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와 금속-공기전지를 싸게 만들 길이 열렸다. 전체 가격의 20~30%를 차지하는 백금계 촉매를 대신할 물질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철과 그래핀을 활용한 이 촉매는 1g 당 200~300원이면 제조 가능해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김건태·백종범 교수팀은 수소연료전지나 금속-공기전지에 쓰일 ‘철-탄소 복합체 촉매(Fe@NGnP-CNF)’를 개발했다. 소량의 ‘철(Fe)’과 ‘그래핀 나노 플레이트(graphene nano plate, GnP)’를 이용해 만든 이 촉매는 값비싼 백금계 촉매를 대체할 저비용 고성능 촉매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수소연료전지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촉매는 귀금속인 백금을 활용한다. 그런데 백금은 1g 당 8~9만 원으로 비싸 촉매 가격 자체가 높아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백금계 촉매를 대체할 물질을 찾아왔다. 그러나 새로운 촉매를 만들더라도 제작 공정이 복잡하거나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김건태·백종범 교수팀이 새로 개발한 촉매는 백금계 촉매만큼 성능이 우수하다. 게다가 기존에 알려진 ‘볼밀링(ball milling) 공정’과 ‘전기방사기법(Electrospinning)’을 이용하므로 제작 공정이 간단하고 대량생산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볼밀링 공정은 용기 내에 금속 볼과 흑연, 합성할 원소를 넣고 회전시키는 공정이다. 이때 그래핀에 질소(N)나 철(Fe) 등이 합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철과 질소가 함유된 그래핀 나노 플레이트(Fe@NGnP)를 나노 섬유를 구성하는 용액에 넣고, 전압을 걸어주는 전기방사기법을 쓰면 탄소복합체 섬유(Fe@NGnP-CNF)가 만들어진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주용완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연구교수는 “잘 알려진 기술을 이용해 제조한 철-탄소 복합체는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는 여러 전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발명으로 주목받았다”며 “공정이 간단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측면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물질은 특히 리튬-공기전지의 촉매 물질로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리튬-공기전지에서 촉매는 공기 중의 산소 분자를 산소 원자로 환원시켜 리튬과 반응하도록 만드는 핵심 물질이다. 산소의 환원 반응이 빠르게 일어날수록 전지의 성능이 좋아진다. 연구진이 개발한 Fe@NGnP-CNF는 금속공기전지의 촉매 물질로 사용되는 고가의 백금계 촉매와 유사한 전기화학적 성능을 보였다. 장기적인 성능은 백금계 촉매보다 안정적이었다.
김건태 교수는 “철과 질소가 포함된 그래핀 나노 플레이트를 이용한 탄소복합체 촉매는 산화그래핀을 비롯한 기의 탄소 촉매에 비해 내구성과 성능이 뛰어나며 저비용 대량 생산이 가능해 금속-공기전지 및 연료전지의 상용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며 “다양한 촉매 과학 (Catalyst Science)에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12월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으며, 내용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표지로도 선정됐다. 어드밴스드 사이언스는 재료공학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메터리얼(Advanced Materials) 자매지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IT/R&D 사업’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한국연구재단의 ‘창의적연구진흥사업’에서 지원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