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문학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두 사람은 같은 시대에 같은 나라에 살았지만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만큼 작품세계도 스타일이 다르다. 그런데 두 사람을 함께 살펴본 연구서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이 작업을 진행한 사람은 바로 UNIST 기초과정부의 윤새라 교수다.
윤새라 교수가 최근 펴낸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장편소설 속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책이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EBS에서는 신설된 기획특강 프로그램인 <지식의 기쁨>에서 ‘러시아문학’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에 윤 교수를 연사로 섭외한 상태다. 촬영은 4월 말에 진행되며, 해당 프로그램은 5월 중에 방영될 예정이다.
지난 9일(화)에는 교보문고 울산점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저자특강도 열렸다. 특강은 ‘울산제일일보’에 “도스토옙스키·톨스토이 매력은 깊이감·광대함”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날 강의에서 윤 교수는 “두 작가를 제대로 알려면 이들의 장편소설을 꼭 읽어봐야 한다”고 추천하며 “많은 경험을 해보지 못한 20대는 강렬한 이야기의 도스토옙스키,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된 30~40대은 톨스토이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죄와 벌>의 작가인 도스토옙스키(1821~1881)와 <안나 카레니나>를 쓴 톨스토이(1828~1910)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학가다. 그만큼 이들에 대한 책들을 수없이 나왔는데, 두 사람을 함께 다룬 연구는 드물었다. 윤 교수의 책은 바로 이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윤 교수는 ‘울산제일일보’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넓다고 해도 일류 작가들이 활동하는 문단은 좁다”며 “두 작가의 지인은 대개 다 친분이 있었고, 작가의 아내끼리도 만난 적이 있으나 정작 둘은 서로 대면한 적이 없음이 이채로웠다”고 이 연구를 시작한 배경으로 소개했다.
이 책에서는 ‘시공간’, 그리고 ‘주인공의 활용’이라는 기준으로 두 작가의 세계를 살핀다. 도스토옙스키는 응축된 공간을 점차 확장하는 반면, 톨스토이는 광대하게 시작해 점차 수축하는 형태를 보인다.
작품 속에 드러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한 점도 눈에 띈다. <전쟁과 평화(톨스토이 作>)>와 <죄와 벌>를 비교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두 작품은 모두 나폴레옹을 다루지만, 톨스토이는 영웅주의에 대한 비관론을 보이고 도스토옙스키는 우상과 초인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작가는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극적으로 대비되는 세계관과 서술 양상을 보인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두 문호의 주요 장편소설을 단순 비교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관점, 즉 두 작가의 장편소설이 반대하는 궤적을 그리며 진화하는 관점에 의거해 장편들을 시기에 따라 짝지어 비교했다”며 “이제까지 학계에서 행해진 적 없는 고찰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서 작업은 2013년 여름부터 시작돼 5년 넘는 시간이 들어갔다.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책을 낸 윤 교수는 저자 특강에서 ‘일반 대중과 소통하고 싶고, 그만큼 책이 많이 읽혔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다음 책은 다른 관점에서 두 작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윤 교수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3개월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울산에서 성장해 울산과 인연이 깊다. 그녀는 제대로 인문학 공부에 매진하며, 지역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러 활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울산제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