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50%를 전공 분야에 쏟는다면 25%는 인문학에, 나머지 25%는 다른 전공에 투자하세요. 21세기 과학도는 다양한 분야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명경재 교수가 미래 과학도를 위해 조언했다. 22일 열린 ‘인문학 페스티벌 2015’ 개막 특강에서다. 그는 전국의 우수 과학인재를 대상으로 25%의 열정은 인문학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융합연구가 중요한 만큼 다른 분야와 소통할 수 있는 인재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명 교수는 분자생물학 분야 석학으로 작년 12월 UNIST 생명과학부 특훈교수로 임용됐다. 현재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을 이끌며 인체의 DNA 복구 과정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모든 분야에 대해서 정통할 수는 없지만 다른 분야도 알아야 대화할 수 있고 함께 연구할 수 있다”며 “특히 인문학은 과학자, 공학자, 의사 등으로 진로를 생각하는 자연계 학생에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과학자나 공학자, 의사 등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전문지식만 풍부하고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거나 윤리성이 결여된다면 자칫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프랑켄슈타인이나 해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문학이 과학기술 분야 연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도 한다. 명 단장은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MIT 출신 의사와 사업가, 공학자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MIT에서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고려해 학부 교육 과정의 25%를 인문학으로 채우도록 설계하는데 실제로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그는 “MIT 생물학과 출신 내과의사는 생물학이 의학의 기본이 됐지만, 자신을 진짜 의사로 만들어준 것은 문학이라고 했다”며 “MIT 공학계열 출신 사업가에게는 철학이나 역사가, 전기공학자가 된 졸업생에게는 경제학과 역사학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알려졌다”고 소개했다.
명 교수 역시 학창시절 즐겼던 역사학에서 연구에 필요한 끈기를 기를 수 있었다. 그는 “생물학 연구의 경우는 실험 결과가 나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며 “원래 성격이 급한 편인데 역사를 살피면서 어떤 결과를 얻으려면 준비를 하고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의 대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분자생물학에 빠져 다른 분야를 살피지 못한 게 아쉽다”며 “앞으로는 서로 다른 학문 분야끼리 교류하는 학제 간 연구가 더 많아지므로 21세기 과학도는 전공 이외의 분야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문학 페스티벌 2015는 22일부터 2박 3일간 UNIST 캠퍼스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동행’이라는 부제목 아래 5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교(UNIST, KAIST, POSTECH, GIST, DGIST)와 전국의 과학고 및 영재학교 학생 총 216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영화, 연극, 문학, 음악, 감성디자인, 매스커뮤니케이션 등 6개 분야 테마 활동 중 하나를 선택해 체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