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얻고, 물만 배출시키는 연료전지는 미래 청정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연료전지를 작동시키기 위해 순수한 수소를 얻는 과정이 조금 까다롭다. 지금까지는 연료전지 앞에 연료 개질기(Fuel Reformer)라는 장치를 달아 순수한 수소를 얻었다. 만약 탄소나 황 등의 다른 원소가 많아지면 연료전지가 작동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UNIST 연구진이 개질기 없이도 천연가스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연료전지 연료극 소재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전극 소재가 현장에 적용된다면 연료전지 상용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건태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와 신지영 동의대 교수, 존 어바인 영국 세인트앤드류스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천연가스나 LPG 등 기존 탄화수소 계열의 연료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이하 SOFC)용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
새로 개발된 연료극 소재로 만든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로 성능을 시험한 결과, 850℃에서 1.3W/㎠의 높은 출력을 보였다. 또 700℃에서 500시간 동안 전압이나 전류의 강하가 전혀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수소가 아닌 탄화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의 안정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IF:36.425)’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상용화에 추진력 불어넣어
SOFC는 수소나 탄화수소 등의 연료를 공기와 반응시켜 전기와 물을 발생시키는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데다 연료전지 가동시 나오는 열까지 활용할 수 있어 발전 효율이 90% 이상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낮출 수 있어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는 휘발유보다 2.75배 많은 에너지(수소 1g 당 122KJ)를 생산한다. 또한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면서 배출되는 물질은 물뿐이므로 온실가스를 만들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수소를 얻는 과정이 조금 까다롭다.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물질(탄화수소 계열)에서 수소만 분리해 써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소 자체의 가격이 비싸고 저장도 어렵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이는 연료전지 시스템의 전체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추가 비용도 발생시킨다.
김건태 교수는 “수소가 가진 이러한 약점은 연료전지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셰일가스를 비롯해 천연가스, 메탄(CH4), 프로판(C3H8), 부탄가스(C4H10) 등의 탄화수소를 직접 연료전지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가 열쇠… 탄소 침전이나 황 피독 없어
김건태 교수팀은 이중층 구조의 페로브스카이트(double perovskite) 물질을 개발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이중충 구조의 페로브스카이트는 페로브스카이트에 프라세오디뮴(Pr)과 베륨(Ba)을 서로 교차하게 만든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탄화수소를 연료전지에 직접 사용하면 연료에 포함된 탄소(C)가 전극 표면에 쌓이거나 황(S)의 불순물이 연료전지를 손상시키는 현상이 나타난다. 연료전지의 성능이나 안정성이 크게 감소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이중층 구조의 페로브스카이트는 연료전지의 성능이 줄어들지 않으면서도 장시간 작동해도 안정적이었다.
김 교수는 “700℃에서 프로판을 연료로 사용하였을 때 탄소 침적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으며 500시간 이상 연료전지를 작동해도 성능이 일정하게 유지됐다”며 “고효율을 나타내면서 5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점에서 연료전지 상용화를 선도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탄화수소 연료를 사용해 높은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전극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국내외 연료전지 실용화와 산업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연료전지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스택’의 가격은 원가의 40%를 차지하는데 저렴하고 안정한 전극 재료로 원가 절감이 가능해진 만큼 약 5000억 원의 가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세계 연료전지 시장은 1조 80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85%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성(United States Department of Energy, DOE)도 2020년경 세계 연료전지 시장 규모가 400억 달러(44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64억 달러(7조 4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교육부(장관 황우여)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정민근)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일반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