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을 받아 전기를 만드는 ‘태양전지’가 거꾸로 ‘빛(LED)’을 내는 일이 가능해진다. 효율을 높이면서 발전(發電)과 발광(發光)이 모두 가능한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광전소자’ 제조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낮에는 전기를 만들고 밤에는 전광판으로 쓸 수 있는 태양전지 만들 수 있다.
UNIST(총장 조무제) 신소재공학부의 송명훈․최경진 교수와 울산대 물리학과 조신욱 교수 공동 연구진은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소자’ 제조 기술을 개발해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irials)’ 5월 5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했다. 이 논문은 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돼 다음 달 출판될 저널을 장식할 예정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원소들이 모여 만드는 결정 구조의 일종이다. 원소 조합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살릴 수 있어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유기물과 무기물을 혼합해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소자는 차세대 광전소자로 각광받는다. 태양전지뿐 아니라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발광소자로도 적용 가능해서다. 또 값싼 무기물과 유기물을 활용해 생산단가가 낮은데다 용액으로 만들어 넓은 면적으로도 제작 가능한 장점도 있다.
하지만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소자는 안정성에 비해 효율성이 낮았다. 금․은 등의 금속을 전극으로 활용해 안정적이지만, 전극 사이에 존재하는 에너지 장벽 때문에 전자가 쉽게 이동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소자에 들어가는 물질은 용액공정으로 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결함이 많이 생긴다. 참고로 음극과 양극 사이에는 이산화티타늄(TiO₂)과 페로브스카이트, 정공 전도성 고분자 등의 물질이 들어간다.
연구진은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전자 주입․수송층)에 ‘극성용매’ 처리를 해 전자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극성용매는 분자 내부에 전기적 성격을 띠는 입자를 고정적으로 가진 액체를 말한다. 이 액체 속 전하들이 이 소자를 이루는 각 물질의 결함을 보완해줘 전자 흐름을 돕도록 한 것이다.
송 교수팀은 극성용매로 ‘에탄올아민’을 선택해 이산화티타늄 위에 떨어뜨린 뒤 회전시켜 코팅했다. 그 결과 이산화티타늄의 결함이 보완됐고 에너지 장벽이 줄어 전자 흐름이 좋아졌다. 발광소자로 활용할 때 휘도(luminance, 빛의 단위 면적당 밝기 정도)는 기존보다 5배 향상됐고, 태양전지 효율도 기존보다 30% 향상된 16.3%을 기록했다.
이번 연구는 값비싼 합성물질이 아니라 에탄올이나 메탄올처럼 흔히 사용되는 극성용매 처리로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소자의 효율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형태에 따른 발광 모습 차이를 광학현미경으로 실시간 분석한 것도 세계 최초로 시도된 일이다. 또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태양전지뿐 아니라 LED처럼 빛이 나는 소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제1저자로 이번 연구를 진행한 유재철 UNIST 신소재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에탄올아민 같은 극성용매로 처리한 이산화티타늄 위에서만 균일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이 만들어졌고,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소자의 효율도 향상됐다”며 “하나의 소자로 전기를 만들거나 빛을 내는 것도 가능하게 되어 쓰임새가 다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명훈 교수는 “극성용매 처리라는 간단한 공정을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소자의 효율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가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소자 상용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교수는 유기물 태양전지에도 극성용매 처리를 시도해 발전효율을 높이는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결과 역시 같은 저널에 5월 7일자 온라인 판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