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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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 소용돌이’ 난제, 반세기 만에 풀렸다!

UNIST·서울대, 사도브스키 소용돌이 패치의 수학적 존재성 입증
항공기·선박 후류해석·태풍연구 도움 기대 ... Ann. PDE. 게재

국내 연구진이 사도브스키 패치라는 소용돌이 쌍이 이상적 유체 안에서 존재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이 모델구조가 제안된 지 50여 년 만이다.

UNIST 수학과 최규동 교수와 심영진 학생은 서울대 정인지 교수와 함께 사도브스키 패치가 오일러방정식의 해로서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2일 밝혔다.

사도브스키 패치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며 회전 세기가 균등한 두 소용돌이가 완전히 맞붙은 채로 움직이는 특수한 소용돌이 쌍이다. 비행기 날개 끝이나 배 뒤에 생기는 소용돌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실제 물이나 공기와는 달리 이상적인 유체를 가정했기 때문에 모양을 유지하며 영원히 직진할 수 있다.

1971년 러시아 수학자 사도브스키(V. S. Sadovskii)가 수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모델을 처음 제안했지만, 이 패치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논문에서 언급했다.

수학적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도브스키 패치의 모양과 운동을 동시에 설명하는 함수, 즉 유체의 운동법칙인 오일러 방정식의 해를 직접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함수를 실제로 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대신 수학자들은 방정식 해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입증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두 소용돌이가 대칭축에서 완전히 접촉한 채 끊김 없이 이동해야 하는 특수한 구조 탓이다.

연구진은 변분법을 사용해 이를 새롭게 풀어냈다. 변분법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여러 가지 가능한 함수 중에서 주어진 값을 최대화 또는 최소화하는 함수를 찾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먼저 소용돌이 간 간격을 작게 설정하고 소용돌이 회전 세기에 상한을 두는 조건을 걸어둔 뒤, 그 안에서 운동에너지가 가장 큰 값을 갖는 소용돌이 쌍을 찾아냈다. 이렇게 얻어진 최대 에너지 소용돌이 쌍의 구조를 단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그 모양이 사도브스키가 제안한 패치의 형태임을 증명했다.

최규동 교수는 “사도브스키 패치의 수학적 존재성을 입증하는 연구를 북경대 황퉁 (Huang-Tong) 교수팀과 경쟁해 왔는데, 황 퉁 교수팀의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에서는 사도브스키 패치의 수학적 존재성뿐만 아니라 역학적 타당성, 즉 물리적 안정성도 검증해 낸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물리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은 패치의 존재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관찰 가능한 수준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난류 연구, 항공기와 선박의 후류 해석, 후지와라 효과와 같은 대기·해양 소용돌이 간의 상호작용 연구 분야에서 유체역학적 이해의 토대를 넓힌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후지와라 효과는 두 개 이상의 태풍이 인접할 때 나타나는 간섭 현상으로, 일본 기상학자 후지와라 사쿠헤이가 1921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수학 분야 최상위 저널 중 하나인 편미분방정식연보(Annals of PDE)의 하반기 호인 12월 호에 실렸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명: On Existence of Sadovskii Vortex Patch: A Touching Pair of Symmetric Counter-Rotating Uniform Vortices)

  • [연구그림] 사도브스키 타입 소용돌이를 연구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
  • [연구그림] 연구팀이 사용한 변분법 기반 증명 방법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수학과: 최규동 교수 (052) 217-2158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사도브스키 패치는 1971년 러시아 수학자 사도브스키가 처음 수치 계산으로 제안한 구조로, 두 개의 소용돌이(와류)가 대칭축을 사이에 두고 맞닿은 채 함께 이동하는 매우 특이한 형태다. 이후 이 패치의 경계 모양이나 유동 특성을 분석한 후속 연구가 이어졌지만, 이 구조가 실제로 2차원 비점성·비압축성 유체를 기술하는 오일러 방정식의 해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동안 누구도 증명하지 못했다. 오일러 방정식은 매우 복잡한 편미분방정식(PDE)이기 때문에 소용돌이의 모양과 속도를 정확히 만족하는 함수를 직접 찾기 어렵고, 수학적으로도 해의 존재만을 확인하는 문제조차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연구내용

연구진은 변분법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핵심 아이디어는 “가능한 모든 소용돌이 쌍 가운데 운동에너지를 가장 크게 만드는 형태를 찾으면, 그 형태가 곧 사도브스키 패치와 일치한다”는 접근이다.

이를 위해 먼저 비교 가능한 소용돌이들의 범위를 명확하게 제한했다. 2차원 평면에서 소용돌이도를 x축 기준 기함수로 두고, y>0 영역에서는 음수가 아닌 값만 허용했으며, y좌표를 곱해 적분한 값이 1이 되도록 운동량을 고정했다. 또 소용돌이 회전 세기에 상한을 두어 비현실적인 형태가 제외되도록 조건을 설정했다. 이렇게 정의된 모든 후보들 중에서 운동에너지를 최대화하는 형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변분법으로 먼저 보인 뒤, 그 구조적 성질을 하나씩 분석했다.

속도장을 계산해보면 대칭축 원점 근방의 x축 방향 속도가 전체 이동 속도보다 두 배 이상 커지는 특징이 나타났는데, 이는 위·아래 두 소용돌이가 x축에서 실제로 맞닿아 있을 때만 가능한 현상이다. 이러한 구조적 조건들을 종합하면, 최대 에너지를 갖는 소용돌이 쌍의 모양이 사도브스키가 수치 계산으로 제안했던 패치와 정확히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운동에너지를 극대화하는 형태가 곧 사도브스키 패치라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3.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사도브스키 패치의 수학적 존재성뿐 아니라 안정성까지 연결되는 최초의 결과로, 유체 내 다양한 소용돌이 구조의 형성과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특히 태풍 두 개가 가까이 접근할 때 서로 공전하며 상호작용하는 후지와라 효과 같은 대기·해양 와류 현상 분석에도 응용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난류 연구, 항공기·선박 주변 후류의 해석 등 기초 유체역학 전반의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붙임] 용어설명

1.유체(fluid)

기체와 액체를 아울러 이르는 말.

2.변분법(variational method)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함수 공간에서 정의된 범함수의 함숫값이 최대 또는 최소가 되는 함수를 구하는 일반적 방법.

3.비점성 유체(inviscid fluid)

점성(viscosity; 유체의 끈끈한 정도)이 없는 유체. 실제 자연에는 없지만, 유체의 기본 성질을 분석할 때 표준 모델로 사용된다.

4.비압축성 유체(incompressible fluid)

일반적으로 물이나 기름처럼 압력이나 유속의 변화에 따라 체적이 변하지 않는(즉 밀도의 변화를 무시할 수 있는) 유체.

5.와류(vortex)

흔히 소용돌이라고도 부르는 와류는 소용돌이도(vorticity)가 집중적으로 존재하는 영역을 뜻한다.

6.소용돌이도(vorticity)

소용돌이도는 유체의 속도함수에 미분연산자를 외적을 취함으로 얻어지는 벡터 함수이다. 이는 특정 점 근방에서 국소적(local)으로 영역이 회전하고 있는 정도와 방향을 나타낸다.

7.해(solution)

미분 방정식은 미지함수와 그 도함수가 서로 만족하는 관계식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미분방정식의 해라는 것은 주어진 관계식을 만족하는 함수를 말한다.

8.안정성(stability)

수학에서 어떤 미분 방정식의 특수 해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그 특수 해의 초기값에서 아주 가까운 초기값을 부여했을 때, 그 새롭게 얻어지는 해 역시 원래의 특수 해와 오랜시간동안 충분히 가깝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안정성은 물리·공학적으로는 특수 해가 나타나는 물리현상이 자연·실험실 등에서 관측·구현이 가능하다는 근거로 쓰인다.

9.기함수(odd-function)

서로 덧셈 역원의 상이 서로 덧셈 역원인 실수 함수이다.그래프로 보면 y축을 기준으로 대칭이 아니라, 원점을 기준으로 대칭인 형태라고 이해하면 쉽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사도브스키(Sadovskii) 타입 소용돌이를 연구하는 전통적 접근 방식

전통적인 연구에서는 소용돌이 패치의 경계가 되는 점선 곡선의 방정식을 직접 구하는 방식으로 사도브스키 패치를 분석해 왔다. 이 방법은 소용돌이 영역의 모양(shape)을 가정한 뒤, 그 경계가 오일러 방정식을 만족하도록 곡선 자체를 계산해 맞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해(해당 소용돌이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유동 함수)를 얻지 못하고, 단지 ‘그럴듯한 윤곽선’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는 한계가 있다.

그림 2. 이번 연구에서 변분법으로 얻어진 최대화 함수가 사도브스키 타입임을 증명한 방법.

두 대칭 소용돌이가 발생시키는 이동 속도가 W라고 할 때, 중심점 (0,0) 에서의 x축 방향 속도 u1(0,0)는 W의 2배보다 크다. 이런 성질은 해당 연구에서 찾아낸 대칭 소용돌이가 특정 조건에서 접촉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