‘비정상 신호’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시작하게 한다. DNA를 감지하는 센서와 RNA를 감지하는 센서, 세포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단백질이 있다.

2.AIM2 (Absent in Melanoma 2)

세포질로 들어온 외부 DNA를 직접 인식하는 DNA 센서 단백질이다. 여러 DNA 감지 단백질이 존재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그중 AIM2만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DNA를 실제로 감지하고 강한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핵심 센서임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3.염증소체 (Inflammasome)

감염 신호가 들어올 때 세포 안에서 빠르게 조립되는 단백질 복합체다. AIM2 같은 센서 단백질, 센서와 효소를 이어주는 어댑터 단백질인 ASC, 염증 반응을 실제로 실행하는 효소 단백질(카스파제-1) 이 서로 모여 만들어진다.

4.ASC 스펙 (ASC Speck)

염증소체가 실제로 조립·활성화됐음을 보여주는 지표. 센서가 침입 신호를 인지하면 ASC가 한 곳에 모여 ‘점(스펙)’ 형태로 뭉친다.

5.카스파제-1 (Caspase-1)

IL-1β·IL-18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잘라 활성형으로 바꾸고, 동시에 GSDMD 단백질을 절단해 활성화하는 효소.

6.GSDMD

세포막에 구멍을 내 세포를 죽이는 단백질. 평소에는 비활성화 상태나 카스파제-1 효소가 GSDMD의 특정부위를 절단해 이를 활성화 할 수 있다.

7.파이롭토시스 (Pyroptosis)

염증을 동반하는 폭발적 세포사멸이다. 염증소체–caspase-1–GSDMD가 중심 경로이며, 세포막이 뚫리면서 세포 내부 내용물과 염증 물질이 대량 방출된다. 강한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특징 때문에, 세균·바이러스 감염 상황에서 흔히 나타나는 세포사멸 방식이다.

8.아폽토시스 (Apoptosis)

염증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 조용한 세포사멸이다. 세포가 스스로 DNA와 단백질을 정리하며 소멸한다.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오래된 세포를 제거하는 생리적 과정이다.

9.네크롭토시스 (Necroptosis)

염증을 동반하는 또 다른 형태의 세포사멸이다. 파이롭토시스처럼 강한 염증을 일으키지만, MLKL 단백질이 작용한다.

10.IL-1β·IL-18 (Interleukin-1β, Interleukin-18)

염증소체 작동 시 분비되는 대표적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다. 면역세포를 불러오고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때 분비하는 단백질이다.

11.전사인자 (Transcription Factor)

DNA 특정 부위에 결합해 유전자가 발현될지 여부를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단백질 생산을 ‘켜거나 끄는’ 스위치 같은 역할로, 세포가 언제 어떤 단백질을 만들지 결정한다.

12.IRF1 (Interferon Regulatory Factor 1)

AIM2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전사인자다. AIM2 유전자의 프로모터 부위에 직접 결합해 AIM2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들도록 전사를 켠다. 이번 연구에서는 IFN-I–IRF1–AIM2로 이어지는 조절 축의 상위 인자로 확인됐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엠폭스 바이러스 감염 시 AIM2 단백질 센서가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과정.

엠폭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로 들어오면, AIM2 단백질이 바이러스의 DNA를 이를 감지해 염증소체를 형성한다. 염증소체 형성으로 활성화된 카스파제-1(caspase-1)은 GSDMD라는 세포막에 구멍을 뚫는 단백질을 다시 활성화해 염증성 세포사멸을 일으키고, 동시에 IL-1β·IL-18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방출시킨다. 이 과정이 주변 조직의 염증 반응과 전신 염증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