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는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 새로운 방법이 나왔다. 고체전해질을 용액에 녹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극 부분에 코팅하는 방식이다. 폭발 위험이 없는 안전한 전지인 전고체 리튬전지의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정윤석 교수와 서울대 오승모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액상코팅이 가능한 고성능의 새 고체전해질을 개발해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2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이 전해질로 만든 ‘전고체 리튬전지(all-solid-state lithium batteries)’는 같은 공간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기존보다 늘었고, 출력 성능도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리튬이온전지에 쓰이는 ‘유기계 액체전해질’은 고온에서 쉽게 기화되고 불에도 잘 타는 성질이 있다. 이 때문에 전지가 부풀고 심한 경우 폭발하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불에 타지 않는 고체전해질을 쓰는 전고체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분말 형태의 고체전해질은 액체전해질처럼 전극으로 고루 스며들지 않는다. 이렇게 전해질과 전극의 활물질(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의 접촉이 원활하지 않으면 전지의 성능 발현이 힘들다. 리튬이온이 전극으로 수월하게 이동하기 어려워서다.
정윤석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체전해질을 전극의 활물질(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에 코팅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액상법(solution-process)’이라 불리는 이 공정은 고체전해질을 녹인 용액에 분말 형태의 활물질을 분산시킨 후 용매를 증발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활물질에 고체전해질 층을 균일하게 코팅시킬 수 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고체전해질은 용액에 잘 녹지 않아 코팅 용액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거나 어렵게 녹여서 얻은 경우에도 이온전도도가 매우 낮았다”며 “이번에 개발한 물질은 용액에도 잘 녹고 코팅 후에도 전도도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고체전해질로 개발한 물질은 주석(Sn) 기반의 화합물(Li4SnS4) 메탄올 용액에 요오드화 리튬(LiI)를 첨가해 얻었다. 용액에 잘 녹지만 이온 전도도가 낮던 주석 기반 화합물(Li4SnS4)에 전도도가 높은 요오드화 리튬(LiI)을 섞자 전도도를 높이게 된 것이다.
제1저자로 논문에 참여한 박건호 UNIST 파견연구원(서울대 석·박사통합과정)은 “두 물질이 결합하면서 용액에 잘 녹으면서 이온 전도도가 높고 공기 안정성까지 갖춘 고체전해질을 얻게 됐다”며 “이 액상법을 이용해 고체전해질이 코팅된 활물질을 대량 합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새로 개발된 고체전해질을 활물질에 코팅해 만든 전극은 입자 형태의 고체전해질과 활물질을 섞어서 만드는 전극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출력을 보였다. 정윤석 교수는 “새로운 고체전해질은 전도도가 높을 뿐 아니라, 공기 중에서 안정하며, 원재료 및 용매(메탄올)의 가격과 독성 문제도 없다”며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전고체 리튬전지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미국 국립 로렌스 버클리연구소(Lawrence Berkely National Lab, LBNL)와 국립 브루클린 연구소(Brookhaven National Lab, BNL), UNIST 신소재공학부 김주영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 지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일반연구자지원사업 및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에서 이뤄졌다.