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림 택시’에 탑승하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학생회장 배웅재입니다. 목적지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13일 정오 UNIST 미디어타워 앞에 하늘색 박스 카 한 대가 서 있었다. 1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자 캠퍼스 커플이 자동차 문을 두드렸다. 배웅재 학생회장은 이들을 반갑게 맞으며 ‘온누림 택시’의 마지막 날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누림 택시는 UNIST 총학생회가 11월 6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 택시 서비스다. 구글 문서를 통해 언제 어디로 가길 원하는지 써놓으면 총학생회 임원이 운전기사가 돼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방식이다. 오가는 길에서 지난 1년간 학생회 활동에 대한 의견도 듣고, 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레 주고받았다. 케이블 방송에서 나오던 ‘현장토크쇼 TAXI’의 UNIST 버전인 셈이다.
배웅재 학생회장은 “총학생회의 1년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학생들이 온누림 학생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자 이런 서비스를 마련했다”며 “일주일간 60여 명의 학생이 탑승해 다양한 의견을 전해줬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공약 이행사항 점검… “복지에 최선 다하는 학생회될 것”
온누림 택시에서는 주로 총학생회 활동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탑승 신청을 받을 때부터 총학생회 공약 20개 중 하나를 고르게 하고, 운전도 총학생회 임원이 나서 상세한 설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소통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배 회장은 “여러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봐야 더 발전할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학생회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 날 온누림 택시에 탑승한 김범섭 기초과정부 학생과 이아영 기초과정부 학생은 ‘프린터 확충’과 가을축제인 ‘청춘이夜’, ‘보컬트레이닝실’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이아영 학생은 “학교에 프린터가 많아져서 여러모로 편리해졌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에 배웅재 회장은 “앞으로도 복지 측면에서 더 많이 고민하는 학생회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범섭 학생은 “1학년이라 대학 축제를 처음 참여하게 됐는데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즐길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며 “총학생회가 열심히 하고 있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보컬트레이닝실은 총학생회가 학생회관에 마련한 일종의 ‘1인 노래방’이다. 학교 주변에 노래방 등의 오락시설이 적다는 점을 고려해 학생들이 학내에서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꾸민 것이다.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이라면 미리 신청해 30분부터 2시간까지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김범섭 학생은 “보컬트레이닝실을 스피커에서 헤드폰으로 바꾼 건 잘 할 선택인 것 같다”며 “수업이 빈 시간 등에 찾아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통해 많은 걸 멋지게 배웠다”
울산시 삼산동에 탑승객을 내려준 배웅재 회장은 다음 탑승객을 맞으러 다시 UNIST 미디어타워로 향했다. 60여 명의 탑승객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람을 묻자 한 사람을 떠올렸다. 최근 페이스북에 마련된 ‘유니스트 대나무숲’에 총학생회를 비판한 사람이다.
배 회장은 “익명으로 운영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총학생회를 강하게 비판한 사람이 있었는데, 온누림 택시에 탑승해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며 “우리의 활동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직접 표현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배웅재 회장은 올해 12월 31일로 총학생회 회장 임기가 마무리된다. 2학년 때부터 3년간 총학생회 일원으로 활약해온 그는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열정을 쏟아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많은 걸 멋지게 배웠고 다음 학생회는 한층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온누림 택시’는 UNIST에 카세어링 업체인 ‘쏘카(socar)’가 들어오면서 가능해졌다. 쏘카는 자동차를 빌려 탈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카세어링 서비스다. 현재 UNIST 교수아파트에 3대, 기숙사에 1대의 쏘카가 들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