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 UNIST 교수팀이 디자인한 ‘아프로뷰 S2(AproVIEW S2)’가 최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달 9일 열린 ‘2015 서울 오토살롱’ 전시회 참가 후 예약 상품이 조기 완판됐다. 지난 달 15일 공식 출시이후에도 소비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달 2일에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2015 스파크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입선하기도 했다. 올해 공모전에서 선정된 한국 제품은 정 교수팀의 아프로뷰 S2가 유일하다. 공모전 측은 “아프로뷰 S2는 운전자에게 직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모든 자동차와 조화로운 디자인을 갖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up Display, HUD)는 기존에 전투기에 사용하던 기술로 자동차 앞 유리창에 속도와 경로 안내 등 정보를 뿌려주는 장치다. 이 장치를 쓰면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보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돼 안전성이 강화된다.
아프로뷰 S2의 제조사인 에이치엘비(HLB)가 만든 제품은 기술적으로 뛰어나 주목받았다. 하지만 디자인 부분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정 교수팀은 이 제품이 다양한 자동차 실내 대시보드(dashboard) 위에 올려진다는 점을 고려해 ‘인테리어와의 조화’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정연우 교수는 “제품의 기능을 구현하려면 일정한 크기로 제작할 수밖에 없다”며 “공간을 차지하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시각적 조정 장치로 ‘빗금’을 활용하면서 기능적인 효과도 노렸다”고 설명했다.
아프로뷰 S2는 상자 형태에서 벗어나 곡선을 활용한 몸체로 제작됐다. 또 세로로 넣은 빗금이 착시를 유발해 부피가 실제보다 작게 보인다. 빗금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며 제품에서 나는 열을 식혀주는 기능적인 효과도 있다. 색상은 검정색을 유지했다. 대부분의 자동차 실내의 대시보드 윗면이 검정색이므로 조화를 이루기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프로뷰 S2는 설치형 HUD 최초로 ‘허상거리’를 구현하는 제품이다. 속도나 경로 정보 등을 멀리서 보이는 것처럼 자동차 앞 유리에 영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 덕분에 운전자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편안하게 주행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최근 자동차에는 편의사양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HUD는 안전에 관한 주행보조장치로 차츰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아프로뷰 S2의 새로운 디자인은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매기는 것뿐 아니라 운전자 안전성을 강화하는 생활을 촉진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수상은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가 학문 분야뿐 아니라 디자인실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계기”라며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역량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뿌듯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파크 국제 디자인 공모전은 미국 IDEA, 독일의 Red dot, 독일의 IF 등과 함께 세계적인 국제 디자인 공모전을 꼽힌다. ‘더 나은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생활을 촉진한다’는 목표로 창의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통을 추구하는 디자인 대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에이치엘비는 1985년 세워진 해양복합소재기업으로 울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 현재 조선 및 해양플랜트, 해양레저 부문, 바이오 및 전기계장 부문, 자동차 헤드업디스플레이 부문 등에 진출해 있다.
다음은 정연우 교수와 일문일답
Q1. 수상소감 부탁드린다.
A1.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결과물이 수상한 건 처음이라 더욱 기쁘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학생들의 디자인 실무역량을 높이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학생들의 자질이나 열의는 훌륭하지만 표현력과 디자인 실무 부분은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보람됐다. 학생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에서 받은 실제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 나온 첫 번째 국제 디자인 공모전 수상이라 의미도 남다르다. UNIST가 디자인 학문뿐 아니라 디자인 실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Q2. 아프로뷰 S2 디자인을 맡은 계기는?
A2. 에이치엘비(HLB)에서 HUD 디자인을 맡아달라는 의뢰가 왔다.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면 실무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산학협력 프로젝트 형태로 만들었다.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고 피드백을 줬다. 여러 형태를 만들고, 여러 자동차에 실제로 올려놓고 실험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과물이 나왔다.
Q3. 아프로뷰 S2 디자인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A3. 산업계에서 디자인을 수행하는 중요한 목적은 제품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기능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만들려고 했다. 이 제품은 구매욕을 가진 불특정 다수의 오너(owner)가 구입, 장착하는 형태다. 따라서 모든 자동차와 조화를 이뤄야 했다. 또한 자동차 내부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도 목표 중 하나였다.
기존 제품은 검정색 상자 형태라,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꽤 커다란 장치를 자동차 실내 앞쪽 위에 올려놓아야 하므로 이질감도 강했다. 따라서 모든 자동차 실내에 자연스럽게 배치될 수 있는 디자인에 중점을 뒀다.
제품에 세로로 들어간 빗금 구조는 착시를 일으켜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 얇은 핀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어 열을 식혀주는 방열판의 역할도 한다. 빗금으로 처리해 간결한 스트라이프 무늬를 만들어 크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기능적인 효과도 얻었다. 이런 전체적인 형태로 공기를 순환시키는 코어가 되도록 함으로써 자동차 실내에 쾌적함을 주도록 구현했다.
Q4.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나?
A4. 어려서부터 늘 되고 싶었던 꿈이었다. 남자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대표적으로 자동차나 로봇에 끌린다. 어렸을 때 저도 그랬는데, 그 취향이 성인이 돼서도 변하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크레파스를 손에 쥐어줬을 때 가장 먼저 그린 것도 자동차였다. 그만큼 자동차가 좋았다.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로 진학해서도 그 꿈은 계속됐다. 신입생 시절에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입학했다”라고 소개할 정도였다. 물론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에는 자동차 디자인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학교를 잘못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 디자이너를 향해 노력했고, GM에 입사해 꿈을 이뤘다.
GM 신입사원 시절 ‘쉐보레 크루즈’의 메인 디자이너가 됐다. 아이디어 스케치가 선택되자 아직 경력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전체 차량의 디자인을 맡겨줬다. 어떤 자동차가 내 손으로 만들어지는 경험은 정말 짜릿했다. 한 번 자동차 전체를 디자인하는 경험을 한 뒤로는 계속 비슷한 일을 맡았다. 벤틀리에서도 여러 미래모델들, 현대자동차에서도 신형 제네시스를 맡는 등 비슷했다.
Q5. UNIST를 택한 이유는?
A5. 원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일상에 만족감이 떨어졌다. 그러다 UNIST에서 특강을 다녀오게 됐는데, 학생들이 매우 우수하고 열정적이었다. 또 UNIST가 세운 비전에도 공감이 됐다. ‘Global Top 10 University by 2030’이라는 목표에 맞춰 디자인 실무 분야에서도 세계 10위권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UNIST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보람 있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디자인 학문 분야에 강했다. 그래서 디자인적으로 표현하는 방법과 실무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다행히 학생들이 잘 따라와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