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양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소를 사용하는 차세대 연료전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연료전지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인 전극 반응용 촉매는 모두 값비싼 백금계 물질이 사용된다. 백금계 촉매는 높은 가격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매장량에 제한이 있다. 장시간 사용에 따라 촉매의 내구성도 감소해 연료전지의 폭넓은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값비싼 백금계 연료전지 촉매(觸媒)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비백금계 촉매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UNIST(총장 조무제) 주상훈 교수 연구진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황주호) 박구곤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철 또는 코발트와 같은 값싼 금속과 질소, 그리고 탄소로 이루어진 *나노다공성 **포피린 탄소 촉매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촉매는 성능과 안정성이 값비싼 귀금속 백금촉매보다 뛰어나 수소 ***연료전지 등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
* 나노다공성 물질 : 나노미터 크기의 균일한 기공이 규칙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물질을 일컬음.
** 포피린 : 금속과 질소 네 개가 결합되어 있는 탄소계 화합물
*** 연료전지 : 연료의 산화에 의해서 생기는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일종의 발 전 장치이고 미래의 친환경적 에너지 변환장치이다.
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촉매는 제조 비용이 기존 백금계 촉매의 10%에 불과하다. 주 교수에 따르면 자동자용 연료전지의 경우, 종전 차량 1대당 촉매 제조비용이 1,000만원 이상 소요됐으나, 새로운 촉매를 적용할 경우 10분의 1인 100만원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촉매는 연료전지의 성능을 좌우하는 산소환원 반응에서의 효율도 백금 촉매 보다 80%가량 높아 현재까지 보고된 비백금계 촉매 중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보였다. 그리고 내구성도 백금촉매보다 6배 이상 높았고, 촉매활동을 저하시키는 촉매독(poison)에 대한 안정성도 훨씬 높았다. 이 촉매는 다른 비백금계 촉매보다 합성 조건이 간단하여 대량합성이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 교수는 “이 촉매 개발로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경우, 수년 내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지만 값비싼 백금촉매 사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백금촉매는 높은 가격 외에도 장시간 운전으로 인해 성능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비백금계 연료전지 촉매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촉매 성능이 백금계 촉매보다 10-100배 정도 떨어져, 백금계 촉매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합성과정에서 1,000도 정도의 고온에서 유독한 암모니아 가스로 처리하는 등 합성과정이 복잡하고 위험했다.
주상훈 교수는 “새로운 나노다공성 포피린 탄소 촉매는 높은 산소환원 반응 성능을 보이면서, 대량생산에 용이한 비백금계 촉매라는 점에서 혁신적인 성과“라고 밝혔다. 주 교수는 “이러한 연료전지 기술은 가정용 비상전력용 기술로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있었던 전력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좋은 대비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UNIST 나노생명화학공학부 주상훈 교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구곤 박사
및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Brookhaven National Lab.) 라도슬라브 아지치 (Radosalv Adzic) 박사가 주도하고 UNIST 천재영 연구원 등이 주요 연구자로 참여하였다.
또한 교육부(장관 서남수)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기본연구자사업 및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유니스트 차세대에너지센터 (KIER-UNIST Advanced Center for Energy), 미래기초과학핵심리더양성사업 그리고 글로벌박사펠로쉽 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네이처 퍼블리싱 그룹(Nature Publishing Group)이 발행하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지(Scientific Reports) 9월 23일자 인터넷 속보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