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의 과기원 전환이 확정된 후, 굵직한 연구 성과가 연이어 언론에 공개됐다. 공교롭게도 공개된 연구성과 3건 모두 세계 3대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
첫 번째 연구성과는 김태성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팀에서 진행한 나노 단위 균열(crack)을 통해 세밀한 무늬를 그릴 수 있는 기술이다.
김 교수팀은 반도체 등에 미세패턴을 그리는 공정에서 생기는 초미세 균열을 인위적으로 생성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10일 정도 걸려야 완성되던 나노 패턴을 30분 만에 만들 수 있다. 균열의 길이와 두께 등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나노 기술 보급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100원짜리 동전 면적에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새긴 복잡한 마이크로-나노 무늬를 선보여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두 번째는 꿈의 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을 능가하는 새로운 2차원 구조체(C2N-h2D crystal)를 합성한 백종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의 연구성과다.
현존하는 물질 가운데 열과 전기가 가장 잘 통하는 그래핀은 기존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을 대체할 물질로 각광받아왔다. 하지만 전기적 신호에 따라 전류의 흐름을 통제하는 ‘띠 간격(band gap)’이 없어 반도체로 응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백 교수는 그래핀과 달리 구멍이 규칙적으로 존재하며, 탄소와 질소가 일정한 비율로 존재하는 새로운 2차원 구조체(C2N-h2D crystal)를 합성했다. 이 구조체는 전류의 흐름을 통제하는 ‘띠 간격(Band Gap)’을 가진 것은 물론이고, 지난 40년간 최적화 시켜온 실리콘 반도체의 전기적 반응속도보다 100배 빠르다.
마지막은 김경택 자연과학부 교수의 ‘3차원 다공구조 고분자 분리막’ 제조법이다.
김 교수가 개발한 ‘습기 확산 자기조립법’은 다른 공정 없이 고분자 용액을 습한 공기에 노출시켜 용액 내 습기를 확산시키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장마철 실험실에서 우연히 엎질러진 블록공중합체가 공기 중 물과 반응해 스스로 다공성 고분자 분리막을 형성한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이같은 기술을 개발했다.
성질이 다른 두 고분자를 하나의 분자로 합성한 ‘블록 공중합체’는 물과 섞이면 스스로 ‘3차원 다공 구조’를 형성한다. 김 교수는 물 대신 습기를 이용한 ‘습기 확산 자기조립법’을 통해 ‘3차원 다공구조 고분자 분리막’을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김 교수의 이번 개발은 간편한 제작 공정뿐만 아니라 분리나 여과에 유리한 대면적의 평면 형태로도 제작이 가능해 주목받았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고분자 분리막’은 신체의 체온을 전기로 변환하는 새로운 열전소자의 합성에 이용될 수 있고, 의료용 투석막, 새로운 광촉매 개발 등에도 응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UNIST는 세계를 놀라게 하는 혁신적 연구성과를 꾸준히 창출해 ‘기적’ 같은 성장과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하반기 과학기술원으로 전환되면 이러한 UNIST의 연구역량이 더욱 강화돼 머지않아 ‘세계 TOP 10 연구중심대학’으로 비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