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인 김태희 양은 쉬는 시간에 더위를 달래고자 탄산음료를 마신다. 점심 식사 후에는 졸음을 막기 위해 캔 커피를 마시고, 방과 후 학원에서는 밀려오는 잠을 참기 위해 에너지음료를 마신다.
대개 이들 음료에는 카페인이 다량 함유돼있지만 김 양은 자신도 모른 사이 중, 고교생 허용한계치(체중 50kg 기준, 청소년 카페인 일일섭취제한량 125mg)를 넘는 카페인을 섭취하고 말았다.
이처럼 카페인을 장기간 과다 복용할 경우 심각한 중독으로 이어지고 불면증, 심장박동 이상, 발작 등과 같은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칼슘 섭취를 방해해 뼈 성장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은 어린이, 임산부 혹은 카페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치명적이다.
커피, 차, 탄산음료 등 다양한 음료의 카페인 농도를 신호등의 색깔 구별하듯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싱가포르 국립대학(NUS) 장영태 교수와 UNIST(총장 조무제) 조윤경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Scientific Reports 7월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논문명 : Make Caffeine Visible: a Fluorescent Caffeine “Traffic Light” Detector
NUS 장영태 교수팀은 카페인과 결합되면 형광신호가 250배 이상 증가하는 형광염료를 개발했다. 이 형광염료를 카페인 음료에 섞은 후 초록색 레이저 포인터를 쏘았을 경우, 음료의 카페인 농도가 낮으면 레이져 색이 초록색 그대로 보이지만 카페인의 농도가 높으면 레이져 색이 초록색이 아니라 오렌지색을 띄게 된다.
장영태 교수는 카페인 형광신호가 오렌지색을 띄는 점에 착안하여 이 형광염료를 ‘카페인오렌지’라 이름 지었다. 장 교수는 “‘카페인오렌지’를 사용하면 간단한 과정을 통해 눈으로도 카페인 농도의 식별이 가능하다”고 연구 의의를 말했다.
하지만 커피 등과 같은 음료에는 카페인 외에도 타르(tar), 유분(milk) 등과 같은 많은 성분들이 포함돼 카페인 형광신호 검출이 쉽지 않았다. 이 문제는 UNIST 조윤경 교수(나노생명화학공학부) 연구팀이 랩온어칩 기술 기반의 랩온어디스크(Lab-on-a-Disc)를 활용해 카페인 추출 및 검출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해결했다.
랩온어디스크는 회전 가능한 디스크형의 장치로 별도의 펌프 없이 회전을 통한 원심력만을 이용해 액체를 정확하고 미세하게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조 교수팀은 카페인을 흡착하는 미세한 입자 ‘C4 칼럼’과 음료를 랩온어디스크에 넣고, 회전을 가하여 음료에 함유된 카페인을 추출한 후 ‘카페인오렌지’와 섞어 카페인 농도를 측정하였다.
조 교수는 “랩온어디스크를 활용하여 커피나 탄산음료와 같은 음료수로부터 카페인을 분리하는 과정을 인체에 무해한 수용액을 이용해 수행하였고, 카페인오렌지를 활용해 카페인 농도를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다”고 본 연구의 장점을 말했다. 조윤경 교수의 랩온어칩 관련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WCU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카페인 과잉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향후 카페인 이외에도 다양한 물질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센서를 개발하고 랩온어칩 기술과 접목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