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분자 하나로 다양한 알츠하이머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크기가 작아 합성하기 편한데다 질병의 여러 원인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어 강력한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UNIST 자연과학부의 임미희 교수와 제프리 데릭(Jeffrey Derrick) 석사과정 연구원은 ‘DMPD(N,N-dimethyl-p-phenylenediamine)’라는 이름의 아주 작은 분자가 알츠하이머 질환의 여러 병적 요소들에 한꺼번에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 질환의 여러 원인에 적용할 수 있는 ‘멀티타겟(Multi-targeting) 치료제’ 후보를 찾아낸 것이다.
알츠하이머 질환은 ‘치매’의 일종으로 알려진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이 질환을 일으키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아직 명확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화학도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임미희 교수팀은 이전 연구에서 DMPD가 포함된 저분자 화합물이 알츠하이머 질환 치료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화합물은 잘못 접힌 단백질 집합체의 작용을 통제해 알츠하이머 질환을 완화시켰다. 이번 연구에서는 DMPD만으로 알츠하이머 질환의 여러 원인 요소들을 억제할 수 있는지 살폈다.
임 교수는 “DMPD는 알츠하이머 질환의 원인 물질과 저분자 화합물이 결합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분자로 다양한 물질과도 연결고리가 많다”라며 “이번 연구에서는 이 분자 하나만으로 알츠하이머 질환의 원인 물질들을 억제할 수 있는지 살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질환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잘못 접힌 단백질(예, 아밀로이드-베타)’과 ‘금속’, ‘활성화 산화종’ 등에 DMPD가 작용해 그 기능을 억제한다는 걸 알아냈다. 특히 아밀로이드 베타는 금속이 결합하든 아니든 독성이 없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었다.
이 내용은 알츠하이머 질환에 걸린 쥐를 통해서도 검증됐다. 연구진은 실험 쥐에게 매일 DMPD(하루에 쥐 무게 1kg 당 1mg)를 한 달 동안 주사해 경과를 살폈다. 이 기간 동안 DMPD는 독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또 DMPD를 맞은 알츠하이머 쥐 모델에서 5일 동안 인지 및 학습 습득 테스트 과정에서 보통의 쥐와 같은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을 회복됐다.
임미희 교수는 “단일 분자로 알츠하이머 질환의 다양한 원인을 한꺼번에 잡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이라며 “멀티타겟이 가능한 저분자 화합물(Mini Molecule Multi-targeting Drug Candidate for Alzheimer’s Disease)은 신약 개발의 비용과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며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자 구조가 단순하면 합성하기 쉽고 신약으로 개발했을 때 경제성도 높아진다”며 “이번 연구는 새로운 치매 치료제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할 뿐 아니라 치매 치료제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11월 18일자 온라인 속보로 발표됐다. 이 저널은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에서 발간하는 화학 분야 최상위 저널로 임펙트 팩터는 12.11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