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기물질로 만든 박막 트랜지스터(유기박막 트랜지스터)의 고질적인 문제점(전자, electron와 정공, hole 이동도의 불균형)을 간단한 열처리로 해결함에 따라 더욱 저렴하면서도 가벼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과기대(UNIST) 오준학 교수(37세), 양창덕 교수(39세)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핵심연구) △기초연구실육성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재료과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지 최신호(10월 10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논문명: Inversion of Dominant Polarity in Ambipolar Polydiketopyrrolopyrrole with Thermally Removable Groups)
유기박막 트랜지스터는 기존의 실리콘으로 만든 트랜지스터(무기박막 트랜지스터)와 달리, 충격에 강하고 종이처럼 얇고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존의 진공공정보다 경제적인 용액공정으로 만들 수 있어 현재 LCD와 PDP를 이을 미래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와 같이 다양한 곳에 활용될 차세대 트랜지스터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유기박막 트랜지스터의 특성을 좌우하는 유기반도체재료는 크게 단극성 반도체*와 양극성 반도체로 나뉜다. 단극성 반도체로 만든 전자회로는 전력손실이 높고, 구동속도와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 단점은 단극성 반도체인 p형과 n형 반도체를 상보회로에 함께 넣어 해결할 수 있으나, 복잡한 제조과정과 비용이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다.
* 단극성 반도체 : 전자와 정공의 2개 전하 운반체 중 하나를 통해 전류가 흐르는 것. n형 반도체는 전자를, p형 반도체는 정공을 전하 운반체로 사용함
반면에 양극성 반도체는 전자와 정공을 모두 구동전하로 활용하고, 단극성 반도체에 비해 간편해 하나의 패턴 공정으로 전자회로를 제조할 수 있다. 그러나 양극성 고분자 반도체에서는 전자와 정공의 이동도가 불균형하여 반도체와 전극 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추가 공정이 필요했다.
오준학, 양창덕 교수 연구팀은 간단한 열처리로 고분자 재료의 보호기(protecting group)인 t-BOC(tert-butoxycarbonyl) 작용기를 제거한 후 고분자 사슬간의 수소결합을 유도하여 전자와 정공의 이동도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우선 용액으로 제조된 유기박막 트랜지스터는 정공의 이동도가 전자보다 약 5배 높지만, 박막을 열처리하자 고분자 사슬간의 수소결합이 유도되어 에너지 준위 변화가 생겨서 전자의 이동도가 정공보다 최대 10배가량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간단한 열처리로 양극성 고분자 반도체에서 주된 전하 운반체의 극성(主極性: 주극성)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양극성 고분자의 전하 이동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오준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나의 고분자 반도체를 이용하여 p형과 n형 반도체 특성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간단한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며, “현재 고성능 양극성 고분자를 개발 중에 있으며, 이러한 기술은 향후 더욱 저렴하면서도 가볍고 유연한 전자기기 제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기전자회로를 이용하는 휴대폰, 컴퓨터와 같은 정보통신기기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전자제품 소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