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구슬을 이용해 흑연을 고속분쇄함으로써 그래핀*을 친환경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렇게 생산된 그래핀으로 고가의 백금촉매를 대체할 수 있어 연료전지**와 금속공기전지*** 등의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그래핀 : 흑연의 표면층을 한 겹만 떼어낸 탄소나노물질로, 높은 전기전도성과 전하이동도를 갖고 있어 향후 응용 가능성이 높아 꿈의 신소재로 불림
** 연료전지 : 연소반응이 아닌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하여 효율이 높고 유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어 차세대 동력원으로 꼽힘
*** 금속공기전지 : 연료전지의 일종으로 수소 대신 금속(리튬, 아연 등)을 연료로 사용,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전지
UNIST 백종범 교수가 주도하고 전인엽, 최현정 박사과정생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기본연구),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WCU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1월 30일자에 게재되었다.
(논문명: Large-scale production of edge-selectively functionalized graphene nanoplatelets via ball-milling and their use as metal-free electrocatalysts for oxygen reduction reaction)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백금촉매의 경우 효율은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불순물에 의해 활성이 저하될 수 있다. 또한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어 철, 니켈, 구리 등 값싼 금속으로 이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촉매활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그래핀의 경우 넓은 표면을 활성을 띄는 원소들로 코팅할 수 있어 촉매활성이 뛰어나고 안정성도 높아 이러한 그래핀을 대량생산하기 위한 연구가 주목을 받아왔다.
백 교수 연구팀은 쇠구슬을 이용하여 흑연을 고속분쇄함으로써 흑연이 주위물질과 반응하면서 수소 등이 가장자리에 부착되어 활성화된 그래핀(EFGnPs, Edge-selectively functionalized graphene nanoplates)이 만들어지는 공정을 개발해냈다(ball-milling법). 비교적 간단한 기계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복잡하고 유독한 기존 산화환원방식의 단점을 극복해 낸 것이다.
기존 산화환원방식의 경우 흑연을 강산과 강한 부식성 산화제를 이용해 산화시킨 후 초음파로 분쇄하여 이를 다시 환원시키는 등 공정이 복잡하고 유독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그래핀이 백금촉매를 대체할 만한 우수한 산소환원 능력과 안정성을 가짐을 확인했다. 활성화된 그래핀을 연료전지에 적용한 결과 산소환원력은 백금과 비슷하고 안정성은 훨씬 뛰어난 것(백금: 12% 성능감소 EFGnPs 0.7% 성능감소)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이 개발한 가장자리가 선택적으로 기능화된 그래핀을 산소환원전극 재료로 사용할 경우 연료전지셀 비용을 크게 절감(백금: 1억원/Kg, EFGnPs: 1만원/Kg)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 교수는 “다양한 기능기를 가진 그래핀을 값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어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보여주는 그래핀 촉매의 개발이 가능해짐에 따라 연료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며 “수소연료전지차 대당 필요한 백금 촉매 70~90g을 이번에 개발한 그래핀 촉매로 대체할 경우 가공비를 포함해 대당 천만원 이상의 제조원가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