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는 곳곳에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며 봄의 기운이 생생한데, 하늘을 올려다 보면 뿌연 날이 많아 즐거운 기분이 슬그머니 사라진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대체 저 먼지는 무엇일까? 황사? 미세먼지? 어디에서 날라 왔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요즘 일기예보를 보면 날씨는 화창하겠지만 미세먼지를 조심하라고 하니 달리 방법이 없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대기 중 미세먼지는 자연적으로, 또는 인위적으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긴다. 봄철에 주로 발생하는 황사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일종으로 아시아 대륙 내부의 건조한 사막 지역에서 서풍을 타고 한반도를 지나 멀리 북미 대륙까지 이동한다. 황사의 성분을 분석하면 흔히 모래나 황토에서 나오는 규소와 알루미늄, 철 등의 광물 성분이 나온다. 반면, 공장이나 자동차 등의 화석연료 연소에서 발생하는 인위적인 미세먼지에서는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성분이 주로 검출된다.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미세먼지는 지름 10㎛ 이하의 작은 크기로 대기 중에 에어로솔 상태로 부유하다가 인체에 흡입되어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을 야기한다. 특히 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의 치명적 유해성이 최근 들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울산 시민들이 갖는 대기 환경에 대한 관심은 남달리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과연 이를 충족시킬 만큼 정보의 양이 충분한 지, 정보 접근이 용이한 지는 의문이다. 지난 주말의 황사 사례만 보아도, 일반 시민들은 현재 대기환경 상태를 알려주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이것이 황사 먼지인지, 아니면 주변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인지 알기가 어렵다. 국가 산업단지가 즐비한 산업 수도이며 인구 규모 6대 대도시이지만,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운영하는 관내의 지역대기 측정망 15개소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기에는 태부족이며, 남구와 중구 등 일부 도심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울산은 서고동저의 지형과 태화강, 동해 등으로 다양한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어서 대기의 순환 형태가 해륙풍, 산곡풍, 도심풍 등으로 복잡 다양하다. 아울러 제조업, 화학산업, 농축산업과 자동차, 선박 등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대기 오염원들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편중된 관측망 만으로는 미세먼지의 발생과 이동경로 등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울산의 미세먼지 농도 증가를 유발하는 지배적인 원인을 특정하여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현재의 지역대기 측정망은 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에 대한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국민들의 미세먼지와 대기환경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울산권역에 지역대기 측정망을 더 확장해야 하며, 초미세먼지 측정소 또한 증가시켜야 한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첨단 관측장비를 구비한 권역별 대기오염집중측정소를 2007년부터 순차적으로 설립, 대기오염 감시체계를 선진화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2013년에는 전국에서 6번째로 울산 성안동에 영남권 대기오염집중측정소를 개소해 올 1월부터 공식적인 대기환경 감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에 설립된 집중측정소들이 백령도, 수도권 (서울), 남부권(광주), 중부권(대전), 제주권 등 국토의 서부에 위치하여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파악하기 용이했으나, 출구 쪽으로 장거리 수송되어 나가는 미세먼지의 이동 경향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울산~부산~창원의 국가 대단위 산업시설들을 잇는 동남권역에서의 미세먼지 발생과 기타 대기환경 변화에 대한 상세한 측정정보가 없었다. 이제 영남권 측정소가 본격적으로 운영되어, 정밀한 관측자료를 산출할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해외 환경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환경 정보에 대한 공개가 소극적인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높아 자칫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을 수행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적지 않은 국가적 예산을 투입하여 얻어낸 귀한 정보를 이런 저런 이유로 대중에게 서비스하지 않는다면, 국가적인 이슈를 축소시키고 전반적으로 지역의 대기환경의 개선도가 저하될 수 있다.
울산의 집중측정소는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중금속 등 유해대기오염 물질을 20여종의 첨단 관측 장비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측정 감시할 수 있다. 담당부처에서는 얻어진 대기환경 정보들을 유관 연구기관 및 학계가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적극적인 연구 협력을 통하여 권역내 미세먼지 변화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저감할 수 있는 정책을 도출하는 데 공동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를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3월 25일 경상일보 18면에 ‘황사·미세먼지 정보 공유 통해 적극적 저감대책 마련해야’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