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척수손상환자를 고치는 연구가 UNIST에서 시작된다. 다친 부위의 척수세포를 프린터로 찍어내 이식하는 방식이다. 척수세포를 만들 바이오 잉크는 환자의 피부세포에서 얻는다. 피부세포에서 직접 신경계 세포로 분화시킬 계획이라 면역 거부 반응이나 발암 가능성도 없다.
김정범 생명과학부 교수가 8월부터 ‘신경계 환자 맞춤형 조직 재건용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신규과제로 선정된 이번 연구에는 향후 5년간 65억 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 김정범 교수는 총괄책임자로 선정돼 연세대 의대, 부산대, 한국산업기술대 등과 공동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피부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직접 분화시키는 ‘직접교차 분화기법’을 이용한다. 이 방식은 모든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전분화능 상태’를 거치지 않아 발암 위험이 없다. 기존에 알려진 역분화 줄기세포(iPS)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암세포로 변하거나 기형종이 나타날 우려가 있었다.
김정범 교수는 “역분화 줄기세포의 발암 가능성을 배제한 기법으로 환자맞춤형 세포를 제작해 3D 프린터의 바이오 잉크로 활용할 것”이라며 “직접교차 분화기법을 이용한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프로젝트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앞선 기술”라고 밝혔다.
이번 계획에 포함된 3D 바이오 잉크는 피부세포에서 분화시킨 신경계 세포를 기반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 잉크는 신경계 세포와 이를 지지할 하이드로젤(hydrogel) 등의 물질이 섞인 상태가 된다. 3D 프린터로 이 잉크를 쌓아올리면 척수 등 생체조직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환자의 손상 부위에 꼭 맞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생체적합성을 판단할 기술도 함께 개발한다. 이 과정에 기계 및 광학, 전기 분야 기술도 동원되므로 다양한 분야가 연계된다.
김 교수는 “이번 과제를 통해 환자맞춤형 세포, 조직특이적인 바이오 잉크, 3D 바이오 프린터, 광학기반 검증시스템 등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환자맞춤형 세포를 이용한 생명, 기계, 전기, 광학 분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으며 치료 효율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과제의 목표는 환자맞춤형 세포 기반의 바이오 잉크로 만든 조직을 임상에 적용해 치료는 물론 안정성까지 높이는 것이다. 이는 척수손상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면 의료시장에 새 패러다임이 열릴 전망이다. 또 울산시에서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연구중심 산재모병원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이를 통해 지역 의료서비스의 품질도 향상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관측이다.
한편 3D 프린팅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2025년까지 매년 23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매킨지 보고서 2013). 또한 재생의학과 세포치료제 시장도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해 32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