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흑연’으로 불리는 질화붕소((hBN)에서 삼각형으로 구멍이 생기는 과정이 포착됐다. 두 원소가 결합된 이차원 재료에서 결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파악한 최초의 연구다. 이차원 재료는 흑연이나 그래핀처럼 얇은 막 구조로 이뤄진 물질을 말한다.
이종훈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홍석륜 세종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질화붕소에 전자빔을 쏘아 삼각형으로 결함이 생기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질화붕소는 질소(Nitride)와 붕소(Boron)가 결합된 물질로 흑연과 구조가 비슷해 ‘백색 흑연’으로도 불린다. 그래핀과 정반대로 전기 절연성이 뛰어나 부도체 소재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소자다.
이번 연구는 원자 한 층에서 결함이 생기는 과정까지 규명해 주목받았다. 연구진은 원자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TEM) 안에서 원자들을 추적해 결함 형성 장면을 얻었다. 이 내용이 담긴 논문은 영국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에서 발간하는 저널인 ‘나노스케일(Nanoscale)’ 6월 28일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또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내용을 계산물리학으로도 확증했다. 이를 통해 물리학과 재료과학의 융합수준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덕분에 ‘2015년 핫 페이퍼(hot paper)’로도 선정됐다.
질화붕소는 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 안에서도 원자 수준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소재였다. 이에 연구진은 질화붕소의 변화 과정을 연속 촬영해 원자 수준의 관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 UNIST에 설치한 저전압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이 활용됐다. 또 관찰 결과를 계산과학으로도 해석해 원자 하나의 움직임까지 추적할 수 있었다. 이차원 재료에서 원자가 손상되면서 구조에 구멍이 생기는 전체 과정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류경희 UNIST 신소재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차원 재료에서 결함이 생기면 원자가 떨어져 나갈 뿐 아니라 재결합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걸 알아냈다”며 “원자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원자가 함께 떨어져 나가며, 붕소와 질소 원자들이 단원자 사슬을 만들면서 떨어진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종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차원 재료에서 원자 수준에 결함이 생기는 과정을 밝히고 새로운 물리 현상을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는 앞으로 이차원 신소재 개발에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지원하는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총괄책임자: 세종대 그래핀연구소장 홍석륜 교수)의 제1세부 과제(책임자: KAIST 최성률 교수)의 일환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