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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배열 흩트렸더니 배터리 초기 에너지 손실 0.6%로 뚝

UNIST·PAL·KAIST, 에너지 손실 줄인 리튬 과잉 층상 산화물 양극재 개발
무질서한 층상 원자 배열로 층간 슬라이딩 억제 효과 .. ACS Energy Lett. 게재

차세대 배터리 양극인 ‘리튬 과잉 층상 산화물’ 소재의 구조 붕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배터리의 에너지 효율을 낮추고 수명을 줄이는 요인을 제거해 리튬 과잉 층상 산화물 양극재를 이용한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개발이 빨라질 전망이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와 포항가속기연구소 정영화 박사, KAIST 서동화 교수팀은 원자 배열을 일부러 무질서하게 설계해 구조 붕괴를 억제함으로써 에너지 효율 저하를 잡은 리튬 과잉 층상 산화물 양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리튬 과잉 층상 산화물은 금속만 반응에 참여하는 일반 배터리와 달리 산소까지 반응에 참여해 배터리 용량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소재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쇄적인 구조 붕괴가 고질적인 문제다. 구조 변형 때문에 첫 충·방전 시 전압 차이와 에너지 손실이 커지고, 충·방전이 반복될수록 전압이 점차 떨어져 배터리 수명을 다하게 된다.

연구팀은 금속 원자 배열을 불규칙하게 섞는 방식으로 이러한 구조 붕괴를 억제한 리튬 과잉 층상 산화물을 개발했다. 불규칙한 배열이 오히려 첫 충전 시 층 전체가 한 번에 미끄러지는 현상을 막고 물리적 스트레스를 고르게 분산시켜, 구조의 뼈대가 되는 전이 금속과 산소 간의 결합을 유지 시켜준 덕분이다. 이러한 원리는 밀도범함수(DFT) 이론계산과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첨단 방사광 가속기 분석을 통해 교차 검증됐다.

이 전극의 성능 평가 결과, 첫 번째 충전과 방전 전압 간 차이가 기존 소재의 절반 수준인 0.31V로 감소했으며, 초기 에너지 손실이 0.6%에 그쳤다. 반면 원자 배열이 규칙적인 기존 소재는 첫 충전 전압과 방전 전압의 차이가 2배로 벌어졌으며, 25.8%의 에너지가 손실됐다. 충전 전압과 방전 전압 차이가 클수록 에너지 손실이 크다.

또 이후 충·방전을 반복할 때 나타나는 전압 감소 속도도 사이클당 10분의 1수준으로 낮아져 160회 충·방전 이후에도 초기 에너지의 98%를 유지했다.

제1저자인 최명준 연구원은 “결함으로 치부되던 원자 배열의 무질서함을 역으로 이용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한 접근”이라며 “특정 조성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리튬 과잉 층상 산화물 양극 소재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욱 교수는 “리튬 과잉 층상 산화물은 이론적으로 매우 높은 에너지 밀도를 낼 수 있는 유망한 양극 소재지만 구조 붕괴와 전압 감소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이번 기술은 더 작고 가벼우며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상용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과 원천기술 국제협력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인 에이씨에스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2월 3일 온라인 게재됐다. (끝)

(논문명: Pre-Disordering for Preserving Transition Metal-Oxygen Covalency in Lithium-Rich Layered Oxide Cathode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장준용 팀장, 양윤정 담당 (052)217-1227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 (052) 217-2593

  • [연구그림] 무질서한 원자 배열을 통한 층간 슬라이딩 억제와 구조 안정성 향상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차세대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양극 소재로 리튬과잉층상산화물(Lithium-rich layered oxides)이 주목받고 있다. 이 소재는 기존 전이금속의 산화·환원 반응뿐 아니라 산소의 레독스(anionic redox) 반응까지 활용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 매우 높은 용량과 4.5V 이상의 작동 전압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구동 과정에서는 첫 충·방전 사이클 동안 전이금속 이동(migration), 상전이, 산소 가스 방출 등 비가역적인 구조 변화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충전 전압과 방전 전압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전압 히스테리시스(voltage hysteresis)와 초기 쿨롱 효율 저하가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배터리의 실제 에너지 밀도를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 연구들은 이러한 구조적 비가역성을 억제하거나 지연시키는 데 집중해 왔지만, 고전압 구동 조건에서는 구조 열화를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2.연구내용

연구팀은 이러한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구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 변화를 억제하는 대신 합성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구조적 무질서를 도입하는 설계 전략을 제안했다. 양극 활물질 합성 과정에서 전이금속의 평면 내 배열을 미리 무질서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기존의 two-phase 반응 대신 연속적인 solid-solution 반응 경로로 상전이가 진행되도록 유도했다. 이를 통해 첫 충·방전 사이클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구조 붕괴를 억제할 수 있었다.

전기화학 성능 평가 결과, 평면 내 사전 무질서 구조가 적용된 양극재는 기존 소재 대비 전압 히스테리시스가 약 50% 감소했으며 에너지 손실도 크게 줄어들었다(0.6% vs 25.8%).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을 통해 이러한 사전 무질서 구조가 충전 과정에서 O3에서 O1으로 진행되는 상전이를 억제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확인했다. O3에서 O1 상전이는 충전 과정에서 리튬이 양극에서 빠져나가면서 전이금속 원자가 자리를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산소층이 옆으로 미끄러지듯 재배열되는 ‘슬라이딩’이 발생해 층상 구조의 배열 방식이 바뀌는 현상이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방전 과정에서도 완전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아 전압 히스테리시스와 전압 감소를 유발하고, 일부 리튬 이온이 원래 위치로 돌아오지 못해 용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가속기 기반 오페란도 분석을 이용해 충·방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 및 전자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한 결과, 이러한 구조 제어가 전이금속-산소 공유결합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균일하고 가역적인 레독스 반응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장기 사이클 성능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기존 리튬과잉 양극재는 160회 사이클 이후 148.8 Wh/kg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해 초기 에너지 대비 75.4%만 유지된 반면, 사전 무질서 구조가 적용된 양극재는 12.4 Wh/kg의 에너지 손실만 나타나며 초기 에너지의 98.0%를 유지했다.

연구팀은 기존의 리튬 과잉 양극재가 160의 장기 사이클 동안 148.8 Wh/kg의 에너지 손실에 의해 초기 에너지 대비 75.4%만을 유지한 반면, 사전 무질서 구조가 적용된 양극재는 12.4 Wh/kg의 에너지 손실만을 보이며 초기 에너지 대비 98.0%을 유지하며 우수한 전기화학적 성능을 확인했다.

3.기대효과

본 연구는 구조 무질서를 열화의 원인이 아닌 ‘기능적 설계 인자’로 재정의함으로써, 리튬 과잉 층상형 산화물 양극 소재의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첫 사이클에서의 구조 진화를 제어함으로써 장기적인 레독스 안정성과 에너지 유지 특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러한 사전 무질서 기반 설계 전략은 특정 조성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고에너지 양극 소재로 확장 가능하며, 향후 전기차 및 차세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위한 고에너지·고내구성 배터리 개발에 중요한 설계 원칙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붙임] 용어설명

 

1.에너지 밀도 (Energy density)

배터리가 단위 무게 또는 부피에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의미하며 Wh/kg 또는 Wh/L로 표시된다. 에너지 밀도는 전압(V)과 용량(mAh)의 곱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같은 용량의 배터리라도 작동 전압이 높으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배터리 용량(mAh)’이 전하량을 의미하는 것과 달리, 에너지 밀도는 실제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2.리튬 과잉 층상형 산화물 (Lithium-rich layered oxides)

Li₁₊ₓTM₁₋ₓO₂ (x>0) 구조식을 갖는 층상 소재. 리튬금속층과 리튬 및 전이금속이 섞인 층이 교대로 쌓여 있는 구조다. 일반적인 층상형 양극 소재(x=0; NCM, NCA 등)는 전이금속 층에 리튬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리튬 과잉 층상형 산화물은 전이금속층에도 리튬이 섞여 있다. 리튬 함량이 높기 때문에 전이금속 산화환원 뿐만 아니라 산소의 레독스 참여(anionic redox)를 통해 용량을 늘림으로써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다.

3.전압 히스테리시스 (Voltage hysteresis)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동일한 용량 상태에서도 전압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으로, 에너지 손실의 직접적인 지표이다. 리튬 과잉 층상형 산화물에서는 고전압에서의 구조 전이와 전자 구조 재배열로 인해 히스테리시스가 매우 크게 나타나며, 이는 실제 사용 가능한 에너지 밀도를 제한하는 주요 요인이다.

4.슬랩 그라이딩 (Slab gliding)

고전압 충전 시 층상형 산화물에서 산소 적층 방식이 변화하며 전이금속 층이 상대적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구조 전이 현상. 이 과정은 급격한 격자 변형과 전이금속 이동을 동반하며, 비가역적인 구조 붕괴와 전압 히스테리시스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5.전이금속-산소 공유결합

전이금속과 산소 사이에서 전자가 공유되는 정도를 의미하며, 양극 소재의 전자 구조와 산화환원 가역성을 결정하는 중요 인자이다. 높은 공유결합 정도는 산화환원 반응의 가역성을 향상시키지만, 공유결합의 불균형은 국소적인 전자 집중과 구조 왜곡을 유발해 이후 연쇄적인 열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설명. 원자 배열 무질서 설계를 통한 층간 슬라이딩 억제와 구조 안정성 향상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리튬 과잉 층상 산화물에서는 충전 과정에서 전이금속 이동과 층간 슬라이딩이 발생해 구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전이금속 배열을 불규칙하게 섞은 구조에서는 이러한 슬라이딩이 억제돼 전이금속-산소 결합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 결과 전압 히스테리시스와 에너지 손실이 줄어들고, 장기적 수명도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