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5년, UNIST가 큰일을 냈다. 전 세계 인재들이 참가하는 세계 슈퍼컴퓨팅 대회에 국내 최초로 UNIST 학부팀이 본선에 진출한 것이다. 본선에 진출한 팀은 전 세계에서 단 11개. MIT, 중국과기대, 상하이자오퉁대학(SJTU) 등 면면도 화려하다.
*슈퍼 컴퓨팅(SUPER COMPUTING)
초대형, 초고속 컴퓨터로 1초에 1조가 넘는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주로 일기예보나 항공공학, 원자력분야 등 복잡하고 방대한 계산에 사용된다. UNIST는 지난 2010년 UNIST Supercomputing Center를 설립, 슈퍼컴퓨팅 전문인력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며, 2011년 국가슈퍼컴퓨팅공동활용체계(PLSI) 선도거점센터로 선정되었다
맛있는 슈퍼컴퓨팅
세계 슈퍼컴퓨팅경진대회는 전 세계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6월과 11월, 유럽과 미국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6월 21일부터 4박 5일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의 정식 명칭은 International Supercomputing Conference(ISC) Student Cluster Competition. 국내 최초로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김태훈, 곽재원, 유인완, 비센테, 김민규, 김승회 학부생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다른 슈퍼컴퓨팅 대회를 준비하던 중 지도교수님인 남범석 교수님께서 ISC에 참가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얘기하셨습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예선에 참가했었는데,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다들 소리 지르며 좋아했었죠.”_인완
아직 슈퍼컴퓨팅에 대한 인식조차 미비한 우리나라가 세계 대회에 진출했다는 것은 UNIST 슈퍼컴퓨팅 수준이 빠른 시간에 급성장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중국대회로 워밍업
이들은 세계 대회에 앞서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ASC(Asian Super computing Conference)에 두 번째로 참가했다.
“명칭은 아시안 대회이지만, 실제로는 아시아를 비롯해 러시아, 브라질 등 세계 16개팀이 참가했습니다. 특히, 대회가 열린 중산대는 슈퍼컴퓨팅 성능 세계 1위의 컴퓨터를 갖추고 있는 곳으로, 이곳의 슈퍼컴퓨팅 장비를 직접 사용해 봤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경험이었습니다.”_승회
서버에 문제가 생겨 슈퍼컴퓨터를 새로 조립하는 등 대회 중간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대회 관계자들의 성원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문제가 있는 서버를 바닥에 내려놓고 조립하고 있는데, 중국 자원봉사자 여학생이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저희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반했대요.”_민규
이번 ASC에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얻은 것이 있었다.
“저희들은 그동안 프로그램 최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이에 못지않게 서버 세팅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_비센테
보고, 배우고, 성장할 것
ISC 대회를 위해 출발하는 지금.이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매일 밤을 새며, 처음 출전하는 세계 대회에 만전을 기했기에 우수 인재들과 겨룰 시간들이 기대된다.
“열심히 준비 했지만, 막상 대회가 다가오니 긴장됩니다. 첫 술에 배부르기 보다는 준비한 것들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을 대표해 국내 최초로 본선에 진출한 만큼 자부심을 갖고 임할 것입니다. 더불어, UNIST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오겠습니다.”_태훈
“슈퍼컴퓨팅은 경험이 아주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아직 따라가는 입장으로, 이번 대회에서 당장 어떤 성과를 낼 수 없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세계 대회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잘 전달하여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_재원
UNIST에 슈퍼컴퓨팅센터가 설립됐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 슈퍼컴퓨팅은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불과 5년 만에 이들은 슈퍼컴퓨팅 변방국에서 중심국으로 세계 무대에 서고 있다. 학교의 슬로건인 ‘FIRST IN CHANGE’를 앞서 실천하고 있는 이들. ‘최초’를 향한 이들의 땀과 노력이 미래를 빛낼 거름이 되고 있다.
글을 맺으며…
지난 2012년 가을. 국내슈퍼컴퓨팅 대회 우승자 취재를 위해 곽재원 학생과 남범석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남범석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학생들이 세계 슈퍼컴퓨팅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소원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년이 채 되지 않아 그 소원은 현실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