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화학산업을 이끌 ‘슈퍼 미생물’이 등장했다. 이 미생물을 이용하면 각종 바이오화학물질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석유화학산업을 대체할 바이오화학산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성국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섬유소계 바이오매스를 효과적으로 발효시키는 슈퍼 미생물’ 제작 기술을 개발해 ‘메타볼릭 엔지니어링(Metabolic Engineering)’ 7월호에 게재했다. 이 기술은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성국 교수는 “식량으로 쓰이지 않는 볏짚 등 섬유소계 바이오매스는 최근 바이오화학물질의 원료로 주목받지만 발효 효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에 제작한 미생물은 섬유소계 바이오매스에서 나온 여러 종의 단당류를 동시에 처리해 발효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대장균의 유전자 발현 시스템 조절이다. 대장균의 유전자는 포도당처럼 쉽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탄수화물부터 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이 때문에 다른 당류의 처리 속도가 늦어 발효 효율이 낮았다.
연구팀은 대장균이 단당류를 소화할 때 쓰는 유전자 발현을 담당하는 부분을 교체했다. 대장균이 당류를 가리지 않고 발효시키도록 조절한 것이다. 또 유전자를 교체한 뒤에는 진화적 적응 방법으로 발효 효율이 좋은 대장균만 골라내 번식시키면서 생물체의 안정화도 꾀했다.
이 교수는 “기존에는 미생물의 유전자 중 하나인 ptsG를 파괴하는 방법을 써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방법에서는 유전자의 다른 기능은 그대로 두면서 다양한 당(糖)을 동시에 발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 제작한 미생물은 일반 대장균보다 5배나 많은 자일리톨(xylitol)을 생산했다. 팜유 부산물에 있는 포도당뿐 아니라 자일로오스(xylose)당까지 동시에 처리한 덕분이다. 반면 일반적인 대장균은 포도당부터 처리하느라 자일리톨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유영신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연구원은 “섬유소계 바이오매스를 발효하는 ‘슈퍼 미생물’이 실험실 수준이 아닌 산업적으로도 활용되도록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성국 교수는 “대장균이 여러 당류를 처리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바꿈으로써 발효 효율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가 섬유소계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바이오석유화학산업을 상용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