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5. 12. 16 (화)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래알’만한 칩으로 빛 파장, 밝기 마음대로 바꾼다!

UNIST, 빛 파장은‘각도’, 밝기는‘전기’로 독립 제어하는 방식의 초소형 광소자 개발
도청 불가한 양자 통신·정밀 바이오 센서 기술 응용 ... Advanced Science 논문 게재

빛의 파장과 세기(밝기)를 서로 간섭 없이 조절할 수 있는 모래알만 한 칩이 나왔다. 실시간으로 파장과 세기를 조절해야 하는 ‘양자 얽힘 광원’이나, 소형화가 필수적인 ‘광신호 처리 장치’ 등을 만들 수 있게 됐다.

UNIST 전기전자공학과 이종원 교수 연구팀은 빛의 ‘세기’와 ‘파장’을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메타표면’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메타표면(Metasurface)은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나노 구조물을 표면에 배열해, 빛의 광학적 성질을 자연계에 없는 방식으로 조절하는 미세 인공 소자다. 상용 광변조 기술에 쓰는 부피가 큰 매질을 대체해 각종 기기를 경량화할 수 있고, 기존 광변조 기술로는 불가능한 광학 현상을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메타표면은 ‘제2고조파 생성(SHG)’이라는 특수한 광학 현상을 제어한다. 제2고조파 생성은 입력된 빛(기본 파장)의 에너지를 두 배로 증폭시켜, 파장이 절반인 새로운 빛(제2고조파)으로 변환해 출력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적외선 영역의 빛을 입력하면 파장이 다른 빛으로 변환되어 나오는데, 이는 미량의 생체 분자 감지하는 센서나, 도청이 불가능한 양자 통신 기술 개발에 쓸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기술은 빛의 파장과 세기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변환 효율을 높여 빛의 세기를 강하게 만들려고 하면 파장을 조절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지고, 반대로 파장 제어 범위를 넓히려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충 관계에 빠진 것이다.

연구팀은 메타표면 안에서 빛이 처리되는 과정을 ‘입구’와 ‘출구’로 분리하는 소자 설계 전략으로 이를 해결했다. 빛이 칩 안으로 들어와 에너지가 모이는 과정(생성)과 변신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는 과정(방출)을 서로 다른 제어 방식이 담당하도록 역할을 분담시킨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로컬-투-논로컬(local-to-nonlocal)’ 방식이라고 명명했다 .

이렇게 설계된 메타표면 칩은 두 가지 독립된 제어 방식을 갖는다. 우선 칩에 흐르는 전압을 조절하면 빛의 파장은 변하지 않은 채 ‘세기’만 독립적으로 변하게 된다. 반대로 빛이 칩에 들어오는 각도를 살짝 비틀어주면 이번에는 세기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빛의 ‘파장’만 변한다. 서로 간섭 없이 빛의 성질을 완벽하게 분리하여 조절하는 셈이다.

실제 실험 결과, 연구팀이 빛의 입사각을 조절하자 출력되는 빛의 파장이 연속적으로 변했고, 특정 파장을 고정한 상태에서 전기 신호만 바꾸자 파장은 그대로 유지된 채 세기만 달라지는 것이 확인됐다.

이종원 교수는 “기존 연구들이 빛을 가두거나(로컬 모드) 흐르게 하는(논 로컬 모드) 한 가지 방식에만 의존했다면, 이번 기술은 두 방식을 결합해 소자 설계를 훨씬 자유롭게 만들고, 그동안 피하기 어려웠던 효율과 조절 능력 사이의 딜레마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이어 “양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어하거나, 양자 통신의 핵심인 ‘얽힘 광자’의 파장 스펙트럼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등 차세대 능동형 양자 광원 기술을 완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11월 29일 일자로 게재되었으며, 정보통신기획평가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논문명: Local-to-Nonlocal Second-Harmonic Generation from Electrically Tunable Intersubband Polaritonic Metasurfaces )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서진혁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전기전자공학과: 이종원 교수 (052) 217-2165

  • [연구그림] 메타표면 소자가 빛의 색(파장)과 밝기(세기)를 조절하는 원리를 보여주는 개념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빛의 주파수를 두 배로 올려 새로운 색을 만드는 제2고조파 생성(SHG)은 레이저 파장 변환, 적외선 이미징, 양자광원 등 다양한 광소자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나노 구조를 평면 위에 배열한 메타표면(metasurface)이 등장하면서, 기존 부피가 큰 비선형 결정 대신 얇은 칩 한 장으로도 SHG를 구현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비선형 메타표면은 대체로 한 가지 종류의 공진 모드에 모든 기능을 맡기는 구조가 많았다. 국소 공진(local mode)을 이용하면 빛을 강하게 모아 비선형 효율은 높일 수 있지만, 파장이나 각도를 정밀하게 조절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비국소 공진(nonlocal mode)을 이용하면 각도에 따른 스펙트럼 제어는 유리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재료와 구조가 제한되어 실질적인 변환 효율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그 결과 효율을 높이면 조절 자유도가 줄고, 조절 범위를 넓히면 효율이 떨어지는 상충 관계가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이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빛이 생성되는 과정과 방출되는 과정을 서로 다른 모드에 분담시키는 새로운 비선형 메타표면 기전을 제안하였다.

2.연구내용

UNIST 전기전자공학과 이종원 교수 연구팀은 다중양자우물(MQW) 구조와 금속 나노 패턴을 결합한 극도로 얇은 메타표면을 설계해, 기본파(FF)는 국소 공진(local mode) 으로 흡수하고, 그 과정에서 생성된 2배 주파수 빛(SH)은 비국소 공진(nonlocal mode)으로 방출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local-to-nonlocal SHG’ 라고 정의하고, 이를 전기 구동 메타표면에서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구체적으로, 금속 나노 구조는 국소 표면 플라즈몬 공진(LSPR) 을 통해 기본파를 MQW 층 안으로 강하게 집중시켜, 그 내부에서 강한 비선형 반응이 일어나도록 한다. 이때 MQW는 intersubband transition(IST)을 이용해 큰 비선형성을 제공하며, 여기에 인가하는 전압을 변화시키면 전자 상태가 바뀌어 생성되는 SH 빛의 세기를 전기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한편, MQW에서 생성된 SH 빛은 메타표면 전체에 걸쳐 형성되는 TM 편광 도파 모드 공진(TM guided-mode resonance, TM GMR)을 통해 외부로 방출된다. 이 비국소 모드는 메타표면의 격자 주기와 빛이 들어오는 각도(평면 내 운동량)에 민감하게 의존하기 때문에, 레이저 입사각을 바꾸면 SH 피크 파장이 연속적으로 이동하는 각도 의존형 스펙트럼 제어가 가능하다. 즉, 하나의 칩 안에서 국소 모드가 “생성”을, 비국소 모드가 “방출”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분리한 설계다.

연구팀은 파장 조절 가능한 레이저와 자체 구축한 반사형 angle-resolved 측정 광학계를 이용해, 샘플을 회전시키지 않고 렌즈에 레이저가 입사하는 위치만 이동하는 방식으로 입사각을 스캔하며 SHG 스펙트럼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입사각을 변화시켰을 때 SH 피크 파장이 부드럽게 이동하며 색이 변하는 현상과, 특정 각도를 고정한 채 전압만 변화시켰을 때 SH 피크 파장은 거의 고정된 상태에서 세기만 선택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동시에 관측하였다. 이를 통해 이 메타표면이 전압으로 SHG 세기를, 입사각으로 SHG 파장을 서로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

또한 연구팀은 지금까지 보고된 비선형 nonlocal 메타표면이 주로 낮은 손실을 얻기 위해 비선형성이 작은 재료나 약한 비선형 전류에 의존해 실효 변환 효율이 매우 낮았던 점에 주목하고, 강한 비선형성을 가진 intersubband MQW 플랫폼에 TM GMR과 같은 비국소 모드를 결합하는 ‘local-to-nonlocal’ 설계 방법이 효율과 제어 가능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이 될 수 있음을 보였다.

3.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국소 모드와 비국소 모드를 하나의 메타표면 안에서 역할 분담시키는 ‘local-to-nonlocal SHG’ 기전을 처음으로 제안하고 검증했다는 점에서, 비선형 메타표면 설계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제시한다. 기존처럼 하나의 공진 모드에 모든 기능을 집약하는 대신, 빛의 생성과 방출을 서로 다른 모드로 나누어 설계함으로써, 그동안 피하기 어려웠던 “조절 자유도와 효율 사이의 상충 관계”를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특정 파장·재료에 한정되지 않고, 다른 파장대와 다양한 물질계로 확장 가능한 메커니즘을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비선형 메타표면을 이용해 얽힌 광자쌍을 생성하고 제어하는 메타표면 기반 양자광원·양자광학 소자에서도 local-to-nonlocal 개념을 활용해 높은 변환 양자 얽힘 광원 생성 효율을 얻음과 동시에 제어 및 설계 자유도를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단일 소자 성능을 넘어, 능동형 비선형 메타표면 설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기초 연구로서, 후속 응용 연구와 관련 분야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붙임] 용어설명

 

1.제2차 고조파 생성(Second-Harmonic Generation, SHG)

두 개의 동일한 주파수(ω)를 가진 광자가 비선형 매질에서 상호작용해, 주파수가 두 배인 새로운 광자(2ω)를 만들어내는 비선형 광학 현상이다.

2.메타표면(Metasurface)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인공 나노 구조(메타원자)를 2차원 평면에 배열해, 기존 물질에서는 얻기 어려운 빛-물질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초박형 광소자이다.

3.국소 모드(Local mode)와 비국소 모드(Nonlocal mode)

국소 모드는 개별 메타원자 주변에 전자기장이 국한되어 공진하는 모드이고, 비국소 모드는 주기 배열 전체에 걸쳐 전자기장이 결맞게 분포해 집단적으로 공진하는 모드이다. 비국소 모드는 일반적으로 각도(평면 내 운동량)에 따라 공진 조건이 크게 바뀐다.

4.다중양자우물(Multiple Quantum Well, MQW)

서로 다른 밴드갭을 갖는 얇은 반도체 층을 반복적으로 적층해 만든 나노 구조로, 전자 에너지 준위가 양자화되어 있다. 전기장을 가해 준위 간 전이에 해당하는 흡수·비선형 특성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5.양자 얽힘 광자(Quantum entangled photon)

양자 얽힘 광자는 두 개 이상의 광자가 양자적으로 얽혀 있어, 각각의 상태가 독립적이지 않고, 하나의 상태가 다른 광자의 상태에 즉시 영향을 미치는 특성이 있는 광자 쌍이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설명. 메타표면 소자가 빛의 색과 밝기를 조절하는 원리를 보여주는 개념도. 왼쪽에서 입사한 빛이 소자를 거쳐 오른쪽으로 나갈 때 성질이 변환되는데, 이때 두 가지 제어 방식이 적용된다. 먼저 빛이 들어오는 각도(빛줄기의 기울기)를 달리하면 나가는 빛의 ‘파장(색)’이 변한다. 동시에 소자에 전압(V)을 걸어주면 내부에서 빛과 물질이 결합하는 상태(비선형 폴라리톤)가 미세하게 변화하며 나가는 빛의 ‘세기(밝기)’가 조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