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가 부폐한 사체를 먹고도 멀쩡한 비밀이 게놈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UNIST 박종화 교수와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박사가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세계 최대 맹금류인 ‘한국 독수리(Aegypius monachus)’의 게놈(유전체)을 세계 최초로 분석했다.
전 세계 독수리 류(Vulture)는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독수리는 야생동물과 가축의 사체를 먹기 때문에 생태계에서 사체로부터 발생하는 질병과 병원균 감염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공동 연구팀은 살아있는 한국 독수리 두 마리의 혈액 샘플로부터 게놈 정보를 분석해 면역과 위산 분비와 관련된 유전자가 특이적으로 진화한 것을 확인했다. 독수리는 이 특이한 유전자 진화로 인해 사체를 먹고도 감염질환에 걸리지 않는다.
독수리가 사체를 먹고도 감염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은 강력한 위장과 면역체계 발달에 따른 것이라 이미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게놈 전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특정 위산분비 및 면역체계 관련 유전자들에 의한 것임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한국 독수리가 유전적으로 미국 칠면조독수리와 6,000만년이나 떨어졌음을 규명해 유전 계통이 다른 독수리의 서식지가 매우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패한 사체를 먹는 공통 유전적 요소를 갖고 있는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를 입증했다.
박종화 UNIST 게놈연구소 소장은 “이번 연구는 야생동물 연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로병사에 중요한 면역, 감염 등을 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한다”며 “인간 질병 연구뿐 아니라 미래 신약개발 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어 산업화의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중앙과학관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게놈 분야의 세계적 전문 학술지인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온라인 판에 21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