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원전해체용 로봇 연구 최적지다. 원전이 있고 산업용 로봇도 활발히 쓰인다. UNIST의 첨단 기술을 더하면 원전해체용 로봇 기술의 세계적 메카가 될 수 있다.”
염영일 UNIST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명예교수가 15일 UNIST 본관 4층 경동홀에서 개최된 ‘UNIST 원전해체 융합기술 국제 워크숍’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그는 최근 각광받는 ‘원전해체를 위한 로봇’이라는 주제로 현존하는 로봇 기술을 원전 해체에 활용할 방법을 소개했다.
다 쓴 원전을 해체하는 핵심 기술은 크게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제염’과 원자로 시설을 분해하는 ‘절단’, 해체 방사성폐기물을 다루는 ‘방사성폐기물 처리’, 해체 후 환경을 깨끗이 유지하는 ‘환경 복원’으로 나뉜다. 이 중 절단은 방사선 피폭 위험 때문에 반드시 로봇을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 활용할 로봇은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원격으로 정밀하게 조종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원전해체용 로봇은 개발되지 않았다.
염 교수는 “원전해체에 쓰이는 로봇은 방사선 등 열악한 환경에서 견뎌야 하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경험이 미진한 분야”라며 “현존하는 다양한 로봇 기술을 원전해체용 로봇에 응용하면서 관련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울산은 로봇 환경이 상당히 좋은 편이므로 지자체와 UNIST 같은 대학이 힘을 모으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기술력도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날 워크숍에는 원전해체 경험과 관련 기술 연구력을 보유한 미국과 독일의 유명 연구진과 국내 전문가도 참석했다. 이들은 제염, 절단, 로봇 제어, 방사성폐기물처리, 환경 복원 등 다양한 주제로 발표하며 관련 정보를 나눴다. 16일에는 경북 경주시에 있는 월성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현장 시설을 둘러봤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김희령 UNIST 원전해체융합기술연구센터 교수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국내 원전해체를 대비한 다양한 분야에 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었다”며 “특히 해외 연구진에게 원전해체용 원격 로봇 연구를 위한 울산의 인프라를 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울산시도 ‘울산원전해체기술연구협회’를 출범하고 ‘원전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 구축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관련 분야에 적극적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이태성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원전 분야의 산업과 인적 기반이 잘 어우러져 융복합을 이루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앞으로도 세계적인 기술을 공유하고 국제협력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주군에서는 이미 33,000㎡의 원전해체종합연구센터 부지를 확보하는 등 울산의 원전해체기술 개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신장열 울주군수는 “원전이 가장 많이 있는 울산이 원전해체기술 개발의 최적지로서 관련 기술을 구축하고 실증하여 원전해체 융합기술 연구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무영 UNIST 연구부총장은 “UNIST는 원전해체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은 물론, 최첨단 기술 역량을 가진 원전해체융합기술연구센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원전해체에 필요한 핵심 요소기술을 개발해 산업체로 기술을 전수하면서 원전해체 융합기술의 글로벌 허브를 구축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퍼시픽 노스트웨스트 국립연구소(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 PNNL)의 레디 피터슨(Reid Peterson) 팀장은 환경 복원 분야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 주 핸포드(Hanford) 원전 부지의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해 PNNL에서 기술적 토대를 제공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밖에도 에릭 핸슨(Eric Hanson) PNNL 연구원은 오염된 핫셀(Hot Cells) 정화 및 제염 사례를 소개했고, 김창락 한전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해체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관리, 처분 및 비용 등에 관해 발표했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세계 노후 원전의 폐로 현황과 한국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병규 울산대 교수는 해체 후 방사성 핵종으로부터 환경을 복원하기 위한 나노 기술을 소개했고, 정철우 부경대 교수는 해체 방사성 폐기물의 고정화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또 세계적으로 원전 해체에 앞장서고 있는 독일의 아헨 원자력교육연구소(Aachen Institute for Nuclear Traing GmbH)의 안드레아 하베니스(Andreas Havenith) 연구원은 ‘독일의 원전해체 규제 과정’을 설명했다.
현재 해체 대상 원자로는 세계적으로 약 120기이며, 원전해체 시장은 IAEA 추산 2030년 500조 원, 2050년 1,000조 원 규모다. 이번 행사는 앞으로 원전해체에 적용될 기술에 관한 정보를 교류하고, 국제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