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리가 사는 주변과 각종 산업단지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바람을 타고 건너온다.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그의 존재 때문에 전 세계 모두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골몰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미세먼지. UNIST에서는 이 미세먼지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까. 도시환경공학부의 최성득 교수와 임정호 교수,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의 장재성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기를 뿌옇게 만드는 물질 중 ‘미세먼지’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미세먼지에 붙은 유해물질이 체내로 들어오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건강에 지장을 줄 정도로 위험한 미세먼지. 그 정체는 무엇일까.
미세먼지는 에어로졸(aerosol)의 일종으로, 공기 중에 떠도는 입자 중에서도 크기가 작은 먼지를 의미한다. 글자그대로 ‘아주 작아서’ 개별 입자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국내에서는 직경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mm) 이하의 입자를 미세먼지, 2.5㎛ 이하의 입자를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입자가 큰 먼지는 숨과 함께 들이마셔도 기도나 점막에서 걸러진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호흡을 통해 폐포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다. 특히 이들 성분 중에는 중금속이나 유기독성물질, 환경호르몬 등 유독물질이 많다. 아주 작은 독성입자가 호흡을 통해 폐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가능성이 높으니 위협적인 것이다.
ORIGIN OF FINE DUST 미세먼지 해결 위한 미션, “기본으로 돌아가라!”
그렇다면 이 미세먼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도시환경공학부 최성득 교수에게 들어봤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사실 예전보다 줄었어요. 하지만 눈에 띄는 사례가 늘면서 최근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검출돼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이슈가 됐었잖아요? 중국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미세먼지와 결합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죠.”
미세먼지는 자동차와 공장이 뿜어내는 가스와 먼지 등을 통해서도 나온다. 특히 경유에서 비롯되는 블랙카본(black carbon)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할 정도로 위험하다. 그런데 이렇게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1차 입자(primary particle)보다 더 위험한 게 2차 입자(secondary particle)다.
“2차 입자는 차원이 달라요. 처음에는 미세먼지로 존재하지 않거든요. 배출가스 성분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미세먼지 입자로 변하는데요. 이건 1차 입자보다 대처하기 더 어려워요. 최근 논란이 된 질소산화물이 대표적인 2차 입자의 원인물질입니다.”
무시무시한 미세먼지에 대처하려면 꼼꼼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지상에서 미세먼지를 살피는 방법은 두 가지. 전체 중량을 측정하는 방법과 분광법이다. 전체 중량을 구하는 방법의 원리는 진공청소기와 비슷하다. 필터에 먼지를 포집해 시료를 채취하고, 그 전후의 무게 차이를 구하는 것이다. 분광법은 물질이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빛의 스펙트럼을 측정해 물질의 종류와 양을 분석한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자동으로 미세먼지의 실시간 측정이 가능하다.
최성득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 환경기준치가 미국이나 WHO에 비해 다소 높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준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정상이라고 해도 안전한 상태라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경제발전이 당면 과제였던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대기오염 관리에 소홀했어요. 지금 문제가 되는 석탄 화력발전소와 경유차 모두 섣불리 제재하기 어려워요. 관련 산업이 오랫동안 자리를 잡은 데다, 거기에 투입된 인력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테니까요. 경제성장과 환경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해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성득 교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직 배출량 파악도 정확하게 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과도기에 있지요.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는 미세하더라도 오염물질이 있기 마련이에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공기와 음식물 모두 위험할 수 있다는 거죠. 오염물질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저감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HOW TO SEE THE DUST 인공위성에서 미세먼지 관측하기
미세먼지 모니터링은 인공위성으로도 할 수 있다. 여기서도 자동으로 실시간 미세먼지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분광법이 쓰인다. 이 분야 이야기를 자세히 듣기 위해 도시환경공학부 임정호 교수를 찾았다.
“아주 맑은 날과 에어로졸이 많은 날, 빛이 지표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건 큰 차이가 있겠죠? 인공위성에서는 그 차이를 통해 먼지 입자들을 파악합니다. 그걸 수치로 만든 것이 ‘광학두께(Aerosol Optical Depth, AOD: 대기 중의 에어로졸에 의해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얼마나 산란 또는 흡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값’이에요. 이 값이 클수록 입자층이 두껍게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고, 값이
작다면 반대로 입자층 두께가 얇은 거예요.”
인공위성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모니터링하면 명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에 필요한 장소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모니터링에는 정지궤도위성이 유리하다. 이 인공위성은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공전하기 때문에 같은 장소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 발사된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에 탑재된 MI(Meteorological Imager)와 GOCI(Geostationary Ocean Color Imager) 센서를 이용해 에어로졸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임정호 교수는 2020년대에 들어서면 전 세계적으로 대기질 관측에 특화된 인공위성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대기질 관측에 특화된 GEMS(Geostationary Environment Monitoring Spectrometer) 센서가 천리안 후속 위성 ‘GK-2B’에 탑재돼 2019년 발사될 예정이다. 임 교수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미세먼지 모니터링이 좀 더 정교해지려면 지상 관측과 위성 관측, 모델링(예측을 위한 시뮬레이션) 등 세 분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LAY DRONE! ROMOVE DUST! 드론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각 분야의 다양한 연구가 필요해요. 재료공학에서는 미세입자의 소재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환경공학에서는 미세먼지와 관련된 현상을 해석하고 배출량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모니터링 및 모델링 등의 연구를 하죠. 제가 몸담은 기계공학 분야에서는 미세먼지를 감지하는 센서 및 미세먼지의 제거와 관련된 기계 장치를 개발해요.”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의 장재성 교수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는 재료공학과 환경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 연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마차를 지탱하는 바퀴들이 모두 원활하게 굴러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UNIST에서 에어로졸을 감지하는 센서와 미세먼지 제거와 관련된 기계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드론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드론에다 전기장을 이용한 필터를 장착하면 됩니다. 공기 중 입자가 이 필터로 들어오면, 전기장으로 그 입자에 전기를 띠게 해요. 그 다음 반대 전극을 이용해 잡아두는 거예요. 마이너스(-) 전하를 띤 입자들을 플러스(+) 극에 잡아두는 식이지요. 그러면 오염물질 입자는 필터 안에 갇히고, 깨끗한 공기만 밖으로 빠져나오게 됩니다.”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라서 섣불리 예견할 수 없지만, 장재성 교수가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으면 미세먼지 입자 제거에 획기적인 기술이 나올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계 장치를 만들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제 미세먼지는 피할 수 없는 중대 과제로 자리 잡았다. 눈앞에 빤히 암담한 미래가 보이는데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환경과 성장은 단순히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성장에 집중하는 동안 지구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과 환경이라는 두 개의 바퀴를 영리하게 굴려가는 묘수를 찾아 UNIST 연구진들은 오늘도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