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서판길(61) 연구부총장의 ‘세포 간 신호전달에 의한 암 제어 연구’가 미래창조과학부의 ‘2012년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서 부총장의 연구는 각종 암과 간질 등과 같은 치료가 어려운 질병의 원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제어하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운동이 우울증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세포간 신호전달 과정을 통해 처음으로 규명해 국내외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연구는 작년 7월 세계적인 학술저널인 PNAS지(誌) 등 국내외 언론에도 비중있게 소개됐다.
서 부총장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생체 신호전달 연구 분야의 석학이다. 25년 동안 생체신호전달 연구에 전념해온 서 부총장은 세계적 권위의 Cell, Science, Nature 등을 포함해 상위 10% 이내 국제 저명 학술지에 총 265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중 18편은 100회 이상 인용되는 등 현재까지 논문 피인용 총 횟수가 총 1만회를 넘는 뛰어난 연구 성과로 주목받아왔다.
지난 2007년 국가석학으로 선정된 서 부총장은 현재 UNIST의 ‘세포 간 신호교신에 의한 암 제어 연구센터(C5 : Center For Cell To Cell Communication In Cancers)를 이끌고 있고, 예순을 넘은 나이에도 매년 1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서 부총장은 “사회적 문제인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더욱 안전한 항 우울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성과이자 의의”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12년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수여식은 28일 오후 2시 서울의 더 케이 호텔(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다음은 서판길 부총장과의 일문일답.>
-세포 간 신호전달, 즉 세포들의 대화는 어떻게 이뤄지나.
“인간이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듯, 생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신호전달 물질을 통하여 의사소통을 합니다. 세포 내외에서 주어지는 신호를 받아 세포는 자신의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데 세포 간 신호전달체계를 밝히는 것은 생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연구입니다”
-이번에 선정된 연구 성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운동이 우울증에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임상적 데이터를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어떤 과정을 통해 그 같은 효과를 내는 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운동에 의한 항 우울 효과와 관련된 신호전달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입니다.”
-운동에 의한 항 우울증 효과란 어떤 것인가.
“우울증이 생기면 뇌 속의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이 감소합니다. 하지만 장기간 운동을 통해 뇌 속의 MIF(Microphage migration Inhibitory Factor)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면 MIF 유전자가 세로토닌도 함께 활성화시켜 우울증 치료효과를 냅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MIF 유전자의 항 우울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
“부작용이 거의 없고 치료효과는 훨씬 뛰어난, 새로운 항 우울제 개발의 열쇠를 찾았다는 것입니다. 현재 대다수 우울증 치료제는 신경에 과도한 자극을 줘 발작과 같은 부작용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MIF 유전자는 이미 뇌에 존재하는 물질이어서 기존의 항 우울제와는 달리 부작용이 없고 생체 치료효과는 더욱 뛰어납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2천만 명의 우울증 환자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관련 분야의 선도적 연구자로서 후배 과학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즐겁게 연구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선도적 연구자가 되기 위해선 늘 한발 앞서 가야 합니다. 누군가에 이어 ‘두 번째’ 연구자가 되는 것은 선도적 연구자가 택할 길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선도적 연구자는 늘 새로운 땅을 찾아나서는 외롭고 힘겨운 행군을 해야 합니다.그래서 연구를 즐기는 마음과 열정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